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밖에서 '당근' 내민 북한, 안에선 '채찍질'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1.09.28 04:00 수정 2021.09.28 00:15

최고인민회의 앞두고 '사상전' 박차

김여정 '유화담화' 내부 보도 안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종전선언 제안을 계기로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내세워 '조건부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을 피력했지만, 내부적으론 자력갱생 기조를 고수하며 주민 통제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북한이 지난 8월 말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오는 28일 개최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올해 초 수립한 대내외 노선을 견지하며, 북한 주민들의 '정신력 무장'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분위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사상제일주의 기치 높이(높여) 우리식 사회주의의 새 승리를 이룩해나가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세계적 보건위기와 장기적인 봉쇄로 인한 곤란과 애로는 전쟁 상황에 못지않은 시련의 고비로 되고 있다"며 "일찍이 있어 보지 못한 초유의 난국은 지금껏 발휘해보지 못한 힘과 지혜로만 정면돌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우리 당은 언제나 그러했듯 혁명을 진척시켜나감에 있어서 그 어떤 우연적인 기회나 그 무슨 외부의 지원에 절대로 기대를 걸지 않는다"며 "혁명의 전진동력은 인민대중의 정신적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상제일주의'가 △혁명·계급 진지를 다질 수 있게 하는 근본 담보이자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최강의 무기이고 △집단주의에 기초한 사회 본태를 살려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사상제일주의 실천을 위해 "온 나라가 혁명열·투쟁열·애국열로 부글부글 끓어 번지도록 사상전을 드세차게 벌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내부결속 필요성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북한은 차기 최고인민회의 주요 안건으로 △시·군 발전법 △청년교양보장법 채택 △인민경제계획법 수정보충 △재자원화법집행 검열·감독 정형 △조직문제 등을 예고한 바 있다. 하반기 경제 성과 달성과 사상전 등 '내치 이슈'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일찍이 피력해둔 셈이다.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하는 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하는 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북한 당국은 '노선 전환'을 내포하고 있는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 유화 담화'를 대내적으로 함구하고 있기도 하다. 김 부부장이 '개인 의견'을 전제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했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운신 폭을 넓게 가져가는 모양새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이 가장 최근 접한 북한 당국 차원의 대남 메시지는 한미연합훈련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김 부부장의 지난 8월 10일자 담화다.


김 부부장은 해당 담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임을 받았다며 한미를 겨냥한 '안보위협'을 예고한 바 있다. 특히 "남조선 당국자들"을 직접 거론하며 "배신적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최근 발표한 유화 담화보다 '구속력'이 강한 메시지를 지난달 북한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각인시켜놓은 셈이다.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기 전까진 북한의 '전향적 대외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청와대와 정부 역시 큰 폭의 남북관계 진전 가능성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평화라고 하는 강 너머에 도달하기 위해 아주 첫 입구에 있는 단계"라며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북한이 우리 호출에 응답하는 1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남측이 오전·오후 시도한 통신연락선 정기통화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