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언론환경, 정말 힘들다…도와달라" 이재명 작심 토로
입력 2021.11.15 10:52
수정 2021.11.15 10:53
李, PK서 언론 보도 관련 억울함 토로
"다른 쪽은 엄청나게 문제 있어도 '나 몰라'
댓글 쓰고 좋은 기사 알려야 세상이 바뀐다"
진중권 "조작한 대안현실로 선거 치를거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언론 환경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하며 "도와달라"고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특정 성향의 언론이 자신의 대장동 의혹에 대해선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데 반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 부인 김건희 씨 연루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장모 대응 문건 작성 의혹 등에 대해선 크게 보도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전국 민심투어 사흘째인 지난 14일 오후 경남 서북부 지역의 유일한 공공의료기관인 거창적십자병원을 방문한 뒤 거창군청 앞 즉설연설을 통해 "내가 지금 어디 가서 말실수 하나 안 하려고 노력 중인데, 요만한 거로 이만하게 만들고, 다른 쪽은 엄청나게 문제가 있어도 노코멘트하고 '나 몰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기 때문"이라며 "누군가가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여러분이 많이 도와주셔서 힘이 나기는 하는데, 사실 요새 조금 힘들다"며 "담쟁이넝쿨이 담장 넘듯 잡초처럼 밟히면서도 한 발짝 한 발짝 기어 올라가듯 이 자리에 왔는데 여전히 그 앞에 거대한 벽이 놓여있다는 것을 절감할 때가 많다"고 했다.
이 후보가 "누가 언론 역할을 해야 한다고요?"라고 묻자, 시민들은 "우리가"라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공감이라도 한 번 누르고, 댓글이라도 한 번 쓰고, 친구들에게 좋은 기사 알리고, 거짓말하면 '그게 아닙니다'라고 말해야 세상이 많이 바뀌지 않겠느냐"며 "기울어진 운동장, 나쁜 언론 환경을 이겨낼 수 있도록 여러분이 작은 실천을 여러 곳에서 하면 큰 변화가 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태산도 티끌서부터 시작하는 거다. 대한민국 오천만 국민이 역사를 만드는 것"이라며 "여러분을 제가 응원한다. 사랑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부산 비하'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분출했다. 그는 지난 13일 오전 부산 영도구에 있는 카페 '무명일기'에서 열린 부산 지역 스타트업·소셜벤처인 간담회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부산은 솔직히 재미없다. 재밌긴 한데, 강남 같지는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발언했다가 도마에 올랐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분이 언론이 되어 주셔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기울어져도 너무 기울어진 운동장, 너무 심각한 언론 환경"이라며 "정말로 힘들다. 그러나 여러분이 조금만 도와주시면 이겨내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부산 비하? 문맥 따지면 애정 담긴 발언'이라는 해석이 담긴 동영상도 함께 공유했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2일 부산 중구 남포동 BIFF 광장을 방문했을 때도 즉설연설을 통해 "언론 환경이 매우 나빠서 우린 잘못한 것이 없어도 잘못했을지 모른다는 소문으로 도배가 된다"며 "상대방은 엄청나게 나쁜 짓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넘어간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진실을 알리고, 소식을 전하고, 저들의 잘못을 우리의 카카오톡으로, 텔레그램으로, 댓글로,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써서 언론이 묵살하는 진실을 알려야 한다"며 "우리가 언론사가 되자. 우리가 억울하게 왜곡된 정보들을 고치자"고 했다. 그러면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는 것"이라며 "세상이 잘못돼 가면 우리 손으로 고치면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5일 페이스북에 "'나쁜 언론 환경'이라는 말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 자기(이 후보)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고, 다 언론 탓이라는 것"이라며 "그런 발언은 지지자들에게는 사이다일지 모르나, 대다수의 국민은 마셔서는 안 되는 부동액이라는 것을 안다"고 했다. 그는 "성향이 다른 다양한 언론사를 통해 확립되는 공적 현실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온라인에서 조작한 대안현실로 선거를 치를 생각인 것 같다"며 "손꾸락(손가락) 혁명군들 열심히 독려해봐야 민폐만 끼칠 뿐, 국민들은 자기교정 능력조차 없는 집단에 나라를 맡기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후보는 14일을 끝으로 2박 3일간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PK 민심투어 일정을 마무리했다. 매타버스 다음 행선지는 충청권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