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의 ‘고즈넉한’ 감성을 담은…인천 강화군 ‘국자와 주걱’ [공간을 기억하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4.11.29 14:00
수정 2024.11.29 14:00

[책방지기의 이야기⑮] 인천 국자와 주걱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 강화도 시골마을을 지키는 ‘요리’와 ‘국자와 주걱’


인천 강화군의 조용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국자와 주걱은 옛날 한옥집을 개조해 만든 ‘책방’이다. 굽이굽이 시골길을 따라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국자와 주걱에 들어서면 ‘책장이 저절로 넘어갈 것만 같은’ 조용하지만, 따뜻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장수정 기자

고양이 ‘요리’를 따라 책방에 들어서면, 다양한 분야의 책도 시선을 끌지만 창문 너머로 보이는 시골 풍경에 마음이 저절로 차분해진다. 구옥 감성을 그대로 살린 외양은 물론, 신발을 벗어야 들어갈 수 있는 책방 내부에도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있다. 책방 행사 풍경을 찍은 사진부터 아기자기한 소품들, 그리고 한쪽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까지. 서점 곳곳을 둘러보며 ‘힐링’하는 재미도 있다.


조용한 동네 안에서, 붓으로 쓴 글씨만으로 겨우 ‘책방’ 임을 확인할 수 있고, 위치도 외양도 여느 서점과는 사뭇 다르지만, 국자와 주걱만의 고즈넉한 공간은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곳이 되고 있다.


ⓒ장수정 기자

이 책방은 김현숙 대표가 지난 2015년 자신이 살던 집을 개조해 만들었다. ‘많은’ 독자들을 아우르겠다는 큰 목표는 없었다. 김 대표는 “책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살던 집에 공간을 열게 됐다. 당시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추진을 했다. 그러다 보니 원동력이 생기더라. 지금도 (그때 만난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라고 책방 운영 계기를 설명했다.


음식을 나누는 ‘국자’와 ‘주걱’처럼 책을 통해 지식, 그리고 행복을 나누길 바랐다는 책방의 이름처럼, 누구에게나 따뜻하게 ‘열린’ 국자와 주걱이다.


◆ “일부러 책 사며 응원해 주는 사람들”…시골 책방이 이어지는 이유


인천 강화군 양도면 도장리, 조용한 마을에 위치한 국자와 주걱은 외지인들이 쉽게 찾아 들어가기는 힘든 곳이다. 그럼에도 이곳만의 매력을 즐기기 위해 꽤 많은 단골손님들이 꾸준히 발걸음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왔던 분들이 또 와주신다. 책방이 9년이 됐는데, 어릴 때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은 이제 초등학생이 됐다. 아이들이 클 때까지 꾸준히 찾아준 손님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조용한 공간에서, 책을 고르고 또 읽는 경험을 하기 위해 국자와 주걱을 찾고 있다. 책 판매는 물론, 북스테이를 통해 오래 머무르며 책을 읽기도 한다. 공간의 특성상, 방해받지 않고 책을 오롯이 즐기기 위한 ‘찐’ 독자들이 모이는 곳인 셈이다. 김 대표는 “내가 동네에 마실 나가서 없으면 혼자 책을 결제하고 조용히 앉아서 보기도 한다. 가끔 어떤 손님은 내가 있는 걸 불편해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도시의 큰 서점들처럼 많은 독자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시작한 서점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폐업’의 위기는 없지 않았다. 김 대표는 “회사를 다니다가도 퇴사를 고민하지 않나. 서점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이러다가 언젠가는 하기 싫어지면 문을 닫지 않을까”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만큼 국자와 주걱을 사랑하고, 또 응원하는 손님들이 이 책방을 이어나가는 힘이 되고 있다. “우리 서점에서 책을 몇 권씩 사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이다”고 말한 김 대표는 “생각해 보니 그런 사람들이 있어 서점이 이어지는 것 같다. 내가 자리를 비울 때도 자연스럽게 이곳에 머무르다 가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이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국자와 주걱’만의 ‘색깔’은 이어나갈 생각이다.


“지금은 독립서점도, 또 북스테이를 하는 곳도 많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이런 공간을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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