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문턱에서 무너졌는데도…자신감 내비친 HLB 속내는

김성아 기자 (bada62sa@dailian.co.kr)
입력 2024.05.21 06:00
수정 2024.05.21 06:00

‘리보캄렐’ 병용요법 FDA서 CRL 수령

中 파트너사 ‘캄렐리주맙’ 미비점 주효

미중 갈등 영향 지적에…“관련 없을 것”

31일 항서제약 PUDFA 시점에 시장 주목

진양곤 HLB 회장이 지난 17일 FDA로부터 CRL 수령 직후 회사 유튜브를 통해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 승인 불발 사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HLB 유튜브

한때 시가총액 13조원을 기록하면서 명실상부 코스닥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던 HLB가 순식간에 시총의 반을 날렸다. 신약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불발 때문이다. 긍정적 임상 데이터로 승인 전부터 기대감을 고조시켰던 만큼 주주들의 실망감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시장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지만 HLB는 약물 승인에 대한 자신감을 버리지 않았다.


21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HLB는 지난 17일 FDA로부터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표적치료제 ‘캄렐리주맙’ 병용요법 간암 신약 품목허가에 대한 수정 보완서인 ‘CRL(Complete Response Letter)’을 전달받았다. 이에 진양곤 HLB 회장은 “파트너사인 항서제약과 함께 조속한 시일 내에 재승인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회사 측은 CRL ▲캄렐리주맙의 일부 미비점으로 인해 병용요법으로서 리보세라닙 승인을 보류 ▲여행제한으로 인한 BIMO Inspection(임상 현장 실사) 미완료 두 가지 사항만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진 회장은 “우리의 간암신약은 병용약물로 리보세라닙은 자회사 엘레바가, 캄렐리주맙은 항서제약이 개발 중인 약물이라 FDA는 두 회사에 각각 별도의 CRL을 보냈다”며 “항서제약이 수령한 CRL 열람은 상대회사의 영업비밀 침해가 될 수 도 있어 열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캄렐리주맙에 관한 이슈는 지난 12월 항서제약이 FDA 캄렐리주맙 공장 실사 과정에서 받은 마이너한 CMC 지적으로 추정된다”며 “항서제약은 지난 2월 해당 문제에 대한 피드백을 마친 상황이며 추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 항서제약과 FDA 의견 조율 이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IMO Inspection 이슈에 대해서는 수정 보완 사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진 회장은 “임상 실사 미완료는 항서제약과 HLB의 문제가 아닌 FDA 측 귀책사유이기 때문에 수정이 필요한 사항이 아닌 ‘승인 지연’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HLB 관계자는 “CRL에 따르면 FDA에서 여행 제한으로 인해 BIMO 실사를 마치지 못했다고 했는데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 3상이 진행된 13개국 중 여행 제한 국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기 때문에 현재 이 두 지역에 대한 실사 미완료를 FDA에서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병용요법 승인 불발이 바이오를 둘러싼 미중(美中)갈등의 여파로 해석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미국이 우시앱텍, BGI 등 중국 주요 바이오 기업 5곳의 사업 제한을 골자로 하는 ‘생물보안법’을 통과시키면서 바이오 산업 내 양국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HLB의 파트너사인 중국 항서제약 역시 해당 법안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 것.


HLB 관계자는 “항서제약은 생물보안법이 규정한 중국 기업 명단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영향은 없다”며 “또 생물보안법의 요지 자체가 민감정보인 유전체와 기술 탈취 가능성이 있는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의 사업 활동을 제한하는 것인데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은 바이오의약품이긴 해도 이미 많은 의약품에 적용된 PD-1 항체 저해 면역관문억제제이기 때문에 생물보안법과 관련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HLB는 자회사 엘레바와 함께 FDA에 BIMO Inspeciton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요청을 준비 중이다. 항서제약 역시 캄렐리주맙 CMC 이슈와 관련해 FDA와 소통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LB 관계자는 “기존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BLA PUDFA(Prescription Drug User Fee Amendments, 품목허가 수수료 수취) 마감 기한이 31일이기 때문에 해당 시점에 좀 더 구체적인 사항을 알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진 회장은 “신약의 유효성과 안전성 등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 약물 자체에 대한 FDA 문제제기는 없었다”며 “이번 CRL 발행은 전 과목을 기준 점수 이상으로 맞아야 하는 합격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들은 합격했으나, 한 과목을 실패한 것과 같다. 빠른 시일 내에 재승인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HLB는 이달 31일부터 6월 5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병용요법 3상 최종 전체생존기간(OS) 분석데이터에 대해 발표한다. 회사 측은 해당 데이터 발표를 통해 약물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아 기자 (bada62s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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