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아예 못 팔 판"…은행 엎친데 덮친 규제에 '볼멘소리'
입력 2021.02.22 07:00
수정 2021.02.19 13:23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 제한에 불완전판매 실태 집중 조사까지
임원 책임제도 부담…"예·적금 제외한 투자상품 판매 위축" 우려
사모펀드 등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금융당국의 연이은 규제조치로 은행권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환매 중단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고객 신뢰가 추락하면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 제한에 이어 고강도 점검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팔지 말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사모펀드처럼 소비자 피해가 잦은 업무의 경우 담당 임원 책임제까지 예고되면서 시장이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2021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실태를 집중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융상품 제조·판매·사후 관리를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금융상품 정보 입수 분석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사모펀드처럼 소비자 피해가 잦은 업무는 담당 임원(성명·직책)의 책임 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근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자 금융사의 책임 경영체제 구축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국의 경우 개인투자상품 판매, 기업고객 상품 개발, 지급결제 등 27개 부문에서 누가 책임자인지를 정해 금융당국에 제출한다”며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해 국내 실정에 맞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에서는 “사실상 사모펀드를 팔지 말라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소비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주는 것은 물론 관련 임원들이 중징계 등을 받을 위험이 커지는 만큼 누가 선뜻 사모펀드 판매에 나서겠냐는 것이다.
특히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후속 조치로 은행의 펀드나 신탁, 변액보험 등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비예금 상품의 판매가 한층 깐깐해진 상황이다.
은행 창구에서 펀드 판매 시에는 상담 과정이 녹취되고 고객들은 투자설명 동의서 내용을 숙지하고 자필 서명을 해야만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펀드 등 상품 리스크에 따라 판매 고객군, 한도 총량도 사전에 정해진다.
또한 비예금상품 정책을 총괄하는 임원급 협의체 ‘비예금 상품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해야 한다. 위원회에는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리스크관리담당 임원(CRO), 준법감시인, 소비자보호담당 임원(CCO)이 들어가야한다. 특히 고난도 금융상품, 해외대체펀드, 위험도가 중간등급 이상인 상품은 직접 심의해야 한다. 위원회 심의결과는 대표이사 및 이사회에 보고해야 하며 관련자료 등은 서면, 녹취 등의 방식으로 10년간 보관된다.
이같은 분위기에 사모펀드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작년 12월 말 기준 18조4294억원으로 2019년 말(25조3433억원) 대비 27.03% 급감했다.
은행권에서는 앞으로는 더 쪼그라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적금을 제외한 투자상품을 판매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이미 투자상품 판매가 감소있는 실정”이라며 “연이은 규제 강화로 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