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면 말 없고 재판 추가...사법리스크 증대 우려
입력 2021.07.05 06:00
수정 2021.07.04 12:22
광복절 앞두고 사면·가석방 논의 구체적 진전 없어
수심위 프로포폴 수사 중단 권고에도 정식재판 회부
풀려나도 늘어난 재판으로 글로벌 경영 차질 불가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둘러싼 사면 논의가 별다른 진전이 없는 가운데 새 재판 발생으로 사법리스크 증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전 세계 시장과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의 발이 묶이면서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는 양상이다.
5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들의 사면 찬성 여론이 높아지고 청와대에서도 긍정적인 검토 기류가 형성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는 듯 했던 사면 논의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일 문재인 대통령과 4대 그룹 총수들과의 간담회를 계기로 내달 광복절에 맞춰 특별사면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움직임은 없어 불확실성이 크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사면 필요성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결정 주체인 청와대의 움직임은 아직 없다.
사면의 대안으로 거론돼 온 가석방도 형식적인 요건은 채우지만 불투명한 상황은 여전하다.
지난 4월 법무부는 이달부터 가석방 심사 대상 기준을 복역률 80%에서 60%로 완화하기로 했는데 이 부회장도 이달 말이면 형기의 60%를 채워 대상자가 될 수 있다.
가석방은 법무부 차관이 위원장인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적격 심사를 하고 법무부장관이 최종 허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사면과 마찬가지로 이와 관련한 움직임은 아직 없는 상태다.
하지만 사면이나 가석방은 모두 국정농단 사건에 국한되는 것으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사건에는 해당되지 않아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악재마저 겹치고 있어 이 부회장과 삼성에 더욱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당초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약식 기소됐던 이 부회장이 정식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약식 기소는 비교적 혐의가 가벼운 범죄에 대해 검찰이 정식 공판 없이 약식 명령으로 벌금·과료·몰수 등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8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약식 기소된 이 부회장의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검찰이 지난달 17일 정식 재판에 회부해달라고 신청한 데 따른 조치다.

검찰은 당초 지난달 4일 벌금 5000만원에 약식 기소를 했지만 경찰이 별건으로 따로 수사해 오던 사건을 검찰로 넘기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검찰은 경찰이 넘긴 사건 수사 내용에 따라 공소장을 변경해야 할 수 있어 정식 재판 절차를 신청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열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 중단이 다수 의견으로 나왔고 기소 여부에 대해서도 찬반 의견이 각각 7명씩 가부동수로 팽팽했음에도 약식기소를 넘어 정식 재판에 회부되게 된 것이다.
현재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재판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재판 부담까지 안게 되면서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는 더욱 커지게 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지원 사건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삼성을 향한 칼날은 여전히 날카롭다.
공정위는 삼성이 삼성웰스토리에 계열사 급식 물량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부당지원을 했다는 이유로 총 2349억2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직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이뤄진 급식 문제까지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잇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 증대로 글로벌 기업 삼성의 경영 차질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시장과 글로벌 경영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확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대응력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도저히 경영에 전념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기업의 위기 극복과 국가 경제 재도약을 위한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재계의 시선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인신 구속에 이어 재판까지 늘어나면서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는 더욱 커지게 됐다”며 “사면이나 가석방이 이뤄진다고 해도 재판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어 경영에 온전히 집중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