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의 시대착오적 결정…공공기관이 제한하는 예술인의 ‘표현의 자유’ [D:이슈]
입력 2024.12.26 14:31
수정 2024.12.26 14:38
‘정치 언행 않겠다’ 서약 거부하자...콘서트 대관 취소
공연 일방적 공연 취소 당한 이승환 구미시장에 손배소 제기
가수 이승환의 구미 공연이 갑작스럽게 취소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데뷔 35주년 기념 전국 투어 콘서트 ‘헤븐’의 일환으로 구미 공연을 준비했지만, 공연 이틀 전 “관객과 보수 우익단체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라는 이유로 구미시 측이 일방적인 대관 취소를 발표하면서다.
문제는 이 구미시 측의 발표가 ‘표면적’ 이유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론, 구미시의 요청을 이승환 측이 ‘거부’한 것이 진짜 이유였다. 이승환은 구미시로부터 ‘정치적 선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받았지만, 이를 거부해 공연이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구미시 역시 입장문에서 이를 언급했다. 실질적 이유가 이승환의 해당 서약서 날인 거부라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김 시장은 이번 콘서트 취소 근거로 구미시 문화예술회관 운영 조례 제9조 1항 6호를 내세웠다. 6호에는 ‘기타 시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사용허가를 취소하거나 사용정지, 변경, 기타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대관 취소가 사회 전체의 이익에 반한다고 보기에 명백히 조례를 위반했다고 본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이승환은 구미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며, 음악계에서는 구미시의 공연 취소 결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단순히 물질적 피해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승환은 물론 음악계에서 분노의 목소리를 높인 것도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실제 과거에는 연예인의 사회적 발언, 특히 정치적 의견 표현이 금기시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민의식의 성장과 민주주의의 발전에 따라, 연예인 또한 자신의 신념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그러나 이번 구미 시장과, 구미시의 결정은 예술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사전검열 행위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켰다. 이승환 역시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 문제”라며 “창작자에게 공공기관이 사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문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했고, 그 요구를 따르지 않자 불이익이 발생했다. 안타깝고 비참하다. 우리 사회의 수준을 다시 높일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하고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공공기관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공공기관이 진영의 논리에 치우쳐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 침해를 정당화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움직임이 이번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자신의 소신을 밝힌 연예인의 자유로운 발언을 위축시키고, 문화예술계 전반의 자기검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실제로 예술행동은 이와 관련해 “무엇이 두려워 이승환 콘서트의 대관을 취소했는가”라며“대관 취소 결정은 내란 수괴 윤석열을 향해 이 땅의 가수로서 정의로운 외침을 마다하지 않은 한 가수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꼬집었다.
또 “우리는 이번 이승환 콘서트의 대관 취소 사건뿐 아니라 가수 아이유, 유리, 배우 조진웅 등 자신의 소신 있는 행동과 발언에 재갈을 물리려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극단적 극우 세력의 반인권적 혐오와 폭력적 행위를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 “민의를 대변하는 예술인의 소신 발언을 겁박하는 극우 정치인과 극우 세력의 부당한 강요행위야말로 가장 파렴치한 정치 행위” “이번 내란 사태에 당당하게 맞서 용기 있는 발언의 대열에 참여하는 문화예술인들과 연대할 것” “그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고 표현의 자유가 승리하는 순간까지 함께 싸울 것” “더이상 예술인의 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