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크레딧(51)] 인보람 보컬 트레이너 "실력은 기본, 노래와 교감할 수 있어야"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9.05 10:06
수정 2021.09.07 10:27

SL 스튜디오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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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 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뮤지컬 '명성황후', '소중한 선물', '홍의장군 곽재우', '솥' 등에 출연했던 인보람은 이제 보컬 트레이너로 SL 스튜디오에서 가수 지망생들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


어려서 단순하게 음악이 좋아 '음악 하는 사람이 꿈'이었던 인보람은 자신이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일을 할수록 자신의 천직임을 느낀다는 인보람. 어느새 자신의 일이 꿈이 되어버렸고 지금은 이룬 셈이다.


케이팝에 매력을 느껴 뮤지컬에서 보컬 트레이너로 전향한 지 5년이 됐다. 그동안 걸그룹 소나무, A story Entertainment, Sol+Plus project Entertainment, 글로벌 캠프(중국, 일본)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했으며 그의 지도를 받은 지망생들이 SM·YG·피네이션·FNC·쏘스뮤직·카카오M·플레디스 등 굵직한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를 앞두고 있다. 가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걸 옆에서 지켜봐왔던 그의 입장에서는 기특하고 뿌듯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량을 뽐내는 날이 왔으면 한다.


"회사에 가면 친구들이 곧 데뷔할 것 같다고 연락이 와요. 그런데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데뷔가 미뤄진 친구들이 많아요. 나아질 겨를이 없다 보니 애를 먹고 있는데 얼른 나아져서 무대 위에서 빛나는 제자들을 보고 싶네요.".


다수의 뮤지컬과 오페라에 출연했던 그는 왜 케이팝 보컬 트레이너로 전향했을까.


"케이팝에 매력을 느꼈어요. 뮤지컬은 한국 창작 뮤지컬이 있기는 해도 외국의 라이센스를 가져와서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 많잖아요. 케이팝은 우리나라에서부터 시작된 고유한 음악이라는 점이 좋았어요. 우리의 걸 더 공부하고 싶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그게 계기였어요."


그는 전 세계의 노래를 언제 어디서나 듣고, 빌보드 차트 음악에 영향을 많이 받는 지금의 세대가 자신이 노래를 배워왔던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리듬감, 다시 말해 그루브가 많이 다르죠. 예전에는 정박자에 맞춰 노래 부르고 엇박자를 어려워했는데 요즘 친구들은 엇박자나 레이 백 등 을 편하게 해요. 그런 지점들이 노래의 멋이나 맛을 살려주죠. 그런데 너무 과하면 지저분해져서 덜어달라고 하는데, 이미 버릇이 들어서 정박자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인보람은 기초부터 튼튼하게 쌓아올려줄 수 있는 보컬 트레이너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제대로 탑을 쌓아야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것을 더 많이 펼쳐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트렌디하거나 더 젊은 선생님들도 있지만 기본적인 정박부터 알려줄 수 있는 선생님이 필요한 것 같아요. 누가 더 좋다고 말할 순 없지만 기본에 충실한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게 처음 시작할 때는 더 나은 것 같아요."


그가 트레이너로서 가지고 있는 무기는 뮤지컬 배우를 하며 쌓아온 감정 전달 능력이다. 자신의 학생이 3분이란 시간 안에 청자에게 노래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도록 곡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중요시한다.


"노래를 잘하도록 가르쳐주는 건 보컬 트레이너로서 당연한 능력이고, 저는 곡을 분석하고 감정으로 해석, 교감하는 걸 강조해요. 내가 느낀 걸 표현해야 아티스트라고 생각하거든요. 나만 알고 끝내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에게도 교감한 걸 풀어줄 수 있어야죠. 테크닉 가지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건 제한돼 있어요. 가만히 있어도 퍼포먼스가 전달되어야 해요. 가만히 있을 때도 빛나는 가수가 될 수가 있도록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에 가까워질 수 있는 작업들을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표현 능력이 작아지거든요."


