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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64)] ‘지킬앤하이드’ 임혜성,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11.12 13:26 수정 2021.11.12 13:26

2022년 5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오디컴퍼니

지난달 19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지킬’과 ‘하이드’로 표현되는 ‘선(善)과 악(惡),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 작품으로 한 인물이 가진 두 가지 인격의 내면을 강렬한 퍼포먼스로 심도 깊게 그려내며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하는 스릴러 뮤지컬이다. 국내에선 2004년 초연됐다.


‘지킬’과 ‘하이드’가 단연 이 작품에서 압도적인 분량을 차지하지만, 이 두 인격을 더 극명하게 대비되도록 보여주는 데에는 상류층과 하류층으로 나뉘는 앙상블들의 노고도 필수적이다. 뮤지컬 배우 임혜성은 그 중에서도 하류층을 주로 연기하면서 자신의 모든 감정을 무대 위에 쏟아낸다.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넘버는 이 작품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도구다. 임혜성은 이 도구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배우다. 음악과 가사에 집중하면서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가 보여주는 에너지는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지킬앤하이드’는 처음 함께 하는 건데요. 어떻게 인연이 됐나요?


다른 공연들 때문에 이 공연의 오디션과는 늘 인연이 없었는데 드디어 이번엔 기회가 와서 오디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부분이 되어 너무 감동입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스토리는 이미 알고 계셨겠지만, 출연하면서 작품에 대해 새롭게 느낀 점이 있나요?


공연을 정말 오래전에 봤었어요. 관객으로만 봤을 때 그냥 지나쳐간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것을 이 공연을 참여하게 되면서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저 자신의 이중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저와 대비해서 ‘지킬’들의 연기를 볼 때마다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극중 임혜성 배우는 어떤 캐릭터들을 연기하고 계신가요.


일단 하류층을 위주로 연기하고 있고요, 파티 참석자, 클럽 레드렛의 쇼걸 등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극중에서 하류층의 일원으로서 모든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음악의 힘이 큰 것 같아요. 모든 배우들이 만나 서로 강한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관객분들이 상류층과 하류층이 함께 나오는 이 장면들을 가장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장면들이 끝나면 힘이 들긴 하지만 속이 정말 시원해요(웃음).


ⓒ오디컴퍼니

-캐릭터들에는 어떻게 접근했나요.


가사에 집중했고 음악 그 자체에 집중했어요. 이 작품은 음악의 힘이 커서 그런지 제 생각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그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었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떤가요?


정말 정말 진심으로 좋아요! 부족한 부분은 서로 도와주고 이해해주고 배려해 주고 있는데 그러면서 점점 더 호흡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연습 때 많이 틀렸을 때에도 따뜻하게 안아준 제 안무 파트너에게 특히 감사드립니다. 하하. ‘지킬앤하이드’ 팀은 정말 사랑입니다.


-연습이나 공연 중에 기억에 남는 일화도 있을까요?


아무래도 코로나로 인해 공연시작 하기 전까지 마스크를 쓰고 연습한 것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은데요. 저희 넘버가 강한 몸동작이 많다보니 끝나고 나면 숨쉬기 힘들 정도로 호흡이 가빠졌는데 마스크 때문에 더 괴로웠죠. 다른배우들도 당연히 그랬겠지만 ‘지킬’을 연기하는 배우분들은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최선을 다해 연기하며 마스크와 싸운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가장 애정하는 장면이나, 넘버가 있나요?


정말 다 좋은데 저희의 첫 넘버인 ‘가면’(façade)에 아주 조금 더 애정이 가요. 저희 하류층의 성격을 처음으로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거든요.


-앙상블로 출연하시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요?


모든 장면이 다 좋아서 힘든 부분은 없는데요, 그냥 개인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쓰다 보니 체력이 조금 부족한 것 같은데…. 그거 빼곤 다 좋습니다. 하하. 그래서 저의 체력을 위해 그리고 정신 건강을 위해 걷기 운동을 늘 한답니다. 걸으면서 폐활량도 늘리고 정신적으로 비울 건 비우고 채워야 할 건 채우죠. 저의 인생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시간이에요.


-다음 시즌, 또 ‘지킬앤하이드’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으세요?


음, 여자 남자 구분이 없다면 ‘지킬/하이드’요! 다른 배우들도 ‘지킬/하이드’ 역을 하고 싶으신 분들 많으실 거예요. 굉장히 어렵긴 하지만, 인간의 이중성을 다 연기해볼 수 있는 아주 매력 있는 역할이죠. 하지만 현실적으론 어려우니 전 다시 한다면 앙상블을 또 하고 싶어요. 지금도 충분히 하류층 연기하는 것이 너무 재밌답니다(웃음).


-‘지킬앤하이드’를 모르는, 혹은 관람 예정인 관객들에게 작품을 한 마디로 소개해주자면요?


여러분들이 너무 좋아하시는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 저희 공연에서 생생하게 느껴보시죠!!


ⓒ오디컴퍼니

-데뷔작 ‘와이키키 브라더스’(04)로부터 벌써 햇수로 18년이 지났죠.


정말 까마득한 시절인데요, 그땐 너무 어리고 거의 처음이라 마냥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첫 상견례 날인데 연습하다 쓰러져서 참여를 못했어요. 하하. 부족한 것이 많아서 혼도 많이 났고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하지만 매 공연 때마다 첫 음악이 시작될 땐 너무 설레서 말도 못할 정도로 가슴이 먹먹했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답니다. 저에겐 무대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정말 소중한 작품이에요.


-그 당시와 지금, 임혜성 배우의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요?


그 땐 무조건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이 저를 많이 괴롭혔어요.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요. 하지만 지금은 저를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완벽보단 내가 가진 것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훨씬 자유롭게 다양하게 연기할 수 있었고 예전보다 마음도 몸도 편안해졌죠.


-많은 시간을 거쳐오면서 포기하고 싶던 순간도, 주저앉을 수밖에 없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모든 인간은 한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공연을 할수록 실력이 늘지 않고 그냥 멈춰 있을 때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배우는 늘 새롭게 발전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한 내 자신에게 실망하고 공연을 하고 있으면서도 공허함을 느꼈죠. 이것은 배우이기 때문에 늘 고민해야하는 숙제이기도 하고요.


-임혜성 배우의 무대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돼 주었던 사건, 혹은 사람이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함께 버티며 공연해 온 동료들 덕분에 힘을 얻었어요. 이젠 많이들 그만두었지만 함께할 수 있었던 그들과의 공연이 정말 행복했거든요. 존재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답니다.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땀 흘리는 모든 배우들이 진심으로 존경스럽습니다.


-배우로서 임혜성 씨가 가지고 있는 신념은요?


그냥 ‘무대에서 건강하게 행복하게 즐기며 연기하자’입니다(웃음). 그렇게 연기할 때가 가장 저다운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요. 무대는 저에게 있어 ‘전부’에요. 제가 가장 빛이 날수 있는 행복한 곳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임혜성 배우의 목표도 말씀 부탁드려요.


어떤 역할을 하든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무대에 서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제 자신을 게을리 하지 않고 건강하게 달리려고요! 지치지 않는 것, 무대 위에서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게 끊임없이 행복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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