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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떠나는 미국③] 한반도에 주는 메시지…"안보 경각심 높여야"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입력 2021.08.18 00:05
수정 2021.08.17 22:42

'국익우선' 내세운 바이든 정부…'주한미군 변수' 가능성

"미군 철수하면 한국도 아프간 꼴" 美칼럼니스트 경고도

野대선주자 '한미동맹' 강조…"정부 안보 경각심 높여야"

15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도피한 후 탈레반 전사들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을 장악하고 있다.ⓒ뉴시스

미군 철수 이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국익 우선'을 내세운 대외정책 기조를 이번 아프간 사태를 통해 재확인하면서 지구 반대편 한반도 외교‧안보 정세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아프간 정권 붕괴 후 첫 기자회견에서 "철군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국익이 없는 분쟁지역에서 끊임없이 싸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냉철한 '국익 우선주의'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 정부에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방위비 분담금을 최대 5배 수준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고, 한미 연합군사훈련 비용이 과도하다거나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한반도 안보의 핵심 축인 주한미군의 역할을 비롯한 한반도 외교‧안보 정세에도 변화의 바람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바이든 정부는 미군의 해외 재배치 문제를 따져보는 글로벌 군사태세 검토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한반도 준비태세에 적절한 주한미군 수준을 유지하겠다"면서도 주한미군 재배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아프간 전쟁과 재건에 1조 달러(약 1169조원)를 넘게 투입하고도 '체질개선'에 실패하며 미군 철수 결정을 내렸다. 인권의 사각지대를 방치한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국익 없는 전쟁'이라며 손절하듯 돌아선 냉정한 국제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점진적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서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가능성과 함께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미동맹이 약해지면 북한의 핵무기 한두 발에도 한국의 안보는 위태롭게 된다.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이를 증명한다"면서 "미군 철수가 완료되기도 전에 정부가 무너져버린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북핵 위협 앞에 놓인 한국이 한미동맹과 연합군사훈련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를 잘 말해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조지 W 부시 전 미국 행정부에서 백악관 수석 연설 보좌관을 지낸 워싱턴포스트의 마크 티센 칼럼니스트는 탈레반에 함락된 아프가니스탄과 한국을 비교하며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없으면 한국도 빠르게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野 대선주자 "남일 같지 않다" 文정부 안보관 우려


아울러 야권 대선주자들은 "남의 일 같지가 않다"며 일제히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선주자들은 아프간 사태에 대한 공식 언급을 꺼렸다.


정치권 대표적인 '외교통'인 국민의힘 박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카불이 함락됐단 소식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아프간 함락은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의 안보에도 위협을 줄 수 있다"면서 "미국 여론이 움직이면 주한미군도 철수하지 말란 법이 없다. 평소 한미동맹의 결속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어 "우린 북한 정권의 위협과 도발에 국가안보태세 확립과 한미동맹의 결속으로 당당히 맞서야 한다"면서 "우리 국민이 통합하고 스스로 안보태세를 굳건히 하고 자강의 틀을 다질 때 동맹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가짜평화'로 국민을 선동하는 세력과 당당히 맞서는 불굴의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아프간 붕괴 교훈은 한가지다. 스스로 지킬 결기가 없다면 어떠한 외부의 도움도 의미 없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다시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관을 지적하면서 "북핵은 우리 안보의 최대 위협인데도 문재인 정권은 이를 외면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한미 연합훈련을 남북대화의 장애물인양 몰아가고 있다"면서 "안이한 정세 인식과 무조건적 포용으로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잘못된 안보관이 크게 걱정스럽다"고 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한미연합훈련의 취소를 요구하며 압박해오는 북한, 그 북한의 눈치를 보는 대한민국 정부와 여당 국회의원들이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한다"며 "아프가니스탄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쉽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경종을 울렸다.


원 전 지사는 이어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과 굳건한 동맹의 힘으로 다시는 넘볼 수 없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임을 증명해야 한다"며 "부국강병만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도 "우리 국민은 미군이 떠난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 수중으로 들어간 현실을 보고 주한미군이 안보와 안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 이사장은 "미국이 떠난 아프가니스탄에 탈레반 정권이 들어선 현실을 보고, 국가 간 영원한 동맹과 영원한 적이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공동의 이익이 유지되지 않으면 미국은 언제든 떠난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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