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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동료배우·스태프…'학폭'의 또다른 피해자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3.06 16:29 수정 2021.03.06 16:32

반 사전제작 '달이 뜨는 강', 지수 하차 시키며 촬영 전면 재정비

이미 촬영 마친 '디어엠', 길어지는 논란에 표류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방송사의 입장만 거론된다.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와 스태프들은 무슨 죄로 책임을 지고 벌을 받아야 하는가."


최근 한 중견 배우가 토로한 심정이다. 방송가가 학교 폭력(학폭)이 제기된 배우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의혹만 불거져도 거센 반감을 사기 때문에 해당 연예인을 출연시키고 있는 프로그램 제작진 및 스태프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배우 지수의 학폭 논란이 제기된 2일부터 사실로 드러나 하차시키기로 결정한 5일까지 KBS2 '달이 뜨는 강'은 제작팀은 악몽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첫 폭로에 이어 피해자들의 추가 증언이 이어지자 대중들은 지수의 입장과 함께 현재 출연 중인 '달이 뜨는 강' 제작진에게도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지수가 SNS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자 결국 KBS는 휴방, 출연분 편집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지수의 흔적을 지워내는 결정을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드라마 측이 어떤 결정을 내릴 건지에만 초점이 쏠려있고 '달이 뜨는 강' 동료 배우, 제작진, 스태프들을 향한 관심은 없었다. 반 사전제작으로 진행된 '달이 뜨는 강'은 20부작 중 19회까지 촬영을 마친 상태로 현재 6회까지 밖에 방영이 안된 상황이었다. 지수의 빈자리를 배우 나인우가 채우고, 9회부터 등장하기로 결단이 나면서 지금까지 제작비, 시간, 인력 등 투입된 모든 것들이 수포가 됐다. '달이 뜨는 강' 배우, 제작진과 스태프는 촬영 스케줄부터 달라진 대본 등으로 다시 한 번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고통에 신음하지만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달이 뜨는 강' 뿐만 아니라 '디어엠'도 박혜수의 학폭 논란으로 표류하고 있다. '디어엠'은 지난 26일 첫 방송예정이었지만 주인공 박혜수의 학폭 논란이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지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디어엠'은 지난해부터 촬영을 시작해 이미 모든 촬영을 마친 상태다. 박혜수 혼자만의 작품이 아닌,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만들었지만 이 중요한 사실을 모두가 잊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실공방에만 시선이 쏠려있다.


예능도 예외는 아니다. 조병규가 합류하기로 되어있던 KBS2 신규 예능 프로그램 '컴백홈'은 조병규의 홍보 영상까지 찍으며 준비를 마쳤지만 학폭 의혹이 길이지자 그의 출연을 잠정 보류, 촬영 일정을 전면 수정했다.


'달이 뜨는강', '디어엠','컴백홈'은 하차, 보류, 논의 등의 결론을 내리며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지만 '학폭 논란 연예인이 출연한'이란 꼬리표를 떠안게 됐다.


문제가 있는 연예인의 출연을 강행시킬 순 없겠지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다른 피해자들의 고통에는 무심한 사태가 아쉬움을 자아낸다. '학폭 논란'이 또 다른 피해자를 낳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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