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히든캐스트(62)] 배우 권상석 “배려가 좋은 공연을 만든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10.29 13:00 수정 2021.10.29 10:51

뮤지컬 '하데스타운' 일꾼 역 출연

2022년 2월 27일까지 LG아트센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에스앤코

뮤지컬 배우 권상석은 배우가 갖춰야 할 조건들 중 ‘배려’를 최우선으로 꼽는다. 연기나 가창력 등 개개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배려가 있어야 함께 하는 무대를 온전히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한 사람의 힘으론 불가능한 예술이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걸출한 사람이라도 말이다.


지난달 7일 개막한 뮤지컬 ‘하데스타운’에 참여하면서도 권상석의 배려는 무대를 빛나게 하는 요소였다. 상대를 배려하는 그의 마음은, 동료들에게도 전달됐고 그들 역시 또 다른 상대 배우들에게 같은 마음을 갖게 한다. 실제로 ‘하데스타운’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도 높지만 무대 위에서 드러나는 배우들의 호흡도 매우 인상적이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2년 전에 우연히 유튜브 영상으로 ‘wait for me’를 보게 되었고 이후부터 쭉 찾아봤습니다. 너무 멋지고 좋은 극이고 신선한 작품이라 ‘한국에 온다면 꼭 하고 싶다’라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기회가 온 거죠!


-작품에 대한 첫인상도 궁금해요.


이런 작품이 없잖아요. 내용은 쉽지만 풀어내는 방법과 시적인 가사와 의미들이 담긴 움직임들. 특히 재즈풍의 음악들이 신선하지만 황홀했다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뮤지컬 ‘하데스타운’을 관객들에게 직접 소개해주자면요?


아시다시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지만 작품을 쓴 당시의 사회적 배경, 사상들을 너무나 잘 보여 줄 수 있게 만든 작품입니다. 지금도 우리가 겪고 있는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고 인간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


-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영상을 많이 봐서 쉽게 이해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하려고 하니 궁금한 게 많아 지더라고요. ‘의자의 의미가 뭐지?’ ‘박수를 치는데 왜 상하로 나뉘어졌지?’ ‘이 움직임이 왜 픽션으로 가야 하지’ 등등 생각할게 많았었습니다. 연습을 진행하며 음악과 움직임의 의미들이 다 연결된다는 걸 알아갔고 각 나라의 문화들이 들어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저는 계산할 줄을 몰라서 그냥 많이 움직여봤습니다. 그리고 음악과 배역들의 대사도 주의 깊게 들으면서 파악해나갈 수 있었어요.


-권상석 배우가 맡고 있는 일꾼 캐릭터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보시면 뭘 많이 들고 옮기는구나 하실 거예요. 현시대에 사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었다가 다 같이 묶여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지옥의 일꾼입니다. 애착이 가는 장면은 너무나 많은데 그 중에 뽑자면 저는 ‘Epic 3’라고 하고 싶어요. 생각과 자아를 모두 빼앗긴 일꾼들이 오르페우스의 말과 노래로 하데스의 짓누름과 지배함에서 벗어나 ‘나’라는 자신을 찾고 내 ‘삶’을 다시 찾게 되는 곡이거든요. 모자를 벗어서 일꾼들이 머리를 들고 얼굴을 보인다는 연출이 정말 소름 돋게 좋더라고요. 솔직히 다른 장면들도 어마어마합니다.


ⓒ에스앤코

-함께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떤가요?


좋을 수밖에 없어요. ‘하데스타운’은 무대 위 모든 캐릭터와 밴드 멤버들까지 다 연결이 되어있어서 누구 하나 허투루 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늘 서로 파이팅 해주고 보듬어 주는 분위기예요.


-‘하데스타운’의 매력 중엔 ‘음악’을 빼놓을 수가 없죠. 그 중에서도 권상석 배우에게 가장 와 닿았던 넘버가 있을까요?


아까 말씀 드렸던 ‘Epic 3’인데요. 사실 전 ‘Epic1,2,3’ 전부 다 너무 좋아요. 오르페우스의 성장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고 신들도 알고 있던 태초의 노래라는 설정이 너무나 좋습니다. 그리고 ‘I raise my cup to him’ 커튼콜 넘버도 너무 좋아요. 배우들뿐 아니라 관객들까지도 위로하는 곡인 거 같아 가슴이 찡합니다.


-연습과정, 혹은 공연 중에 기억에 남는 일화도 있을까요?


저희가 연습막바지에 힘든 일을 겪었었죠. 자가격리 중 단체 채팅방을 통해 매일 어떻게 지내는지 서로에게 물어보면서 재미있는 영상도 보내고 위로하고 격려하며 지냈던 게 생각이 나네요. 그래서 더 끈끈한 것도 있는 거 같아요.


