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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노년층은 어쩌라고’…외식쿠폰, 현실성 지적 여전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1.08.30 07:15
수정 2021.08.27 19:14

내달 200억 규모 외식쿠폰 재개…비대면·온라인 위주 가닥

소비자·식당, 사각지대 등 현실 반영 부족하다는 지적 잇따라

서울 시내에서 배달 라이더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했던 외식 활성화 캠페인을 내달 재개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여전히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 중 비대면·온라인 외식 할인 쿠폰 정책을 재개한다. 외식쿠폰은 배달앱을 통한 음식 주문에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2만원 이상 음식을 3번 주문할 경우 4번째 주문할 때 1만원을 환급해준다.


올해 외식쿠폰 예산은 200억원으로 배정됐는데, 명절 연휴(9.18~22일)도 지원 기간에 포함될 수 있도록 재개 시점을 결정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해 직접 식당에서 먹거나 매장을 방문해 포장하는 경우는 횟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소비자와 외식업체 모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외식 소비 활성화 등을 위해 기획된 정책이지만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인 데다, 배달 앱을 통한 주문만 인정하는 등 기준을 뒀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1인가구를 중심으로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소비쿠폰의 혜택을 받으려면 한 번에 2만원 이상 주문해야 하는데, 혼자서 그만큼 시킬 일이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 재학중인 김모(20대)씨는 “최근 자취를 시작하게 되면서 배달앱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한 끼 식사에 2만원을 쓰진 않는다”며 “가격대를 조금 낮춰 책정했다면 학생을 포함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갔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여의도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윤모(30대)씨도 “1만원을 환급을 받기 위해 8만원을 쓰는 것은 낭비이기 때문에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환급을 받기 위해 배달음식을 더 시켜 먹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취약계층 소외 현상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스마트폰 활용이 어려운 노년층이나 장애인 등은 배달로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이 쉽지 않은데 이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전라도 광주에 거주하는 김모(60대·여)씨는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시켜 먹는 일은 거의 없다”며 “식당에서 혜택을 못 본다면 젊은 친구들만 이득을 보기 좋은 정책 같다”고 말했다.


제주시 연동 누웨모루 거리의 한 식당이 손님이 없어 텅 비어 있다.ⓒ뉴시스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 입장에서도 배달수수료 부담으로 남는 것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배달앱 없이는 장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면서 앱 내에서 노출 순위를 높여주는 광고비부터 배달앱의 중개수수료, 카드수수료 등 갈수록 순이익이 줄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대형 배달앱들이 한 집만 빠르게 배달해주는 ‘단건배달’ 경쟁을 하면서 높아진 대행료를 자영업자들이 떠안는 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높아진 수수료 탓에 수익이 줄어들면 장기적으로는 음식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뒤를 잇는다.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0대)씨는 “한 달에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 14시간씩 일해도 배달수수료부터 다 빼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절망적”이라며 “1년 동안 국민들이 거리두기를 잘 지켜오고 학습이 된 만큼 오프라인 활성화 정책도 슬슬 필요한 시점인 듯 하다”고 했다.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는 업소 역시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메뉴 특성상 배달을 하기 어렵거나 인건비, 수수료, 지역 상의 이유 등으로 배달을 고려하지 않는 업체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미 거리두기로 인원 제한을 하고 있는데 또 오프라인 손님을 배제한 것은 이중 규제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일각에서는 향후 배달을 하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간 매출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나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취급하는 메뉴의 특성상 배달 서비스가 어려운 업체들과 매장 영업만 고집하는 업체들의 어려움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이미 거리두기로 인해 테이블 절반만 손님을 받고 있는 데다, 인원 제한으로 수용할 수 있는 사람도 적은데 비대면에만 혜택을 주는 것은 영세한 식당 입장에선 안 하느니만 못한 정책일 듯 하다”고 말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외식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외식쿠폰 재개 소식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라면서도 “현재 상황은 이해하지만 배달수수료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또 다시 오프라인 위주 영세한 식당들은 고려하지 않았단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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