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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중대재해법안은 위법 투성이"…국회에 재검토 촉구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12.24 08:50
수정 2020.12.24 08:50

"법률의 기본체계도 갖추지 못해"…경영계 의견 국회 법사위 제출

한국경영자총협회 CI.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중대재해법안)의 헌법 및 법체계 위반을 지적하며 국회에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경총은 24일 중대재해법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을 국회 법사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총은 “중대재해법안은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경영책임자 개인을 법규의무 준수 및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과도한 법”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및 외국의 경우 중대재해법과 같이 경영책임자를 특정해 별도의 의무를 부여하는 입법례는 전무해 전세계적으로 경영책임자 처벌은 산안법상 구체적 의무위반자로 확인된 경우에만 처벌대상이 된다는 게 경총의 설명이다.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의 경우도 기업의 안전조직문화가 매우 미흡한 경우 법인에 대한 처벌만을 규율하고 있고, 경영층 개인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체계 측면에서도 “중대재해법은 산안법과 동일한 범죄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도 처벌대상과 형량을 가중하여 규정하고 있어 위헌소지가 크며, 양법률간 중복적용에 따른 혼란과 재해예방을 위한 효과도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법은 특별법 성격상 처벌 적용대상 및 구성요건을 매우 엄격히 규정해야 함에도 산안법과 처벌요건이 동일하며, 또 처벌요건이 동일함에도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는 과도한 형벌을 규정하여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과거 유사한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비추어 볼 때 중대재해법은 위헌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동일한 사고발생에 대해 고용부 근로감독관은 산안법 위반사항을 조사하고, 경영책임자에 대해서는 산업안전에 전문성이 없는 일반경찰이 이를 전담하게 돼 처벌에 편중된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언급했다.


경총은 “중대재해법은 모든 사고결과에 대해 필연적으로 경영책임자(법인의 대표이사와 이사)와 원청에 대해 가혹한 중벌을 부과하는 법안”이라며 “헌법과 형법의 기본원칙과 원리를 중대하게 위배하면서까지 국회가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경영책임자와 원청의 관리범위를 벗어난 사고에 대해 무조건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은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을 명백히 위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이사의 책임과 관리범위를 벗어난 사고까지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으로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에 반하며, 이는 그 위치와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되어 그야말로 운수소관(팔자)에 맡겨지는 운명과 같다는 것이다.


원·하청은 상호 독립된 법인일 뿐만 아니라 사업체계·사업관리·사업공간 등에서도 별개임에도 원·하청 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청에게 하청의 중대재해에 대해 공동책임과 처벌을 부과하는 것 또한 형법상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경영책임자와 원청이 지켜야 할 예방기준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규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내용이 명확해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는 근대형법상의 기본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은미·박주민·이탄희 의원안은 경영책임자와 원청에게 부과된 유해·위험방지 의무 등이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이며 포괄적이어서 헌법의 형벌법규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박범계 의원안은 ‘안전보건을 위한 관리 등의 의무’ 등과 같이 매우 포괄적 개념으로 규정하고, 시행령에 위임했는데, 이 또한 ‘명확성의 원칙’과 헌법상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경총은 설명했다.


처벌형량과 관련해서도 “과실범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묻는 형법과 비교하여 형벌과 제재수준이 지나치게 높아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및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대단히 크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는 일반적으로 고의의 형태가 아닌 과실수준의 차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과실범에 대해 하한형의 징역형(2년~5년 이상)을 부과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책임(3배~5배 이상)을 부과하는 것은 위반행위에 비해 형벌과 제재수준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것이다.


형법은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에 대해 ‘5년 이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형법보다 매우 심각하게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어, 형벌의 비례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불명확한 의무와 과도한 법정형으로 인해 산재예방 효과 증대보다는, 소송증가에 따른 사회적 혼란만 야기하고, 대부분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중소기업만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는 등 부작용만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아무리 준법의지가 있는 경영인이라도 실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으면, 안전관리의 실행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재해감소 효과도 거둘 수 없다는 지적이다.


모호하고 포괄적인 의무를 경영책임자에게 부여하고 하한형의 징역이 부과될 경우 모든 기업들이 소송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어, 소송폭증에 따른 사회적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경총은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과도한 처벌과 경제적 제재는 기업경영의 심각한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고, 대부분의 사고가 발생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단 한 번의 사고발생 만으로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의 예방정책 수준이 외국보다 상당히 뒤떨어져 있는 만큼, 사망사고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이제 영국과 같이 산업안전정책의 패러다임을 사전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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