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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장르 영화의 매력을 말하다 [29th BIFF]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4.10.03 18:02 수정 2024.10.03 18:09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과 신작 '클라우드', '뱀의 길'을 공개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즐거운 순간을 맞이했다.


ⓒ뉴시스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문화홀에서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과 박도신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부산에는 여러 번 방문했는데 올해는 명예로운 상을 받아 굉장히 특별한 해가 될 것 같다. 어제 개막식에 참석했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화려하고 훌륭한 자리에 선 게 처음이었다. 굉장히 즐거웠다"라고 말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자신에 대해 "40년 이상 영화를 만들고 베테랑 이야기도 듣지만 아직도 다음 영화를 뭐 찍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내 스타일은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신작 '클라우드'와 '뱀의 길'은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그는 "올해로 69세가 됐고 두 편의 영화를 영화제에서 소개하게 됐다. 전형적인 장르영화고, B급 영화다. 한 해에 두 편 촬영하는 69세 감독이 있을까 물으면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조금 다른 감독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클라우드'와 '뱀의 길'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악의 폭력, 집단광기의 연쇄를 구현한 영화 '클라우드'는 현대 사회 속 보이지 않는 악의 공포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일본에서 본격적인 액션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다 만들게 됐다. 내가 본격 액션을 다룬 장르는 있지만 괴리감이 커서 판타지로 느껴지거나 폭력에 가까운 액션이 많았다. 이번에는 다른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일상에서 폭력과 인연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죽고, 죽임을 당하는 극한의 액션 영화를 기획해 완성됐다"라고 전했다.


그는 "일본에서 이런 영화에 투자하는 분이 거의 없다. 게다가 팬데믹이 와서 각본을 쓰고 나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었다. 그런데 영화의 주인공이 스다 마사키로 정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라며 "스다 마사키의 한국 인지도는 잘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는 실력도 인기도 톱이다. 이 배우가 출연을 결정하고 바로 작품이 시작됐다"라고 제작 과정도 말했다.


'뱀의 길'은 1998년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를 각색,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뱀의 길'은 작년 봄에 촬영했다. 셀프 리메이크 형태로 프랑스에서 작업한 특이한 작품이다. 왜 이 작품을 프랑스에서 했냐고 물으시는데 제 의사는 아니었다. 5년 전, 프로덕션에서 작품 중 다시 찍고 싶은 게 있냐고 물었을 때 바로 '뱀의 길'이 생각났다. 그래서 셀프 리메이크를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왜 이 작품을 골랐을까 고민해 봤다. 이 작품을 제일 처음 쓰신 각본가가 타카하시 히로시다. '링'을 쓰신 분인데 개성이 강하다. 저의 작품이라기 보다 작가의 성향이 많이 들어간 작품 같아서 이번에는 제 작품으로 변화 시켜야겠다는 욕망이 작용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리메이크 전 작품과 차별점에 대해서는 "2004년에 제작한 '뱀의 길'은 복수극이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남자다. 리메이크 된 작품은 자신의 딸을 누군가 죽였고, 거기에 대한 복수이기에 심플한 구조를 가진다. 아빠가 딸의 복수를 하는 건 맞지만 뭔가 빠진 것 같아 리메이크판에서는 주인공을 여자로 바꿨다. 이 두 사람이 반전을 가져다주는 게 오리지널과 다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일본에서 호러, 장르 영화의 거장으로 불린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일본에는 저처럼 장르 영화를 하는 감독이 많이 없다. 한국에는 많다고 들었는데 부러운 마음이다. 일본에는 그런 젊은 감독이 안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아쉽고 곤란하다"라고 일본의 영화계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장르 영화는 영화만으로 표현이 가능한 순간을 그릴 수 있다. 그게 매력이다. 다들 눈을 다른 곳에 두지 못하고 스크린만 보게 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장르 영화"라면서 장르 영화의 매력을 전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간다천 음란전쟁'(1983)으로 데뷔한 뒤, '큐어'(1997)를 통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도쿄 소나타'(2008)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심사위원상, '해안가로의 여행'(2014)으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스파이의 아내'(2020)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주요 연출작으로 '회로'(2001), '밝은 미래'(2002), '절규'(2006) 등이 있다.


한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2일부터 11일까지 열흘 간 부산 일대에서 개최된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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