공정위, 해운 담합 과징금 962억원…해운사 ‘합법’ 주장 인정 안 해
입력 2022.01.18 12:01
수정 2022.01.18 11:05
3년 넘은 조사 끝에 ‘불법 담합’ 결론
“120차례 미신고 운임 합의는 불법”
최대 과징금은 고려해운 296억원
공정거래위원회는 23개 국내·외 선사들이 가담한 해운 담합 사건을 불법으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962억원 규모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다만 위법성 여부에 대한 다툼, 해운법상 담합을 허용하는 측면, 해운업 특수성 등을 고려해 과징금액은 심사보고서 당시 최대 8000억원 대비 크게 낮췄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18일 브리핑을 통해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541차례의 회합 등을 통해 한-동남아 수출·입 항로에서 총 120차례 운임을 합의한 12개 국적선사와 11개 외국적선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62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운임 합의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고 합의된 운임의 준수를 독려한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에 대해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함께 1억6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은 2018년 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 신고를 접수한 공정위가 이후 3년 넘게 조사를 이어왔다. 조사 결과 이들 선사는 지난 15년간 기본운임의 최저수준, 기본운임 인상, 각종 부대 운임 도입·인상, 대형화주에 대한 투찰가 등 제반 운임을 총체적으로 합의했다.
논란은 해운법상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해운법 29조에는 ‘외항 화물운송 사업의 등록을 한 자는 다른 외항 화물운송 사업자와 운임·선박 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운법은 협약 참가나 탈퇴를 제한해서는 안 되고 협약 내용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협약 내용이 달라진 경우도 마찬가지다. 화주(화물 주인) 단체와 사전 협의도 담합 허가 조건 가운데 하나다.
공정위는 선사들이 이런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고 최종 판단했다. 조 위원장은 “선사들의 120차례 운임 합의는 해운법상 신고와 협의 요건을 준수하지 못해 해운법상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선사들이 운임 합의를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선사들이 운임회복(RR) 합의(18차례)를 신고했기 때문에 120차례 열린 최저운임(AMR)는 신고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18차례 운임회복 신고와 120차례 운임 합의는 전혀 별개의 것”이라며 “18차례 (운임회복) 신고에 120차례 운임 합의가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운임회복 합의와 최저운임 및 부대 운임 합의는 서로 다른 운임인상 방식으로 선사들은 화주 단체와 협의를 피할 목적으로 최저운임 합의를 운임회복으로 포장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 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그동안 해운시장에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불법적으로 이뤄진 선사들의 운임 담합 관행을 타파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운임 담합이 해수부 장관에 대한 신고와 화주 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필요·최소한으로 이뤄짐으로써 해운 당국의 관리가 실제 이뤄지고 화주 피해를 예방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선사별 과징금은 다음과 같다. ▲고려해운 296억4500만원 ▲남성해운 29억500만원 ▲동영해운 3억4700만원 ▲동진상선 4억4400만원 ▲범주해운 3억6400만원 ▲에스엠상선 3억4600만원 ▲에이치엠엠 36억700만원 ▲장금상선 86억2300만원 ▲천경해운 15억3500만원 ▲팬오션 3억1300만원 ▲흥아라인 180억5600만원 ▲CNC 11억6900만원 ▲COSCO 7600만원 ▲GSL 7억6800만원 ▲OOCL 23억78만원 ▲PIL 2400만원 ▲SITC 19억3300만원 ▲TSL 39억9600만원 ▲에버그린 33억9900만원 ▲씨랜드머스크 23억7400만원 ▲완하이 115억1000만원 ▲양밍 24억19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