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싸움 격화된 한미 경영권 분쟁…주총에 쏠리는 눈

김성아 기자 (bada62sa@dailian.co.kr)
입력 2024.02.16 06:00 수정 2024.02.16 09:47

형제 사익편취 VS 모녀 밀실경영 ‘여론전’

이사회 구성 핵심…주주제안권 행사도

‘캐스팅보트’ 신동국 회장 중요도 재조명

한미약품 본사 전경 ⓒ한미약품그룹

한미약품그룹 오너가(家) 내 경영권 분쟁이 격화된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분쟁 중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모녀(母女)와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형제(兄弟)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두 형제가 본격적인 경영 일선 복귀를 밝히면서다.


장남 임종윤 사장과 차남 임종훈 대표는 지난 8일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두 사람을 포함한 4명의 이사 후보자 선임 안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는 제약산업과 관련된 경험과 전문성이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임종윤 사장 측은 “모녀의 밀실경영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사회 구성을 새롭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형제가 본인 이외 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인물 중 하나는 권규찬 Dx&Vx 대표이사다. Dx&Vx는 임종윤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신약개발 기업이다. 형제는 이사회를 통한 경영권 교체 후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대표에는 임종훈 대표를, 자회사 한미약품 대표에는 임종윤 사장을 각자 대표로 세워 직접 경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모녀는 형제의 이러한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한미약품그룹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 같은 행보는 사익을 위해 한미를 이용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형제, 특히 임종윤 사장이 경영권을 사수하려는 이유가 사적인 채무 해결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입장문에 따르면 임종윤 사장은 상속받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대부분을 개인 사업 자금으로 활용하며 5407억원의 상속세 중 가장 적은 금액인 352억원만을 납부했다. 또 주식 담보대풀을 통해 연간 100억원에 달하는 이자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임종윤 사장의 개인 회사인 코리그룹과 Dx&Vx의 재무상태에 대한 비판도 서슴치않았다. 한미약품그룹은 임종윤 사장 인수 후 경영 상황이 좋아졌다는 Dx&Vx의 실상은 코리그룹 등 개인 회사를 통한 내부거래에 따른 것이라며 이를 활용한 상속세 재원 마련 등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모녀-형제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감정싸움으로 치달은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오는 3월 주총에서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발행 주식 총 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제안한 안건은 주총에 자동 상정된다. 이에 따라 형제가 제안한 이사회 구성 안건은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 표 대결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현재 임종윤·종훈 형제 측 특수관계자 지분은 28.4%다. 송영숙·임주현 모녀의 특수관계자 총합 지분 31.9%보다 3.5% 적다. 다만 형제 측은 모녀 측 특수관계 지분으로 분류되는 가현문화재단(4.9%)과 임성기재단(3%)은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는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에 따른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규정 때문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지난 2022년부터 국내 계열회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캐스팅보트인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의 거취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고(故)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지인으로 알려진 신 회장은 현재 12.15%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송영숙 회장(12.56%), 임종윤 사장(12.12%)에 버금가는 비율로 신 회장을 우군으로 확보하는 쪽이 앞으로의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해질 것은 자명하다.


한편 형제 측이 지난달 17일 수원지방법원에 신청한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 가처분에 대한 첫 심문은 오는 21일로 예정돼있다.

김성아 기자 (bada62s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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