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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크레딧㊽] 박윤서 "한국 드라마의 달라진 위상, 개인적 성취도 높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8.07 11:08 수정 2021.08.09 17:58

정부지원사업 창작인재동반사업으로 드라마 OST 시작

'동백꽃 필 무렵', '부부의 세계', '열혈사제', '스위트홈' 참여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 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고등학교 시절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치며 음악의 짜릿함을 느끼곤 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동백꽃 필 무렵', '부부의 세계', '열혈사제', '스위트홈' 등 유명 드라마 OST를 작업하는 작곡가가 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학창 시절의 추억쯤으로 남겨두려 했다. 그런 그에게 음악을 권유한 건 부모님이었다.


"당시 '꿈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어요. 뭐를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모님께서 제가 음악을 즐겁게 하는 걸 보고 제대로 해보라고 하셨죠. 제가 음악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으셨나 봐요. 음악을 한다면 영화, 광고에 들어가는 노래를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었는데 입시는 클래식 음악으로 준비했어요. 그때는 대학 가려면 필요한 음악 공부가 클래식인지 알았던 거죠.(웃음)"


졸업 후 오페라 음악, 창작 뮤지컬, 어린이 애니메이션 음악 등을 만들고 편곡하던 박윤서는 서른 살에 본격적으로 영상 음악에 도전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상명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영화 음악 수업을 받았다. 하지만 외부인이 영상 음악 안에 진입하기엔 카르텔이 높고 깊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영화 음악을 해보고 싶어서 활로를 찾아봤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영화감독님께 메일도 보내보고 제천국제음악영화제도 가보고 그랬는데 다 잘 안됐어요. 거절당했을 때 기억에 남는 말 하나가 있어요. '아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라고 하더라고요. 납득할 수 없는 이유였죠."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콘텐츠진흥원과 드라마 OST 제작사가 협업하는 창작인재동반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콘텐츠 창작 분야의 전문가를 통한 도제식 멘토링을 지원하여, 청년인재의 창작 능력 개발과 콘텐츠 산업계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박윤서는 이 프로그램 1회 이수자였다.


"영상 음악 크리에이터를 모집하는 정부 지원 사업이라 믿고 지원했어요. 제가 처음 이수자라 그때 멘토로 참여하신 감독님들에게 필요 이상의 멘토링을 받았어요. 그때가 서른두 살이었는데 국악원, 아르코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었어요. 동시에 세 개의 일정을 소화했어요. 힘들지 않았냐고 묻고는 하는데 전 그때 간절했어요. 길을 찾지 못하면 다시 지방에 내려가 예전의 삶을 살아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박윤서는 자신은 많은 길을 돌아왔지만 영상 음악을 하고 싶은 지망생들에게 이 프로그램이 한줄기 빛이 되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영상 음악은 연결고리가 없으면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어요. 20대도 별로 없고요. 그만큼 새 피가 수혈되기 어려운 영역이죠. 이 사업 자체가 영상음악을 하고 싶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졌어요. 좋은 역할을 해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창작인재동반사업이 끝났지만 개미 감독의 제안으로 그가 이끄는 선함에 올라타게 됐다. 이후 '열혈사제', '왜 그래 풍상씨', '조선로코-녹두전', '부부의 세계', '제3의 매력' '동백꽃 필 무렵' '더킹:영원한 군주', '스위트홈' 등 다수의 드라마 사운드트랙에 참여했다. 그리고 지금은 김수현 주연의 쿠팡 OTT 드라마 '어느 날'에 들어갈 음악을 작업 중이다.


개미 감독은 국내 제작사에서 음악감독 러브콜 1순위인 만큼 박윤서의 일상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동시기에 2~3편의 드라마 OST를 작업하는 일은 일상다반사였다. 즉 일 년 내내 OST로 참여하고 있는 드라마가 온에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바쁘고 지칠 때도 있지만 음악으로 인해 드라마 속 감정이 극대화가 될 땐 보람을 느낀다.


"드라마 작곡가 입장에서는 영상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게 중요해요. OST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해낼 땐 기분이 좋죠. 또 드라마 OST 타이틀이 될 때도 뿌듯해요. 보통 드라마가 16회차니까 그동안 꼬박꼬박 제가 만든 노래가 울릴 테니까요. '너의 노래를 들려줘'와 '내가 사랑한 스파이'에서 제 노래가 타이틀이었는데 즐겁더라고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일상이 쉴 새 없이 반복되다 보니 심적으로 지친 시기도 있었다.


"제가 쓰는 음악이 다 비슷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소모되는 느낌이었어요. 그쯤에 개미 감독님이 수고했다고 미국에 한 달 동안 여행을 보내주셨어요. 그게 리프레시가 됐어요."


한국 드라마는 OTT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가며 위상이 달라졌다. 드라마 음악을 하는 박윤서 역시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가는 드라마의 힘을 느낀다.


"미래를 막연히 생각해서 제가 음악감독을 한다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그런데 국내에서는 잘하시는 음악감독님들이 많아서 뚫고 나가는 게 버거울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가 할리우드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죠. 할리우드 영화에 내 곡 하나만 걸렸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리고 '스위트 홈' 곡을 작업했는데 전 세계로 방영되니까 굳이 해외에 진출하지 않아도 되더라고요. 한국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으니 개인적 성취감도 훨씬 더 높아요."


그는 한국 드라마가 많이 사랑을 받는 만큼 드라마 OST 작곡가들도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길 바랐다. 저작권 징수를 둘러싸고 OTT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이견을 줄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에는 드라마 음악을 했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알 만한 노래들이 아니었어요. 지금은 달라졌죠. 드라마 이름만 대도 사람들이 OST를 떠올려요. 그런데 그에 맞는 환경은 아직까지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아요."


음악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그의 목표는 '음악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믿고 듣는 작곡가가 되기 위해서 이 목표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리나라의 음악 잘하는 사람으로 손 꼽히고 싶어요. 또 드라마 종영 이후 OST를 찾아 듣게 되는 작곡가가 되고 싶어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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