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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급등에 항공‧정유 직격탄…자동차‧조선‧반도체는 호재

박영국기자 (24pyk@dailian.co.kr), 이건엄 기자
입력 2021.10.13 11:35
수정 2021.10.13 11:44

항공, 트래블 버블 수혜 기대 산산조각

자동차, 수출 단가 올랐지만…생산차질이 발목

조선, 후판가 부담 커졌지만…긍정 요인이 더 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활주로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들이 계류돼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원‧달러 환율이 지난 12일 1200달러를 돌파하고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주요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체적으로 달러가치가 오르고 원화가치가 낮아지면 수출을 통한 매출 상승 효과가 있지만, 원자재나 운영비용의 수입 비중이 높은 경우 원가부담이 커진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는 항공업종이다.


그동안 트래블 버블 협정국 확대와 백신 접종률 상승으로 국제선 티켓 판매 활로가 열리며 수익성 개선을 기대했던 항공업계는 환율 급등으로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항공업체의 경우 항공유와 항공기 임대료 등 모든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다 보니 환율 상승에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이는 대부분의 티켓을 원화로 판매하는 국내 항공사들의 특성과 맞물려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항공사별로 보면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560억원의 외화 손실이 발생한다. 현금 흐름도 악화돼 19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원 변동 시 상반기 말 기준 약 343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한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항공원가의 20%를 차지하는 유류비 부담도 높아진 상황이라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항공업체들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년 만에 80달러 선을 돌파했다. 숫자보다 속도가 더 문제다. 지난 8월 20일 62달러에서 두 달도 안되는 사이에 18달러나 치솟았다. 대한항공의 경우 배럴당 유가 1달러 변동 시 약 3300만달러의 손익변동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희영 항국항공대학교 교수는 “환율과 유가 등 외생변수로 발생한 손실은 항공사들이 대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만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보니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항공사들의 경우 원화로 티켓을 판 후 비용을 달러로 처리하는 만큼 타격이 크다”며 “당초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데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환율과 유가 변수로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는 정유업계 역시 환율 급등에 따른 원유 매입비용 상승은 큰 부담이다. 원유 결제를 달러로 하기 때문에 환율이 급등하면 그만큼 손해가 생긴다.


더구나 최근 달러화 강세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유업계에는 이중으로 압력이 가해지는 셈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제품을 수출하기 때문에 영업이익은 플러스 효과가 있지만, 환차손 영향으로 순이익은 마이너스가 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

자동차‧조선업종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부정적 요인과 수출 단가 상승이라는 긍정적 요인이 상존하지만 대체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수출 산업인 조선산업은 선박 수주부터 인도까지 2년가량 소요되는 관계로 계약시점 대비 환율이 오르면 매출에는 긍정적 요인이 된다. 최근 후판가 인상에 환율 급등까지 더해져 원자재가 부담이 높아진 상태지만 충분히 상쇄가 가능한 수준이다.


환율 변동 위험에 대비해 선주사와 조선소간 환헤지로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기도 하지만 100%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환헤지는 통상 선가의 70% 내외 수준으로 맺는 만큼 나머지 30%는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 후판가 부담 등을 감안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매출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 2공장에서 팰리세이드가 생산되고 있다(자료사진). ⓒ현대자동차

자동차 업계에도 환율 급등은 희소식이다. 다만 최근의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차질로 환율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갖춘 현대차그룹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일부 물량에 한해서만 환율 상승 수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환율 상승은 수출 단가가 올라가는 점에서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현지생산 비중이 높아 영향이 크지 않다”면서 “원‧달러 뿐 아니라 유로화 등 해외 생산기지 및 시장별 현지 화폐들의 다양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트레일블레이저‧트랙스 등을 공급하는 한국GM의 경우 평상시였다면 환율 급등이 호재가 됐겠지만, 반도체 대란으로 공장 가동이 멈춘 상태라 울상이다.


주력 수출차종인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한국GM 부평 1공장이 지난 4일부터 2주간 가동을 멈춘 상태다. 당초 18일부터 가동을 재개할 계획이었지만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가동 차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이 거의 안 되고 있어 환율 변동 수혜를 언급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오히려 해외에서 조달되는 일부 부품 가격이 올라 제품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GM은 GM으로부터 쉐보레 콜로라도, 트래버스 등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어 이들 차량의 공급 원가 상승 압박까지 받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주력 수출시장이 유럽이라 달러보다는 유로화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는다. 유로화도 원화 대비 강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유로화 강세 때는 수출에 유리하지만 유로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손해가 크기 때문에 르노그룹과 협의 하에 환 변동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와 가전도 환율 상승이 수익성 면에서 호재로 작용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원화환율 변동이 우리 경제 및 제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업종의 경우 환율이 10% 상승할 때 매출은 4.7% 증가, 영업이익률이 2.5% 오른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의 경우 원자재 가격에 따라 변동될 수는 있지만 수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환율상승이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가전의 경우 삼성과 LG등 주요 업체들이 해외 주요 거점에 공급망을 잘 갖추고 있어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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