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청출어람in가요] 던 ‘그건 너’, 랩으로 변주된 이장희의 털털한 보컬
입력 2020.05.04 11:36
수정 2020.05.04 11:40
던 ‘그건 너’ 4월 29일 발매
금지곡이었던 ‘그건 너’, 리메이크 단골 노래로
<제자가 스승보다 나은 것을 비유하는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수들은 선배 가수의 명곡을 자신의 색깔로 재해석하거나, 빛을 보지 못했던 노래를 다시 부르면서 그 가치를 재평가 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편곡과 가수의 목소리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과 감성을 주는 ‘청출어람 리메이크’곡을 살펴봄으로써 원곡들도 다시금 조명합니다.>
싱어송라이터 던(DAWN)은 이장희의 대표곡인 ‘그건 너’를 리메이크했다. 던이 부른 ‘그건 너’(Hey You)는 지난달 29일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또 같은 날 개인 유튜브를 통해서 안무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이번 작업은 SBS ‘본격연예 한밤 – 신구함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선배 가수들의 명곡을 2020년 후배들이 새로운 감성으로 다시 부르는 프로젝트로, 던은 마지막 주자로 참여해 지난달 8일 방송에서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원곡: 이장희 ‘그건 너’
이장희의 ‘그건 너’는 1973년 발매한 정규 3집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이장희의 대표곡 중 하나로 꼽히는 이 곡이 히트하면서, 이 곡이 수록된 음반이 당시 5만 장이나 팔린 것으로 전해진다.
‘우연히 마주친 동창생 녀석이 너 미쳤니 하면서 껄껄 웃더군’ ‘전화를 걸려고 동전 바꿨네 종일토록 번호판과 씨름했었네’ 같은 구어체의 상큼한 표현과 ‘그건 너’라는 직설적인 화법이 인기를 끌었다.
파격적인 어법은 물론, 이를 실어 나르는 이장희의 털털한 창법도 인상적이다. 꾸밈없이 담백하고, 흥얼거리는 듯한 편안한 이장희 특유의 보이스에 기타리스트 강근식의 기타 연주가 더해지면서 절로 고개를 까딱이게 한다.
◆리메이크곡: 던 ‘그건 너’
던은 이장희의 ‘그건 너’에 대해 “전주를 듣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가사가 정말 좋다”면서 “40~50년 됐는데도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새로웠다 요즘 아티스트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느낌이다. 사실은 손대고 싶지 않을 만큼 좋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던은 ‘그건 너’를 특유의 세련된 사운드로 재해석했다. 원곡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사운드로 변화를 꾀했다. 이장희의 흥얼거리는 듯한 보이스는 던의 읊조리는 듯한 러프한 랩으로 탈바꿈됐다. 또 던의 매력적인 저음으로 부르는 ‘그건 너’로 원곡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와 함께 공개된 안무 영상도 눈여겨볼 만하다. 새롭게 만들어진 ‘그건 너’에 맞춰 물 흐르듯 흘러가는 춤선이 시선을 끈다.
◆비하인드 스토리
‘그건 너’의 리메이크는 꾸준히 진행됐다. 1988년 김완선을 시작으로, 세시봉 출신 포크 뮤지션을 다룬 영화 ‘쎄시봉’에서 배우 진구가,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밴드 시나위도 각각 리메이크했다. 이어 2015년에는 KBS2 ‘불후의 명곡’에서 버즈가, 인디밴드 밴이지를 통해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많은 후배 가수들에게 사랑받는 히트곡이지만, 발매 당시에는 수난을 겪은 곡이기도 하다. 1975년 7월 가요정화운동이라는 명목으로 예술문화윤리위원회에서 ‘한 잔의 추억’ 등 이장희의 다른 곡들과 함께 금지곡 판정을 내렸다.
이장희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를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금지곡 판정을 받은 것이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이라는 이유였다. 이장희는 이 곡의 의미에 대해 “내 사랑의 표적은 너라는 의미”라며 당시 판정에 의아함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