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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시대③] "매출은 바닥인데 물가만 오릅니다"…휘어진 서민 허리 하반기 펴질까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입력 2021.06.04 07:03
수정 2021.06.04 13:17

물가 상승 피부로 느끼는 서민이 최대 피해자

거리두기로 사업장 파리 날리는데 원가는 급등

국제유가 3년 내 배럴당 100불선까지 오를 수도

하반기 물가 상승 전망 신속한 백신 접종이 관건

밥상물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따. 서울 한 마트의 달걀 코너의 모습. ⓒ뉴시스

세종시에서 쌈밥집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 전모 씨는 요즘 한숨만 나온다. 계란, 쌀, 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치솟아서다. 전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코로나로 바닥을 친 매출은 지금도 비슷한데 식재료 원가만 늘어나고 있어 허리가 휘어질 지경"이라며 "가뜩이나 세종은 거리두기에 민감한 공무원동네라 식당에 파리가 날리는데 물가마저 오르니 하루에도 일을 접을 생각을 여러 번 한다"고 하소연했다.


택시기사들도 힘겹다. 2달 연속 인하됐던 LPG 수입가격이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6월에 다시 인상되면서 국내 LPG가격에 원가인상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세종에서 택시 영업을 하는 최모 씨는 "하루 24시간 영업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평균 11만~12만원 가량인데 이중 사납금을 빼고 연료비를 제하면 사실상 남는 수익이 없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민생 경제가 큰 타격을 받는 가운데 기름값, 농산물, 전월세 등 핵심 생활 물가가 크게 올라 서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107.46)가 1년 전보다 2.6% 상승했는데 농·축·수산물 가격과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 오름세의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두 품목의 물가 상승 '기여도' 합계는 1.8%포인트(p)로 5월 물가상승률 2.6%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농·축·수산물은 파(130.5%), 마늘(53%), 달걀(45.4%) 등 가격이 오르면서 1년 전보다 12.1% 상승했다. 석유류 가격도 23.3% 올라 2008년 8월 이후 가장 크게 뛰었다. 휘발유는 23%, 경유는 25.7%, 자동차용 엘피지(LPG)는 24.5% 올랐다.


"국제유가 3년 내 배럴당 100달러선까지 오를 수도"

"하반기 물가 상승 전망은 신속한 백신 접종이 관건"

"수요견인 물가상승 호재이지만 금리 인상 위험 잔존"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2분기 물가상승률이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해 굉장히 낮았다. 기저효과로 인해 다음 달에도 2%대 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자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요인은 농·축·수산물과 석유인데 농·축·수산물은 오름세가 둔화하는 모양새고 국제유가도 더 높아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서민 경제활동에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물가 상승이 앞으로 어떠한 추이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우선 국제유가는 올 들어 이미 40% 가까이 올랐다. 지난 2일 기준 북해 브렌트유 8월물은 1.6% 뛰어 배럴당 71.48달러로 2020년 1월 8일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7월물 역시 1.6% 상승해 2018년 10월 23일 이후 최고로 뛰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의 석유 규제 완화를 다시 오바마 때처럼 강화시키며 유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지금은 원유가 제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형국이고 나중에 코로나가 회복돼 수요가 확대되면 제품이 원유가격을 끌어올리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적, 물적 이동이 활발해지는 여름을 향하면서 유가에 더욱 상방 압력이 더해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산으로 그간 억눌렸던 수요가 늘면서 유가가 3년 안에 배럴당 100달러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프란시스코 블랑크 전략가는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브렌트유가 이미 분기 목표인 70달러를 돌파했지만, 추가 상승여력이 충분하다며 "앞으로 3년 안에 유가가 다시 100달러로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 소비자물가지수를 결정하는 것은 원자재 가격 추이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수요 견인 물가 영향도 크다. 이는 우리나라 백신 접종 속도나 그에 따른 경제 개방화 속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글로벌투자전략 연구원은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경제 개방 정도가 그렇게 세지는 않다"며 "최근 호텔, 레저, 면세점 등 소비재 주가가 많이 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이에 비해 경기는 살아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 봉쇄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황인데 정부의 백신 접종이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행될 것이냐가 관건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수요견인형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 그 속도만 빠르지 않는다면야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호재로 작용하고 시장도 안도하게 될 측면도 있다. 다만 부작용도 분명히 있다. 한국은행이나 미 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속도가 빨라지면 그에 따른 금리 인상 시계를 빨리 돌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동시다발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잔존해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정부가 '하반기 물가 안정화'만 목놓아 선전할 게 아니라 우리 경제가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는 기점까지는 물가 안정 방안을 경제 각 분야에서 입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세계 각국이 코로나 극복 차원에서 엄청난 통화를 풀며 유동성을 확대했기 때문에 그로 인한 물가 상승 효과는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며 "여기에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모두 물가상승압력이 나타나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 물가 상승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각국이 유동성 회수를 추진하면서 경기 위축이 나타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정부당국이 통화 정책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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