그는 항상 즐겁게 수업하려고 노력한다.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학생들의 자신감을 더 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수업 시간에 잘한다고 해주고 공감도 해주고 모두가 즐거울 수 있도록 해요. 제 경험상 그럴 때 학생들이 더 많이 늘더라고요. 음악에서는 정답과 오답이 없어요. 어떤 선생님들은 답을 내리려 하는데 저는 그런 걸 '음악이 딱딱해진다'라고 표현해요."


매일이 즐거울 수는 없다. 학생의 재능이 보여 열심히 가르쳐주고 싶지만 막상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의지가 없을 때와 트레이너와 학생 간의 신뢰가 부족해 시너지를 내지 못할 때 지치기도 한다.


"가끔 가수를 하려는 친구보다 제가 더 열정이 넘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힘이 좀 들어요. 에너지가 같이 맞아야 실력도 늘고 시너지가 되는데, 제 가르침이나 열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지치기도 해요. 다른 선생님이나 유튜브를 통해 트레이닝을 받고 온 친구들이 새로 저에게 수업을 받을 때 이질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걸 맞춰가는 과정도 어려워요. 그런 친구들에게 '모든 선생님은 학생에게 나쁜 걸 알려주지 않아'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똑같은 걸 알려주지만 설명하는 방법이 다양한 것이죠. 교감이 됐을 때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노래 실력이라는 게 눈에 보이는 게 아니잖아요. 트레이너와 학생이 서로 믿고 가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보람은 자신에게 노래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아이돌이 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은 건지 꼭 물어본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되고 싶어 간절한 사람들이 아카데미를 찾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단다.


"진짜 아이돌 하고 싶은 사람이 많이 없어서 씁쓸해요. 사실 태도에서부터 보여요. 그게 보이면 힘들어져요. 저는 어려운 직업이기 때문에 친구들이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으면 유튜브를 하는 게 더 빠를걸요."


학생들에게 많은 걸 쏟아냈는데 자신의 마음 같지 않을 때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스스로 에너지나 애정을 조절해보려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아이들 앞에 서면 다시 무장해제 상태가 된다.


"상처를 받는 일이 생겨서 모두가 쏟아붓지 않으려고 조절을 하려 했는데 역시나 안되더라고요. 사람은 안 변한다고,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너무 좋아요. 자꾸 쏟아붓게 돼요. 남들은 레슨 하면 기운 빠진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레슨을 하며 좋은 기운을 받아요. 꿈이 명확하고 열정 있는 친구와 교감하면, 힘들지 않고 더 많이 알려주고 싶은 게 생겨요."


그는 가수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노래와 춤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색깔을 확고히 가져가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기회가 와도 자신감이 부족해 탈락하는 학생들을 많이 봐왔다. 그럴 때면 안타까움이 피어오른다.


"자기 색깔이 뭔지 아는 친구들이 비교적 회사에 빨리 들어가더라고요. 자신의 옷이 아닌 옷을 입고 있는 친구들은 많이 헤매요. '쟤가 저걸 해서 붙었네? 나도 해야지'란 생각은 위험해요. 붙은 친구는 그게 자신에게 맞는 옷이었던 거죠. 자기만의 개성이 있는 친구들은 확 눈에 들어요. 그런 친구들은 회사도 당연히 빨리 알아보고요. 그래서 자기 어필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깊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존감이 낮은 친구들도 많아요. 막상 멍석을 깔아주면 쭈뼛거리기도 해요. 자신감 있게 준비한 걸 표현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지난해 미얀마 아이돌트레이닝 이후 현재는 배트남 아이돌 트레이닝을 맡고 있다. 케이팝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다 보니 그들은 우리나라 트레이너를 동경과 의지가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런 그들을 볼 때면 기대에 부흥해 주고 싶어 더 열심히 가르치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많은 외국인들에게 케이팝 보컬 기술을 가르치고 싶다.


"케이팝 코리아 트레이너라고 하면 아시아 사람들이 '오! 이런 반응을 해줘요. 눈빛부터 달라지죠. 지금도 제게 배우는 외국인들은 열심히 배워서 하나라도 더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해요. 그럴 때마다 자부심이 생깁니다. 없는 것도 만들어서 알려주고 싶어요.(웃음) 이제는 외국인들에게도 케이팝의 매력을 알려주고 그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또 다른 꿈이 됐어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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