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헬로스테이지] 디테일 장인, 신성록의 두 얼굴…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입력 2021.11.07 12:42
수정 2021.11.07 15:22
2022년 5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
진중하고 다정한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순식간에 날카롭고 거칠게 변한다. 사랑하는 여인을 보고 부드럽게 미소 짓던 얼굴도 이내 히스테릭한 짐승의 모습으로 돌변한다. 배우 신성록은 선악을 넘나드는 두 얼굴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2004년 초연부터 17년째 흥행 기록을 이어온 스테디셀러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2년 만에 돌아왔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베스트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을 각색한 이 작품은 국내 누적 공연횟수 1410회, 누적 관람객수 150만명에 달한다. 작품의 넘버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은 극의 스토리만큼 유명하다.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한 ‘지킬’과 ‘하이드’가 인간의 양면성을 설명하는 대명사처럼 인식된 만큼, ‘지킬앤하이드’에서 이를 맡은 배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배우들에겐 꿈의 역할이기도 한 이 역엔 조승우나, 류정한 등 내로라하는 실력파 배우들이 거쳐 갔다. 표현하기 어렵고 힘들지만, 그만큼 이 무대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나면 찬사가 뒤따른다.
지난달 19일 9번째 시즌을 맞은 ‘지킬앤하이드’에서 신성록은 지킬과 하이드 역으로 처음 합류했다. 처음으로 맡게 된 캐릭터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내공은 이번 무대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됐다. 익숙한 음악과 익숙한 서사도, 배우의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매번 색다른 감동을 안긴다.
신성록은 평소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그의 성격대로 지킬과 하이드의 특성을 세심하게 잡아냈다. 특히 악(하이드)을 연기할 때는 객석을 숨죽이게 만든다. 그간 신성록에게서 보기 힘들었던 거친 목소리와 몰아쉬는 숨소리까지 날카롭게 객석에 꽂힌다. 선과 악이 충돌하는 2막 ‘대결’에서도 두 캐릭터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면서 관객들에게 짜릿한 전율을 안긴다.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넘버는 여전히 감탄스럽다. 신성록은 이 유려한 넘버들에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디테일하게 대입시켜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역할까지 해냈다. 지킬 박사가 의사로서 염원과 신념을 확고하게 다질 때 부르는 ‘지금 이 순간’과 지킬과 하이드를 오가며 선과 악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괴롭게 부르는 ‘대결’이 압권이다.
신성록이 두 상반된 캐릭터를 유려하게 오갈 수 있는 것에는 무대의 역할도 크다. 무대는 작품 속 상반된 요소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1층과 2층, 오른쪽과 왼쪽, 앞과 뒤로 대비를 이루는 다이아몬드형 무대로 구성되어 있다. 또 1800여개의 메스실린더로 가득차 있으며 양옆 거울로 대비 효과를 이룬 지킬의 실험실과 조명이 극적 모습을 연출하는데 몰입을 돕는다.
한편 오디컴퍼니의 20주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번 ‘지킬앤하이드’는 내년까지 6개월 넘는 장기 공연으로 꾸며진다. 이에 따라 1차와 2차 캐스팅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1차 캐스팅은 홍광호를 비롯해 초연 멤버인 류정한이 돌아왔고 신성록이 새롭게 합류했고 ‘루시’ 역은 윤공주, 아이비, 선민, ‘엠마’ 역은 조정은, 최수진, 민경아가 나눠 맡았다. 22년 5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