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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흥행 실패...하반기 IPO 대어 불똥 튈까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1.08.05 13:51 수정 2021.08.05 13:52

증거금 5조 턱걸이...카뱅 10분의 1

“기업가치 산정 두고 눈치싸움 심화”

크래프톤의 공모주 일반 청약 첫날인 지난 2일 오후 서울의 한 증권사 창구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크래프톤이 일반 청약 흥행에 참패하면서 공모주 투자 거품이 걷히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크래프톤은 중복 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기회였지만 저조한 성적을 내는 데 그쳤다. 대어급 기업들의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며 개인투자자들도 차별화된 투자에 나서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진행된 크래프톤의 청약 증거금은 5조358억원으로 집계됐다. 여러 증권사를 통한 중복 청약이 가능했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80조5000억원)와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000억원)는 물론, 중복 청약이 금지됐던 카카오뱅크(58조3000억원)와 비교해도 10분의 1 수준이다. 최종 통합 경쟁률은 7.79대 1을 기록했다. 역시 카카오뱅크(182.7대 1)에 비해 낮았다.


고평가 논란과 증시 고점 우려, 중국발 악재 등이 불거지며 투자심리를 끌어내렸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의 자매지인 경제참고보는 지난 3일 텐센트의 일부 게임을 겨냥해 ‘전자 마약’, ‘정신적 아편’이라는 표현을 쓰며 게임산업 규제를 촉구했다.


특히 업계는 49만8000원이라는 비싼 공모가를 흥행 부진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크래프톤의 최소 청약 증거금은 249만원이다. 카카오뱅크(19만5000원), SK바이오사이언스(32만5000원), SKIET(52만5000원) 등에 비해 소액투자자들에게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증권사 3곳에 모두 최소 청약 증거금을 넣으려면 총 747만원이 필요했다.


크래프톤의 코스피 시장 상장일은 오는 10일이다. 다만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의 두배로 시초가 형성 뒤 상한가 기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낮아 상장 직후 상당한 거래 가능 물량이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기관 투자자 중 의무 보유를 확약한 비율은 22.05%에 불과했다. 지난해 상장해 따상에 성공한 카카오게임즈의 의무 보유 확약 비율은 58.59%였다.


하반기에도 대어급 IPO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크래프톤의 부진이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과 카카오페이, 현대중공업, 현대엔지니어링, 넷마블네오 등이 하반기 IPO에 나설 계획이다.


크래프톤의 흥행 참패가 높은 공모가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오며 기업들의 기업가치 측정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렌터카 1위 업체 롯데렌탈의 경우 IPO 과정에서 보수적인 몸값을 산정해 업계 눈길을 받았다. 롯데렌탈은 경쟁사를 국내 기업으로만 구성하고 카셰어링 기업인 자회사 그린카를 기업가치 산정에서 제외했다.


전반적인 공모주 ‘붐’이 일었던 지난해와 달리, 하반기 들어 신규 상장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도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IPO 시장의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차별화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매력적인 공모가 확정도 중요하지만 전방 산업의 성장 모멘텀과 업황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신규 상장을 앞둔 기업들의 눈치싸움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기업의 경우 조금 더 공격적인 기업가치 평가를, 그렇지 않은 기업들의 경우 보수적인 기업가치 평가를 할 가능성이 커져 상황에 따른 다양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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