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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ICK]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 한선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11.12 08:40
수정 2021.11.12 08:40

'술꾼도시여자들'에서 만난 인생캐 한지연

'영화의 거리' '강릉' 등 스크린으로 활동반경 넓혀

“캐릭터 제대로 만났다”


지난달 22일부터 방송되고 있는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에서 한지연 역을 맡은 한선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작품은 하루 끝의 술 한 잔이 인생의 신념인 세 여자의 일상을 그린 ‘기승전술’ 드라마로, 마음이 갈팡질팡하는 갓 서른 살 여자들의 삶을 빌려 지친 몸과 마음을 녹여줄 위로를 전한다.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을 원작으로 한다.


ⓒ티빙

예쁜 얼굴에 통통 튀는 발랄함,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함을 가진 요가강사 한지연은 이 프로그램을 인기 반열에 올려놓은 효자 캐릭터다. 온라인상에 한지연의 클립 영상이 빠르게 퍼지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지칠 줄 모르는 오버 텐션, 하이톤의 목소리, 웃다가 뒤로 넘어져도 실성한 듯 웃어넘기는 모습. 상상해보면 술자리에선 약간 ‘민폐’가 될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지연은 그저 사랑스럽고,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난다.


물론 한선화의 외적 이미지와 캐릭터가 잘 맞아떨어지는 캐릭터를 만난 덕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칫 ‘오버’하기 좋은 하이텐션의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시청자들의 눈에 이런 콩깍지를 씌운 건 한선화의 균형 잡힌 연기력이었다.


생각해보면, 한선화는 한 번도 연기로 대중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 단순히 ‘캐릭터를 잘 만나서’가 아니란 것이다. 처음부터 그는 아이돌 그룹이라는 인지도를 통해 단번에 주연 자리를 꿰차는 여타 가수들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면 흔히 겪는 ‘연기력 논란’도 그에겐 예외였다.


한선화는 2009년 걸그룹 시크릿으로 데뷔해 ‘매직’(Magic) ‘마돈나’(Madonna) ‘샤이보이’ ‘별빛달빛’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놓았다. 섹시함과 귀여움을 오가는 전형적인 걸그룹이었다. 그룹 활동 중에 연기를 시작하면서도 그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착실히 배우로서의 내공을 쌓는 길을 택했다.


ⓒ티빙

2013년 KBS2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에서 조연으로 브라운관 데뷔를 알린 그는 첫 작품부터 호평이 이어졌고 곧바로 이듬해 SBS ‘신의 선물-14일’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당시 한선화는 사기전과 5범의 꽃뱀 제니 역을 맡았는데 회가 거듭될수록 물이 오르는 연기력이 거듭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선화는 차근히 연기 내공을 쌓으면서, 당당히 주연급 배우로 거듭났다. 첫 주연작인 tvN 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을 비롯해 MBC ’장미빛 연인들‘ 등에서 재차 연기 호평을 받은 이후인 2014년엔 SBS 연기대상, MBC 연기대상에서 배우로서 첫 트로피도 품에 안았다.


최근에는 ‘영화의 거리’ ‘강릉’ 등에 연이어 출연을 확정하면서 스크린으로 활동반경을 넓혔다. 특히 ‘영화의 거리’에서 한선화는 자신의 이름과 같은 ‘길선화’를 연기하면서 자연스러운 부산사투리와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연기력을 보여주며 벌써부터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크고 작은 걸 떠나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활발히 하고 싶다. 느려도 좋으니 차근차근 하고 싶다”는 한선화의 말에서, 그의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대중들도 크고 작은 걸 떠나 한선화가 하는 역할이라면 이제 믿고 본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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