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 여권·노동계 압박 넘어 연임 성공할까
입력 2021.03.12 06:00
수정 2021.03.12 10:06
국민연금 중립 의견…의결권 자문사들도 최 회장 연임안 찬성 권고
반대측, 주주가치와 연관된 연임반대 논리 제시 못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과 진보 시민단체, 노동계의 연이은 압박에도 12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을 향한 공세가 주주가치 훼손 여부와의 연관성을 찾기 힘든데다, 더 이상 포스코 회장 자리가 ‘집권세력의 전리품’으로 취급되는 악습을 끊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치권이 영향력을 행사할 창구였던 국민연금은 최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표결에서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포스코는 이날 주총에서 최 회장의 연임안을 상정한다. 최 회장은 CEO 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와 이사회를 거쳐 차기 CEO 후보로 올랐으며, 주총이 연임을 향한 마지막 관문이다.
포스코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CEO 후보추전위원회는 지난해 한 달간 11차례에 걸쳐 투자회사, 고객사, 협력사, 전현직 임직원 등 사내외 다양한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수행했으며, 7차례 회의를 열어 취임 이후의 경영 개혁과 성과에 대해 객관적이고 면밀한 평가를 수행했다.
특히 5차 회의에서는 6시간에 걸쳐 최 회장을 직접 면담하며 그간의 성과와 향후 경영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과 열띤 토론을 벌인 끝에 최 회장이 차기 CEO 후보로 적합하다는 자격심사 검토 결과를 지난해 12월 이사회에 보고했었다.
포스코 이사회는 이를 바탕으로 최 회장을 차기 CEO 후보로 주총에 추천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수익성을 방어했을 뿐 아니라 친환경 탈탄소 트렌드에 걸맞은 이차전지 소재, 수소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등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성과를 내면서 계속해서 포스코를 이끌어나갈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잇달아 회동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수소사업에서 협력 관계를 맺는 등 재계에서의 적극적인 행보를 통해 과거 포스코 회장들과 차별화되는 장점을 보여줬다.
하지만 정치권과 진보 시민단체, 노동계는 주총을 앞두고 최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공세를 벌였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5일 중대재해 사고의 책임을 언급하며 “포스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제대로 실행해 달라”고 요구한 데 이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산업재해 청문회를 열고 최 회장을 불러 근로자 사망사고 책임을 추궁했다.
이달 3일에는 노웅래·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 주최로 ‘최정우 회장 3년, 포스코가 위험하다’란 제목의 토론회를 열고 최 회장을 비난하며 그의 사퇴를 압박했다.
지난 9일에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금속노조가 공동으로 최 회장을 향한 공세에 나섰다. 이번에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경영진이 단행한 주식 매입을 빌미로 삼았다.
그들은 최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임원 64명이 코로나19로 주가가 폭락한 지난해 3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포스코 주식을 샀다며 이들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는 포스코 외에도 여러 기업에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주가 급락을 막기 위해 최대주주를 비롯한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던 시기다. 굳이 당시가 아니더라도 회사 주가가 급락하면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하며 시장에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다.
참여연대와 금속노조,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이날 오전 주총이 열리는 서울 역삼동 포스코센터 앞에서 최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같은 각종 압박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은 최 회장의 연임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포스코 지분은 포스코 지분은 국민연금 11.75%, 씨티은행 7.41%, 우리사주조합 1.68%, 그리고 나머지 74.30%는 소액주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중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지난 9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고 다른 주주의 표심에 따라 찬반 비율을 나누는 ‘중립’을 결정한 상태라 찬성이나 반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됐다. 결국 최 회장의 연임 여부는 소액주주의 손에 달린 셈이다.
소액주주의 절반 이상은 외국인 투자자다. 이들은 국내 여론이나 정치적 이슈보다는 기업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중시하는 만큼 정치권이나 노동계의 연임반대 주장에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그동안 최 회장의 연임 반대를 외치던 어떤 세력도 그가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는 논리를 제시하지 못했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와 ISS가 포스코 주주들에게 최 회장의 연임안에 찬성할 것을 권고한 것도 소액주주 판단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글래스루이스는 “산업재해 이슈에 대해서 주목하고는 있지만 이 같은 사안이 특정 후보자에 대한 의결권행사 방향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ISS는 “최정우 회장이 연임에 실패할 경우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자문사는 주주총회 안건 등에 대해 주주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의결권 행사를 권고하는 기관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자문사의 권고를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장회사협의회 부설 독립기구인 지배구조자문위원회도 전날 “최근 발생한 인명사고와 관련해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면서 최 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일반 소액주주들의 성향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회장의 연임을 저지하려는 정치권의 공세가 과거 포스코 회장 자리를 ‘집권세력의 전리품’으로 여겨왔던 악습의 연장선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오히려 찬성표를 던지게 만드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특정 후보자의 선임을 반대하려면 주주들에게 ‘저 후보자가 당신이 가진 주식의 가치를 훼손할 것’이라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최 회장에 대한 공세에는 그런 부분이 전무했다”면서 “오히려 정치권이나 노동계의 공세가 민간 기업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반발심리만 주주들에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