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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 깬 롯데, ‘김상현’ 홈플러스 부회장 출신에 희망 건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1.11.25 16:14
수정 2021.11.25 16:14

롯데, 2022년 정기 임원인사

강희태 부회장·이봉철 사장 용퇴

외부 인재 적극 수혈·성과주의 따른 승진

책임경영 및 실행력 제고 위한 HQ 중심 조직개편 단행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내정 부회장 김상현.ⓒ롯데그룹

재계 5위 롯데그룹이 25일 유통 부문 대표에 사상 첫 외부 영입 인사를 기용키로 하는 전례 없는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5년간 유지해온 기존 비즈니스 유닛(BU, Business Unit) 체제를 대신해 헤드쿼터(HQ, Head Quarter) 체제를 도입한다.


25일 롯데는 오전과 오후에 걸쳐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정기 임원 인사안 및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인사 결과로 롯데쇼핑 수장인 강희태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강 부회장의 퇴진은 실적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강 부회장은 유통BU장으로서 롯데의 유통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책임지는 업무를 맡았다. 지난해 유통BU장으로 선임된 데 이어 롯데쇼핑과 롯데자산개발 대표도 겸직해왔다.


그는 1987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2014~2017년까지 중국사업부문장(부사장)으로 글로벌사업을 이끌었다. 2017년부터는 롯데백화점 대표에 선임되며 입사 30년 넘게 백화점 현장을 누빈 경험을 바탕으로 '유통 원톱'으로 자리매김하는 듯 했다.


그러나 강 부회장이 대표로 자리했던 2017년부터 롯데 유통사업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강 부회장 임기동안 새롭게 선보였던 점포들이 잇단 부진에 시달리며 그의 경영능력에도 ‘비상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롯데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다. 오랫동안 오프라인 규제로 인해 성장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신규 출점 문턱은 높아지는 반면, 폐점은 늘어났다. 때문에 롯데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유통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최근엔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지난 9월 롯데백화점이 창사 42년 만에 처음으로 근속연수 20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희망퇴직 대상은 전체 직원 4700여명 가운데 2200여명으로 알려졌다.


부진 점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과 폐점도 계속해왔다. 지난해부터 마트와 슈퍼 등 부실점포를 축소해 온 데 이어 최근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롭스(LOHB's)' 역시 가두점(로드숍)을 철수하기로 했다.


현재 전국에 67곳 남아 있는 로드숍을 내년까지 모두 없애고, 롯데마트 매장 내에 숍입숍 형태로 운영하는 '롭스 플러스'만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는 “두 BU장 모두 각 사업의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변화를 위해 용퇴를 결정한 것”이라 설명했다.


정준호 신임 롯데백화점 대표ⓒ롯데GFR

롯데는 외부 인사를 전면에 앞세우면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30년 간 P&G에 몸담았던 김상현 전 홈플러스 대표가 롯데쇼핑의 대표이사(CEO)에 선임됐다. 1979년 롯데쇼핑 출범 이후 처음으로 ‘비(非)롯데맨’을 내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김 신임 대표는 P&G의 평사원으로 시작해 아시아태평지역 총괄 사장, 미국 본사 신규사업담당 부사장까지 지내는 등 P&G에서 아시아인으로는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 전설적인 인물이다. 롯데는 유통사업에 혁신과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에 특화된 데다 조직을 온라인, 데이터 중심으로 바꾸는데에도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백화점 출신이 장악해왔던 롯데쇼핑의 조직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는 정준호 롯데지에프알(GFR) 대표가 맡았다. 정 대표는 1987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20년 이상 신세계그룹에서 일했으며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와 입사 동기로 알려져 있다. 롯데에는 지난 2019년 영입됐다.


롯데의 이번 외부인사는 불필요한 의사결정 단계를 없애고 산업군별 그룹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또 롯데의 오랜 순혈주의를 깨고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 외부인사를 파격적으로 발탁했다.


실적 부진 탈피, 미래 먹거리 선점, 세대교체, 디지털 전환 등 산적한 과제를 풀어가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분석된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더욱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짐으로써 조직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또한 계열사 책임경영 및 컴플라이언스가 강화됨에 따라 그룹의 ESG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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