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헬로스테이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하데스타운’의 매혹적인 이야기
입력 2021.09.26 10:01
수정 2021.09.25 23:43
2022년 2월 27일까지 LG아트센터
그리스 신화 현대적으로 재해석
뉴올리언스의 낡고 작은 재즈 바를 연상케 하는 공간. 아메리칸 포크와 블루스, 재즈가 뒤섞인 총 37개의 노래, 그리고 그 노래를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무대로 연결된다. 이 낡고 작은 재즈 바는 ‘하데스타운’이라는 거대한 기계의 일부일 뿐이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이야기를 전개시킴과 동시에 무대를 확장시켜 나간다.
지난 7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지하 세계로 향하는 오르페우스 신화는, 추위와 배고픔과 싸워 생존하려는 강인한 모습의 에우리디케와 봄을 불러올 노래를 쓰고 있는 언제나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오르페우스의 만남으로 재탄생했다.
사계절 중 봄과 여름은 지상에서 가을과 겨울은 지하에서 남편인 하데스와 보내는 페르세포네 이야기의 구조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된다. 하지만 자유와 즐거움을 만끽하는 페르세포네, 많은 이들이 만들어 낸 가치를 독식하는 자본가 하데스 등 신화 속 신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을 이끈다.
지상과 지하 세계를 배경으로 두 개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교차되는 가운데 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전령 헤르메스가 내레이터 역할로 등장해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야기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익히 잘 알려진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를 이야기의 한 축으로 삼는 뮤지컬의 특성상, 관객들은 이미 결말을 알고 공연장에 들어선다. 그러나 정해진 비극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이 작품이 위로를 건넬 수 있는 건,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고 믿으며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겠다는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 때문이다.
대본을 악보로 비유하면, 마치 ‘도돌이표’가 있는 것과 같다. ‘하데스타운’의 이야기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헤어짐으로 막을 내리지 않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첫 곡인 ‘로드 투 헬’(Road To Hell)을 부른다. 이 곡을 통해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처음처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공연이 마무리된다.
특히 공연에서는 봄을 불러오기 위해 쓰던 노래로 지하 세계의 왕 하데스의 마음까지 움직이는 오르페우스(조형균·박강현·시우민), 결말을 알면서도 이야기를 전해 야만 하는 헤르메스(최재림·강홍석), 권태로운 지하 생활과 자유를 만끽하는 지상에서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는 페르세포네(김선영·박혜나), 스스로 선택했지만 선택에 대해 후회하고 절망하는 에우리디케(김환희·김수하), 자비라곤 없어 보이는 광산의 주인 하데스(지현준·양준모·김우형)도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데, 이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로 완성된다.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끊임없이 속삭이며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운명의 여신을 비롯해 오르페우스의 노래를 듣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일꾼들, 마지막으로 공연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무대를 지키며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7인조 밴드까지 강한 흡인력으로 관객들을 ‘하데스타운’으로 끌어올린다. 2022년 2월 27일까지 LG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