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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의 도전, 욕망의 얼굴로 정복한 '보고타' [D:현장]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4.12.19 18:09
수정 2024.12.19 18:09

31일 개봉

송중기가 욕망이 가득한 얼굴로 '보고타'를 물들였다.


19일 오후 서울 강남 메가박스코엑스에서는 김성제 감독, 배우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김종수가 참석한 가운데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하 '보고타')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보고타'는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 분)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분), 박병장(권해효 분)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성제 감독은 콜롬비아의 한인사회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소수의견'을 끝낸 후 이 작업을 하게 됐다. '소수의견'은 한국 사회의 당대성을 표현하기 위해 청년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보편적인 감정에 집중해 보고 싶었다. '보고타'는 지금 여기 이야기가 아닌, 멀리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동경하면서 타국으로 떠났겠지만 막상 가보면 작은 공동체 안에 갇힌 사람들의 욕망이나 감정선이 밀도 있게 다가와 마음에 들었다. 12년간의 연대기지만 장르적으로 구성해 관객들이 지치지 않고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영화는 콜롬비아 내에서 한인들의 밀수를 비롯해 현지 공무원의 비리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김 감독은 "포브지에서도 다뤄졌던 마약왕이 80년대 본격적으로 활동해 93년도에 보고타에서 죽었다. 영화 속에서 내가 설정한 시간 이전의 10년 정도는 실제로 보고타가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였다. 영화 속 시대까지도 그런 여진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나라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의도보다는 현실적인 소재와 설정 속에서 서사와 갈등을 범죄 장르로 다루려 했다. 현지 프로덕션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미국에서도 '보고타'보다 훨씬 험한 영화를 만들어 갔기 때문에 우려했던 반응에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반응해 안심했다"라고 설명했다.


송중기가 극중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꿈꾸는 청년 국희로 극을 이끈다. 송중기는 "'보고타'를 찍고 '빈센조', 그리고 '재벌집 막내아들', '화란', '로기완'을 순서대로 찍었다. 시기상으로 이 영화를 가장 먼저 선택했다. 개인적으로 부족하지만 드라마라는 매체를 하면 그다음 영화를 하는 게 균형에 맞다고 생각했다"라며 "'로기완'과 비슷한 정서를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로기완'과 '화란'에서 내가 맡은 역은 캐릭터들이 의욕이 없거나 삶의 주체의식이 전혀 없다면, 국희는 내가 선택한 작품 중 자기 의지가 확고하고 욕망이 가득한 캐릭터다. 캐릭터 변주를 그렇게 해봤다"라고 말했다.


송중기는 한 인물의 긴 서사를 연기한 것을 두고 "국희가 처음 보고타에 도착했을 때, 완전히 적응해서 살아갈 때, 한인 상인회 회장을 맡은 후 세 개의 구간을 나눠서 인물의 변화를 표현해 보고 싶었다. 국희는 무능력한 아버지, 무기력한 어머니를 두고 있어 자신밖에 가정을 책임질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생존을 위해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국희가 변해가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보고타 한인 밀수 시장의 2인자 통관 브로커 수영을 연기한 이희준은 "연기할 때 수영이 왜 이렇게 국희를 마음에 들어할까를 계속 생각했다. 그게 시나리오에 나와있지 않았다. 국희를 좋아하지만 결국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감정을 많이 고민했다. 아마 국희에게 끌리고, 계속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촬영에 임했다"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국희의 이미지는 '초록물고기'의 막동이었다. 이 역할을 송중기에게 제안하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한석규 선배가 연기한 막동이와 송중기는 인간 자체의 기질이 다르다는 걸 느껴다. 송중기가 연기하는 국희는 유약해 보일지 모르고 부드러워도 강단이 있다. 그런 것들을 십분 살려보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보고타'는 주 무대인 보고타를 가장 큰 메인 로케이션 촬영 장소로 잡고, 카리브해의 휴양도시 카르타헤나, 지중해의 섬나라 사이프러스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이국적인 풍광을 담았다.


송중기는 "해외 촬영이 생각하지도 못한 변수가 많이 쉽지 않았지만 그것에 집중하기보다는 한국 사람들의 갈등을 다뤘기 때문에 선배들, 스태프와 대화를 많이 나눴다. 서로 부대끼면서 지내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도 많이 나와서 동료들에게 힘을 많이 얻으며 잘 지냈다"라고 말했다.


이희준은 "현지 리듬을 느껴보고 싶어서 살사학원을 다니고 휴차날에는 댄스학원도 다녔다. 위험할 수 있어서 구역을 벗어나지 않을 걸 권장했기 때문에 모두가 '보고타'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보고타'가 어떻게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을지 늘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전했다.


'보고타'는 12월 31일 개봉하면서 올해 극장가 주자로 나서게 됐다. 송중기는 "올해 마지막 개봉작이고 2025년 첫 영화가 '보고타'다. 2월까지 극장에 오래 걸려 있었으면 좋겠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맛이 있으니 맛있게 봐줬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이희준은 "모두 애쓴 기억이 난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오래 기다렸다. 영화로 극장에서 여러분에게 인사드릴 수 있어 감개무량하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연대기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이 있었다. 두 시간 안에 캐릭터의 변화를 담아낸다는 게 나한테는 제법 흥미롭고 아주 괴로웠던 도전이었다. 이 시간이 저에게 공부가 많이 됐고 배우들을 더욱 존경하게 됐다. 그런 점들이 관객들에게도 잘 보였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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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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