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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60년-상] 5년째 위기-ing...존폐 기로 선 맏형 경제단체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1.03.05 06:00
수정 2021.03.05 09:00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연루로 위상·입지 추락

정부의 적폐 낙인으로 재계에서 역할·지위 상실

창립 60년에도 어두운 그림자...변화·혁신 절실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전국경제인연합회


지난 1961년 민간경제단체로 설립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5년째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주요 경제 5단체 중 맏형역할을 해 왔지만 지난 2016년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위상이 크게 추락하며 5년째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제는 다른 경제단체로의 통합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존폐위기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향후 전경련의 위상 제고와 입지 회복이 이뤄질지에 이목이 쏠린다.[편집자주]


그동안 재계의 맏형으로 국내 최대 경제단체 역할을 해 왔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았지만 표정은 밝지 않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추락한 위상과 좁아진 입지로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가 아직도 짙게 깔려있는 탓이다.


전경련은 지난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국내 대기업들을 모아 설립한 민간경제단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함께 국내 주요 경제 5단체 중 하나로 국정농단 이전까지는 사실상 맏형 역할을 해 왔다.


작금의 위기는 지난 2016년 시작됐다. 지난 2016년 말 불거진 국정농단 사테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한 기업의 후원금 모금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며 큰 홍역을 치렀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그늘로 인해 위상이 급속도로 추락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하는 등 회원사가 급감하면서 재계에서의 입지도 크게 축소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현 정부로부터 사실상 적폐 대상으로 간주되면서 정부와 재계간 소통창구로서의 역할도 상실했고 국내 최대 경제단체라는 지위와 역할을 대한상의에 넘겨준 상태다.


지난 2017년 현 정부 출범 이후 4년간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을 비롯, 청와대 초청 행사, 여당 주최 경제단체장 간담회 등에 초대받지 못했고 재계의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도 대부분 대한상의로 넘어간 상태로 '전경련 패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외받고 있다.


그동안 재계 '맏형'이자 민간경제협력채널 중추로서 해 온 역할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상태다.


특히 미국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새 행정부가 출범했고 일본 정부의 수출입 규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 경제인들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전경련의 존재감 상실은 뼈아플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자료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지만 현 정부의 적폐 낙인 효과로 남아 있는 회원사 기업들도 전경련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와의 관계를 의식한 나머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내부적으로도 위상 회복 노력이 충분치는 않은 상황이다. 올해 허창수 회장이 5연임에 성공하면서 역대 최장수 회장에 올랐지만 여기에는 차기 회장으로 새로운 인물이 나서지는 않은 점도 한 몫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경련의 위기는 이제 조직의 존폐 기로에까지 서게 된 상황이다. 최근에는 동생뻘인 한국경영자총협회와의 통합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조직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존재감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이를 위해 전경련 내부에서도 조직 쇄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곧 단행될 조직개편과 인사가 주목되고 있다. 허창수 회장은 지난달 26일 정기총회에서 회장에 재선임된 뒤 “전경련에 대한 변화와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재창립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쇄신해 나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경련 안팎에서는 최근 다른 경제단체들처럼 강도 높은 변화와 혁신의 의지를 보여야 위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의는 최근 4대그룹 총수들의 맏형격인 최태원SK그룹 회장을 새 수장으로 선임하고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 소위 '젊은 피'라 불리는 정보기술(IT)·금융업체 창업자들을 서울상의 회장단에 대거 합류시키며 다양성을 통한 입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


주로 퇴직 관료들이 수장을 맡아 온 한국무역협회도 15년 만에 민간 기업인인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새로운 수장을 영입하며 현장의 목소리 반영해 변화와 혁신을 꾀하겠다는 각오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경련 내부에서의 변화와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며 “회원사들간 결속력을 높이는 한편 새로운 기업과 인물을 맞아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국내 최대 경제단체로서 위상 회복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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