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⑤] 다시 태어난 장필순의 명곡, 그 속에 담긴 의미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4.22 12:49
수정 2020.08.05 15:20

'수니 리워크-1' 3월 31일 발매

'수니 리워크-2'와 새 앨범 작업 동시 진행 중

ⓒ강영호

싱어송라이터 장필순은 지난달 31일 새 앨범 ‘수니 리:워크-1’(soony re:work-1)을 공개했다. 지난 2018년 8월 발표한 ‘수니 에이트(soony eight) : 소길화(花)’ 이후 1년 8개월여 만에 내놓는 앨범이다.


1989년 1집 ‘어느새’부터 2013년 7집 ‘수니(soony) 7’까지 지금까지 발표했던 곡들 중 13곡을 골라 재편곡 해 ‘리워크’ 앨범에 수록했다. 이 앨범에는 ‘어느새’를 시작으로 ‘철망 앞에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full ver.) ‘보헤미안a’ ‘햇빛’ ‘풍선’ ‘tv, 돼지, 벌레’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piano ver.) ‘djejg게 그렇게 까맣게’ ‘보헤미안b’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a guitar ver.) ‘흔들리는 대로’ ‘그대가 울고 웃고 사랑하는 사이’ 등이 담겼다.


기존에 있던 곡들을 ‘다시 불렀다’는 이번 앨범이지만, 가사만 같을 뿐 전혀 다른 노래로 태어난 느낌이다. 그의 과거와 미래를 그냥 소환한 게 아니라 그 시간동안 장필순이 쌓아왔을 연륜과 음악적인 성장,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고스란히 흡수해 비로소 새로운 음악이 된다.


D: 새 앨범 ‘수니 리워크-1’(soony re:work-1)이 발매됐다. 이전 곡들을 다시 부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소리두울’ 활동을 접은 이후 1989년에 첫 솔로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발표된 앨범들(총 8장의 앨범) 중 ‘다른 연주와 다른 목소리 색깔로 들려지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곡들을 한 곡씩 차분히 작업해 나가다 보니 리워크 앨범으로 완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D: 정규앨범의 이름을 특정 노래 제목으로 지은 것과 달리 6집부터는 스스로의 이름에 숫자를 붙이는 식으로 바뀌었다. 이번 리워크 앨범도 그렇고.


“기존의 앨범처럼 특정 노래 제목으로 앨범 타이틀을 하기엔 담긴 모든 곡에 대한 애정 표현이라고 할까요? 특별히 한 곡을 정하고 싶지 않았고 앨범마다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D: 앨범명에 ‘1’이라는 숫자가 붙었다. 두 번째 리워크를 기다리게 하는 설레는 숫자다.


“네, 리워크2를 지금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담기지 못한 곡들이 많습니다”


D: 워낙 명곡들이 많아서 한 앨범에 담아내긴 어려울 것 같다.


“그리 얘기해주시니 먼저 고맙습니다. 듣는 분들 입장에선 들려지는 대표곡들 위주라면 그 외의 다른 곡들을 접하는 기회도 될 것이고, ‘제비꽃’ ‘혼자만의 여행’ 등 아쉬운 곡들은 리워크-2에 담으려고 합니다”


ⓒ김도태

D: 기존에 앨범을 발매했을 당시와, 지금 다시 불러 앨범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와 닿았던 변화가 있나.


“더욱 미니멀 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목소리도 세월이 느껴지고요. 이전 앨범 속에서도 얼터너티브 한 분위기는 항상 담겨있었지만 그 점들을 더욱 단순히 들려지게 조동익 씨와 함께 좋은 소리 들을 찾곤 했습니다”


D: 데뷔곡인 ‘어느새’가 타이틀곡이 됐다.


“데뷔곡인 만큼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저의 첫 솔로 데뷔곡이며 세상에 제 이름을 알리게 된 곡이기도 하죠. 1집에선 조동익 씨가 베이스만 연주해주었지만 이번 리워크에선 이 노래를 연주뿐 아니라 편곡까지 담당 했습니다”


D: 유독 애틋한 곡이 있다면?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가 그렇습니다. 하나음악(1990년대 출범된 음악공동체로, 푸른곰팡이의 전신이다) 시절에 기억이 온전히 담겨있기도 하고요. 또 ‘어느새’는 31년 만에 rework-1에 담기니 또 의미가 깊고요. 조동익 씨의 곡은 물론 최고지만 많이 부족해도 제가 만든 곡들도 애착이 갑니다. 앨범을 듣는 것에 특별한 방법 같은 건 없습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건 제 음악이 가슴으로 듣는 음악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D: 가수 아이유가 ‘효리네민박’에서 장필순 씨를 ‘우상’이라고 표현했고, 많은 후배 가수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아티스트로 언급이 되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부끄럽습니다.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하고 싶은 음악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저를 좋아해 주는 음악 후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D: 장필순 씨의 매력이라고 하면 단연 ‘목소리’를 꼽는데, 스스로가 생각하는 목소리의 힘은 무엇일까.


“솔직함과 절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가지고 태어난 목소리입니다. 하하”


ⓒ홍원근

D: 제주 생활도 궁금하다. 곡 작업을 하지 않을 때, 제주에서의 일상은 어떨까.


“마당에 작은 텃밭과 몇 그루의 과일나무를 돌보는 일과 여덟 마리 반려견, 유기견과 길고양이들을 살피는 일들이죠. 그리고 조동익 씨가 항상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는데 곁에서 함께 듣는 시간들…. 지금은 동쪽으로 이사를 해서 자주 볼 수 없지만, 이효리 씨와도 제주 유기견 관련해서 서로 돕고 소통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D: 적응하기 힘든 시기도 있었을 것 같다.


“물론 있었죠. 서두르지만 않으면 시간이 해결해주더군요. 그리고 모든 걸 꼭 해결하려 하지 않고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생각합니다. 특히 제주에서 살면서 그런 것들을 배웠습니다”


D: ‘포크싱어’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다양한 장르를 해오셨다. 앞으로는 어떤 음악을 보여줄 생각인가.


“저는 ‘포크 싱어’라는 장르에 갇혀있지 않습니다. 제게 어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스타일이라면 어떤 장르라도 상관없습니다. 굳이 어떤 장르냐고 묻는다면 언노운 장르(unknown genre)? 하하”


D: 장르와 세대를 넘나드는 협업이 인상적인데요. 함께 하고 싶은 가수는?


“제가 함께 하고 싶은 뮤지션이라기보다 저와 작업하고 싶은 누군가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D: 마지막으로 반가울 만한 소식 하나 전해주신다면?


“5월 중에 ‘수니 리워크-1’이 LP로도 발매됩니다. ‘리워크-2’ 작업과 함게 새 앨범도 물론 구상중이고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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