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아니라더니…한미약품이 쏘아올린 3차전 신호탄
입력 2024.08.29 13:46
수정 2024.08.29 13:46
박재현 대표, 한미약품 독자경영 체제 시동
한미약품 인사조직 신설에…지주사 업무 발령
내용증명 회신을 통해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던 한미그룹이 결국 확실한 분쟁 상황에 놓였다.
한미약품은 그간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 위임해왔던 인사 부문 업무를 독립시키고 자체 인사조직을 별도 신설한다고 29일 밝혔다. 전날 오후 경영관리본부에 인사팀과 법무팀을 신설, 이승엽 전무이사와 권순기 전무이사를 배치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자신의 관장업무에 경영관리본부를 포함했다.
박 대표는 현재 ‘3자연합’으로 불리고 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측 인물이다. 송 회장의 최측근인 박 대표는 일련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송 회장과 임 부회장 편에서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특히 3월 정기 주주총회 전 진행된 임 부회장 기자간담회에서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형제가 제시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대한 청사진에 대해 “내부의 실정과 사정을 충분히 검토하고 말씀하신 건지 의문”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에 한미약품의 이번 결정은 3자연합이 주장해 온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의 초석인 셈이다. 한미약품 측은 “올 초부터 시작된 거버넌스 이슈로 주주와 임직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을 감안해 조직을 빠르게 안정화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임 대표 휘하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독자경영 시도를 지주사 체제를 흔들려는 시도로 간주, 박 대표의 직위를 전무로 변경, 관장업무를 제조본부로 한정하는 인사발령을 공지했다. 다만 박 대표의 대표직은 계속 유지된다.
인사 문제로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송 회장과 임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공동 대표로 재직하던 시기, 양 측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일부 경영진에 대한 인사발령 조치가 10일 만에 무효화된 사실이 있다. 이 사건을 단초로 한미사이언스는 임시 이사회를 소집, 송 회장을 지주사 대표직에서 해임시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내부 경영진이 3자연합 측 인물과 형제 측 인물이 섞여 있기 때문에 당분간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또 다시 주총을 통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임시주총 개최에 대해서 양 측은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 3자연합은 이사진 개편을 이유로 임시주총 개최를 요구했으나 임 형제 측은 적확한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임시주총 개최에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