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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인플레’ 경고...전국민 재난지원금 괜찮나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1.07.19 15:40
수정 2021.07.19 15:46

원자재 상승 ·보복 소비, 물가상승 압력 전망

“33조 추경, 물가 자극 어려워” vs 정치적 변수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6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철현, 이동주, 홍정민, 진성준, 이규민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을 경고하고 나섰다. 한은은 당초 물가상승을 일시적으로 봤으나 글로벌 경기회복과 백신접종 등에 힘입은 소비 회복, 원자재 가격 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33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9일 한은은 ‘최근 인플레이션 논쟁의 이론적 배경과 우리경제 내 현실화 가능성 점검’이라는 ‘BOK이슈노트’ 보고서에서 중기 시계에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 적지 않게 잠재해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백신접종과 정부의 추경, 저축 증가 등으로 펜트업 소비(보복소비)가 나타나면서 수요측 물가상승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이다. 한은 측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대응을 위한 완화적 재정·통화정책 시행으로 유동성이 늘어난 가운데 올해 말 백신 접종률이 목표 수준에 이를 경우 수요 압력 증가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해상운송료 급등을 비롯한 공급측 물가 상승 요인도 기대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재점화된 인플레이션 논쟁도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글로벌 물가상승 압력이 국내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경기 회복세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유동성의 과도한 확대를 방지하고, 원자재 가격 등 공급 측 요인이 자기실현적 기대로 전이되지 않도록 기대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한은의 보고서는 국내 물가상승 움직임에 대해 관망세로 접근했던 기존과 다소 변화된 시각이다. 최근 물가는 급격히 올랐다. 식료품이나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대 초반으로 올랐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초중반까지 뛰었다. 물가상승률이 2%대를 넘어선것은 2018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은 2% 내외에서 유지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물가 상승 압력 우려 전망에 대해 한은측은 미국 중심의 공급측면 요인, 원자재 시장에 대한 요인 등이 변화에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내용을 종합하면 한은이 주요 통화정책 목표인 ‘물가안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의 과도한 확대를 방지해야한다’는 결론 역시 기준금리 인상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해석되고 있다.


문제는 30조원이 훌쩍 넘는 수준의 정부 재난지원금이다. 추경으로 재난지원금이 풀리면 가계의 씀씀이가 커지고 물가의 수요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5차례 추경을 통해 재정부양책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2차 추경 예산안은 약 33조원으로 정해진 가운데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따른 추경안 증액 논의도 이어지는 중이다.


시중에는 사상 최저인 기준금리 연 0.5%를 유지하면서 돈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시중통화량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 평잔)의 전년 대비 증감률은 팬데믹 위기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2021년 5월 7.9%에서 11%까지 올랐다. 올해 들어 5개월 연속 10%대 증가율을 기록중이다.


한은은 추경편성이 국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나, 코로나 위기 이후 한국 정부의 재정 정책 변화로 과거보다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박경훈 한은 조사국 전망모형팀 차장은 “보고서를 통해 직접적으로 분석한 것이 아니라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국내에서 기대재정수지가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영향을 미치는 움직임이 크지 않고, 미국과 같이 규모가 큰 것도 아니라서 추경편성 등 재정정책을 통해 물가를 직접 자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과거에는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면 한은이 통화정책으로 조절했지만, 최근에는 기준금리가 0%대로 낮아지면서 재정정책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정치적 포퓰리즘 성격을 띄게 되고, 재정준칙을 어길 가능성도 있어 재정정책에 의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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