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호르무즈 일단 숨통…'트럼프 안보 청구서' 시험대
입력 2026.06.17 05:00
수정 2026.06.17 05:00
종전 합의 MOU, 19일 스위스서 서명
중동 반출 주한미군 전력 정상화, 시간 걸릴 듯
트럼프, 동맹국 기여 압박 몰아붙일 가능성
신경전 계속…金총리 "긴장 끈 놓으면 안돼"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6일(현지 시간) 프랑스 에비앙 로얄호텔에 도착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과 이란이 개전 100여일 만에 전쟁을 끝내기로 합의하면서 한국은 최악의 에너지·안보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안보 청구서'를 마주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를 안게 된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후 질서 구축 과정에서 동맹국들에게 비용 부담 등 역할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미국과 이란은 오는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종전 양해각서(MOU)' 공식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다. 두 국가 간의 전자 서명은 이미 이뤄졌다. 미국의 대이란 협상팀 수석대표인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언론 인터뷰와 미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브리핑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종전 MOU 타결을 발표한 지난 14일 전자 방식으로 이미 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적 통항 확보'다. 다만 석 달 반가량 발이 묶여 있던 우리 선박 24척이 곧바로 빠져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의 최대 항해량이 130척가량에 불과한 탓에 현재 해협에 갇힌 약 2400척의 선박이 모두 빠져나오려면 최소 보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호르무즈 해협 곳곳에 기뢰가 설치돼 있는 만큼, 안전한 항로를 확보하는 데에도 시간이 어느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일단 정부는 19일 종전 MOU가 체결되면, 60일 유예기간 내에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탈출에 속도전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중동 정세가 안정화되면, 중동으로 이동 배치된 주한미군의 방공 전략자산도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 후 한국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패트리엇 등 주한미군 방공 전략자산 일부는 중동으로 반출됐다. 이로 인해 북한의 도발 징후 속에서 대북 억지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3월 10일 국무회의에서 "미국 측에 반대 의견을 전달하고 있으나 자국 군사적 필요에 따른 반출을 전적으로 관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었다.
다만 주한미군의 전력 정상화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빠른 생산에 한계가 있는 탄약이 주한미군 기지로 완전히 재보급되려면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명분으로 동맹국들에게 '안보 청구서'를 내밀 것이란 전망도 한국으로선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와 관련해 기뢰 제거에 필요한 소해 전력 파견 등 이란 전쟁 후속 조치에 대해 지원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은 걸프 우방국들에 450조 원 규모의 '이란 재건 펀드' 조성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1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이란 전쟁을 치르면서, 전쟁 비용을 굉장히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동맹국들로부터 보전받으려고 할 것"이라며 "G7 정상회의 때 거칠에 몰아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는 우리가 플러스를 가지고 오겠다는 전략보다는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전략이 필요한데, 이재명 정부에선 그런 전략이 보이지 않아서 아쉽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이 19일 종전 MOU 서명식을 갖기로 합의했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 해제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이란 핵물질 처리 문제 등을 두고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란은 향후 60일간의 협상 후 해상 서비스 제공 명목으로 수수료를 걷겠다는 계획이다. 이란의 동결 자금 해제 문제도 쟁점이다. 이란은 MOU 서명과 동시에 신속한 대규모 제재 해제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이란의 핵 폐기 이행 성과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경제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이란은 '핵무기 개발 금지'라는 원론적인 부분에만 동의했을 뿐 보유 중인 농축 우라늄의 처리, 농축 허용 수준 및 기간, 핵 시설 사찰 등을 두고 미국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및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일부 주요 사안에 대해 아직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라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