-‘하데스타운’에 출연하면서 가장 힘든 점, 그리고 보람을 느끼는 지점도 궁금해요.


힘든점은 단연 체력이죠. 장면마다 나와 있어서 집중을 놓을 수가 없으니 다른 공연 때보다 힘이 더 드는 건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 안무 중에 유독 스쿼트 자세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매 공연마다 보람을 느껴요. 이런 훌륭한 배우들과 훌륭한 작품을 매일 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기쁘고 관객분들의 기립박수를 받을 때 너무나 감사하고요. ‘잘 봐주셨구나’하고 보람을 느끼게 되죠.


-‘하데스타운’의 다음 시즌에 또 함께 하게 된다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으실까요?


뭐든 다 좋아요! 그래도 정말 하고 싶은 거라면 하데스 역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하데스는 내 나라, 내 사상을 단단히 버티고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얼마나 외로울까…. 사랑하는 이조차도 이해해주지도 않고 아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오히려 원하고 있는 남자, 멋있잖아요.


-지난해 인터뷰에서 ‘좋은 배우’에 대한 질문에 ‘상대 배우를 배려해주는 배우’라고 답하셨던 적이 있는데요. 지금도 그 ‘좋은 배우’의 기준은 똑같을까요?


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를 배려한다는 행동들의 차이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무대는 함께 가는 것이기에 누군가가 힘들어하면 다른 이가 채워주고 보듬어주고 그 장면에 대해 책임져 주고 아직 저도 누군가를 배려한다고 하지 못하지만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에스앤코

-그때의 권상석 배우와 지금의 권상석 배우를 봤을 때 조금 더 성장, 발전했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행동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조금 더 전체를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호흡도 더 느끼려고 하고 있고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누나, 형들한테 많이 배우는 중입니다.


-올해로 벌써 14년차 배우가 됐습니다. 오랜 시간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에 오르면서 생긴 일종의 직업병 같은 것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직업병은 잘 모르겠는데요. 쉬는 날에는 학원을 가요. 꾸준히 재즈 댄스를 배우고 ‘빌리 엘리어트’ 이후로는 탭도 배우고, 연습실 잡아서 노래 연습을 할 때도 있고요. 집에서 그냥 쉬고 있으면 다음 날이 더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살짝 움직여주는 게 습관이 된 거 같아요.


-그동안 했던 작품들 중에 작품의 크기나 흥행과 무관하게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다면요?


물론 ‘빌리 엘리어트’는 제가 너무나 사랑한 작품이었고 ‘하데스타운’도 너무나 좋아하고 애착이 가는 작품이죠. 모든 작품들이 저에게 배움과 깨달음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하나를 이야기 해야 한다면, 저를 뮤지컬을 하게 만들어준 ‘루나틱’의 ‘정상인’이라는 배역이 너무나 고마워요. 제가 정식으로 연기를 배운 것도 아니고 많이 모자랐는데 무대가 감사한 곳이고, 배우가 너무나 하고 싶다는 마음을 심어준 작품이에요.


-꿈이 흔들렸던 시기는 없었나요?


2013년도에 그만 두려고 했었어요. 오디션마다 잘 안되고, 막상 오디션에 붙어 참여하게 된 작품들 중에는 출연료를 받지 못한 작품도 있었고 공연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작품도 있었어요. 그래서 ‘난 안되나’ ‘안 되는 걸 붙잡고 있었나’ 안 좋은 생각만 했어요. 그러다 당시 함께 하던 20년지기 댄서 친구들이 있었는데 다들 직장인이었거든요. 낮엔 아르바이트를 하고 새벽에 모여서 춤추고 공연하고 그러면서 좋은 에너지도 얻게 되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을 수 있게 됐죠.


-무대에 대한 권상석 배우만의 신념이 있다면요?


신념이라는 말이 어려운데, 제가 하는 공연엔 사명을 다하자는 각오를 늘 하고 있어요. 저한테 온 오늘이라는 시간과 함께 하는 배우들의 오늘이란 시간, 관객들의 귀중한 오늘이란 시간이 헛되지 않게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하려고 늘 노력해요.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될지도 궁금한데요.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있나요?


딱히 정해진 계획은 없어요. 앞으로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지금의 저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소중히 보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권상석 배우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들도 궁금해요.


제 목표는 죽을 때까지 무대에 서고 싶고, 배우라는 직업을 꾸준히 하고 싶어요. 정말로 사랑하는 직업이거든요. 계속해서 관객들과 마주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D:히든캐스트'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