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외국인이 본 유영철", 넷플릭스의 한국 범죄 다큐 시도와 아이러니
입력 2021.11.11 11:01
수정 2021.11.12 00:37
지난달 22일 공개
넷플릭스가 최초 한국 범죄 다큐멘터리 소재로 연쇄살인마 유영철을 주목했다. '살인을 말하다: 테드 번디 테이프', '성역의 범죄', '아만다 눅스', '이블 지니어스: 누가 피자맨을 죽였나', '존베넷 램지 사건의 몽타주' 등 범죄를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던 넷플릭스가 한국의 범죄에도 눈을 돌린 것이다.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는 미국 다큐 전문 감독 겸 프로듀서 롭 식스미스가 한국계 캐나다인 존 최 감독과 공동 연출한 다국적 프로젝트로, 넷플릭스가 제작 초기부터 참여했다.
3부작으로 이뤄진 이 다큐멘터리는 2004년, 한국에 사이코패스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린 희대의 연쇄살인마 유영철의 행각을 추격한다. 유영철은 2003년에서 2004년까지. 채 1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서울 각지의 부유층 노인과 가족, 출장 마사지사 등의 젊은 여성들까지 총 20명을 살해해, 한국 사회에 충격을 안겨줬다. 가장 많은 피해자 수, 잔혹한 살해 수법, 엽기적인 사체 훼손과 유기 방식으로 지금까지도 전무후무한 연쇄살인마로 기억되며 SBS '그것이 알고싶다', MBC 'PD 수첩' 등을 비롯해 여러 TV 프로그램에서 유영철의 범죄 행각을 낱낱이 다뤘다. 2008년에는 그의 이야기가 영화 '추격자'로도 만들어졌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악명 높은 범죄자로 익숙해 기존의 콘텐츠와 차별화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와 함께 유영철을 잘 모르는 해외 시청자들을 유입시켜 이해시키는 과제도 함께 안았다.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는 유영철의 성장과정, 개인사 등에는 카메라를 비추지 않는다. 그의 잔혹한 살인 동기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동정이나 연민이 갈 수 있는 내용은 거세했다.그를 추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집중한다. 강대원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장을 중심으로 박명선 당시 기동수사대 반장, 박기륜 당시 강남경찰서장, 현장 감식을 담당했던 김희숙 현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장, 유영철의 직접 만난 권일용 프로파일러, 유영철의 사건을 담당했던 양필주 형사, 이외에도 유영철의 변호사와 담당 검사, 피해자 유가족 등의 인터뷰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들은 유영철의 범죄를 설명하고 당시 검거 상황, 검거 이후의 조사 과정까지 그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자신의 시각에서 털어놓는다. 이와함께제작진은 실제 현장 사건 사진들까지 보여주며 그 날의 잔혹함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유영철의 범죄를 당시의 시대상도 반영했다. 유영철을 통해 한국의 경제, 사회, 종교를 포함한 시대적 상황을 투영하며 '묻지마 범죄'가 왜 증가했는지 등장한 배경을 설명한다. 또한 연쇄살인마에 대한 경험과 지식, 시스템이 부족했던 2000년대의 한국을 비중있게 보여준다.
3부에서는 경찰의 무능력을 강조하는 에피소드들이 줄을 잇는다. 경찰에 잡힌 후 명확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유영철의 자백에 기대해야했고, 수갑을 푼 유영철을 혼자 둔 바람에 그가 탈출한 상황도 보여준다. 또 유영철이 탈출 후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감추기 위해 담당 검사에게 '도망 간 것이 아닌, 풀어준 것'으로 설명할 수있는 석방 영장 심사를 부탁한 것까지 가감없이 담아냈다.
이외에도 유영철에게 아들을 대학 갈 때까지 국가에서 책임져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득해 이문동 살인사건을 그의 소행으로 몰고 간 일과 피해자의 어머니를 발로 차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게 만들었던 아찔한 논란들도 보여준다.
확실히 그 동안의 다큐멘터리와 다른 지점이 있다. 각자의 입장에서 유영철의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이 교차돼 입체감을 불어넣었으며 수사의 문제점이나 남겨진 유가족들의 이야기, 유영철을 검거하면서 생긴 검찰 수사 시스템의 변화에 집중했다.
하지만 사건과 관계없이 현장에 입고 있었던 우비를 이미지화해 '레인코트 킬러'라는 드라마틱한 별칭을 부여해 접근한 것이 아이러니하다. 유영철에게 연민이 갈 수 있도록 그의 과거를 단호하게 배제시킨 것들은 의도는 높이 살만 하나, 유영철의 치밀한 범죄와 경찰의 실수담이 이어지며 다큐멘터리가 끝난 후에는 경찰의 무능함만 잔상에 남는다.
넷플릭스의 한국의 범죄 다큐멘터리 시도는 절반의 성공만 거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 공개돼 넷플릭스 한국 TOP4위까지 올랐지만, 현재 TOP10 순위에서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는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