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바이든 행정부, 북한문제 시급성 인정...독립 이슈로 다룰 것"
입력 2021.02.17 14:15
수정 2021.02.17 14:17
동맹협력·대중견제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
인도·태평양전략 하에서 대북정책 수립할 가능성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전반을 재검토 중인 가운데 이수혁 주미대사는 "미국이 북한 문제를 대중국 정책과 결부하지 않고 다른 이슈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16일(현지시각) 특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화상간담회에서 "미국은 미중관계 속에서 북한 문제를 보고 있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미 국무부가 북한 문제를 '시급한 우선순위'로 규정한 만큼, 미국이 북한 이슈를 '독립적 이슈'로 간주해 비중있게 다룰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사는 미국이 "북한 문제가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라는 데 공감하고 포괄적인 대북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을 검토 중"이라며 "한국과의 협의를 중시하고 긴밀한 대화를 통해 대북 접근 전략을 함께 마련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북정책 재검토 완료 시기가 "그렇게 긴 기간은 아닐 것으로 안다. 가능한 한 빨리 끝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북정책의 '새로운 전략'을 예고한 미국이 동맹협력을 바탕으로 관련 정책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큰 틀의 인도·태평양 전략 하에서 대북정책이 수립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 대사는 6자 회담 복원 가능성에 대해 "들어본 바가 없다"고 했지만, 미국 내 전문가들은 역내 동맹협력 및 다자회담을 통해 북한문제를 다룰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국대사는 복수의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 문제를 '역내 문제'로 규정하며 "대북정책은 반드시 동맹 안에서 나와야 한다. 미국이 북한과 이야기한 뒤 이를 다시 동맹에 알려주는 방식으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힐 전 대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협상이 정상회담과 같은 양자 차원이 아닌 "다자 회담을 통해 다뤄질 수 있다"고도 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이날 '바이든 행정부와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진행된 온라인 강연회에서 "미국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완성해야만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누를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한국 관심은 북한일지 모르지만, 우리(미국) 관심은 중국이다. 그러니까 빨리 미국이 힘을 쓸 수 있도록 협조하라'는 게 미국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동맹과의 관계를 복원·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라며 "미국은 우리를 주요 국제현안과 글로벌 도전과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기 위한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 대사는 최근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과 성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 등을 만나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정(SMA) △포괄적 대북 전략 등 '한미 현안'은 물론, △중국 문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조율·협조 문제 등 '역내 이슈'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캠벨 조정관과 김 차관보 대행은 각각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 '설계자'와 '실무자'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대사는 미국 측에 "정책 전반에 대한 방향성을 개략적으로 설명했다"면서도 "미 정부가 검토 중이어서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