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강공원에 핀 '세송이의 물망초'…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를 아시나요?
입력 2024.05.17 00:10
수정 2024.05.17 00:42
'2024 서울 국제정원박람회'에 전시 부스 설치돼
'세송이물망초의 정원' 제막식 행사도 진행
정부, 물망초 상징물 활용해 국제사회 호소
김영호 "'나를 잊지 말아달라'는 꽃말 기억되길"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상징하는 '세송이의 물망초'가 뚝섬 한강공원에 피었다. 통일부는 '2024 서울 국제정원박람회'를 맞아 '세송이물망초의 정원' 작품을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16일 서울 뚝섬 한강공원에서는 '2024 서울 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특별시장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자리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북한에 끌려가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가족분들도 서울시민과 함께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 문화를 누리는 시간을 가지며 잠시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러한 염원을 담아 통일부는 이번 정원박람회에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의 상징인 '세송이물망초'를 활용한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통일부는 '세송이물망초의 정원'을 활용하여 다양한 전시 구성과 문화행사를 진행함으로써, 더욱 많은 시민 분들께서 박람회를 찾으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나를 잊지 말아달라'는 꽃말이 여러분들에게 기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통일부는 전시물 앞에서 '세송이물망초의 정원' 제막식 행사를 가졌다. 행사에는 김 장관과 오 시장을 비롯해 상징물을 만든 나난 강 작가와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가 함께했다.
김 장관은 "그간 납북된 국민들의 송환을 촉구하면서 그 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분들의 '잊혀지지 않을 권리'를 지켜드리기 위해 문화적 접근을 모색했다"라며 "통일부는 공감과 기억의 의지를 담아 '세송이물망초' 상징을 제작했으며, 이를 통해 문제 해결에 함께해 줄 것을 대내외에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통일부는 올해뿐만 아니라 문제가 해결되는 그날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세송이물망초'를 피워낼 것을 여러분 앞에 약속드린다"고 했다.
오 시장도 축사를 통해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는 우리 국민 모두가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함께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라며 "한강공원에 피어나는 세송이물망초의 정원을 통해서 오랜 세월 고통을 겪어온 피해자와 가족분들을 더 많은 국민들이 기억하게 되고, 피해자 송환을 위해서 모두 함께 노력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겠다"고 했다.
이 대사는 "이 행사가 북한에 납북된 국민의 생사 확인과 송환을 촉구하며, 그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데 국민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라며 "이를 통해 북한에서 힘든 우리 동포와 북한 주민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한마음이 되고, 국제 협력을 촉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는 '세송이물망초' 상징을 활용해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세송이물망초'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자신들의 납북자 문제를 환기시키기 위해 '블루 리본'이라고 불리는 배지를 오래전부터 착용해 왔다. 푸른색은 북한에 납치된 일본 피해자와 가족의 재회를 기다리는 뜻이 담겨 있다. 지난해 8월 진행된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당시에도 기시다 총리가 일장기가 아닌 푸른 리본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이에 통일부도 지난 2월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귀환을 염원하는 상징물(물망초)을 공개했다. 또 이를 모티브로 제작한 의상들을 '2024 F/W 서울패션위크' 런웨이쇼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말아요'인데, 고초와 역경 속에서도 그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과 희망이 담겼다.
지난 3월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세송이물망초' 뱃지를 달고 나오기도 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물망초 상징물을 활용한 국제사회 공론화의 효과를 묻는 질문에 "앞으로 국내에 있는 우리 국민들과 또 세계 시민들이 이런 문제를 일상 속에서 생각하고 또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 문제에 대한 대내외적인 공감대가 더욱더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의 가족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지난 23년 동안 전담 부서를 만들어달라고 요구를 했는데 이 정부가 전담 부서도 만들어주었고, 윤석열 대통령이 물망초 뱃지를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달고 나온 것을 보고 우리 가족들에게 희망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가졌다. 납북자 문제를 홍보하는 것이 발전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일본은 17명의 납북자를 구하기 위해 1년에 150억 예산을 책정하고 있는데 우리 가족들에게는 말하기도 창피할 정도의 예산이 있다. 그리고 납북자 전담 부서에는 (예산을) 3억 밖에 안 준다"며 "우리 국민들 한 사람이라도 찾아올 수 있도록 많은 힘이 돼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물망초 상징물을 만난 시민들은 긍정 반응을 보였다. 상징물을 구경하던 60대 여성 A씨는 이날 데일리안과 만나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 계기를 통해 알게 됐다"며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나난 강 작가의 지인으로 행사장을 찾은 모델 장윤주씨는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잠시나마 알게 돼서 마음이 아팠다"라며 "모든 사람은 다 자신만의 돌멩이를 하나씩은 안고 살아가지만 아직까지도 그곳에서 어떻게 지내는지조차 알 수 없는 가족분들 그리고 모든 북한에 계신 우리 동포분들에게 안부를 전해드리고 싶다. 또 이런 마음들이 정말 더 많은 분들에게 전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