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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럼①] 기회는 문대통령처럼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0.12.23 07:00
수정 2020.12.22 20:36

코로나19, 리더십 부각 기회…역대 지지율 최고치

3차 대유행·백신 확보 늑장 대응에 민심 이탈 심화

전임자 임기 말 레임덕…文 지지율 회복 여부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확산은 어찌보면 '기회'였다. 역대 모든 대통령이 집권 4년차부터 '지지율 하락'이라는 5년 단임제의 숙명을 피하지 못했다면, 문 대통령은 'K-방역'을 내세우며 보란 듯이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뤘다. K-방역은 문 대통령의 리더십을 세계적으로 주목시키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코로나 재확산·백신 국면이 되자 이는 딴 나라 얘기가 돼버렸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3차 대유행 늑장 대응, 백신 확보 무능론으로 리더십 위기를 맞았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초기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선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이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비행 노선을 단칼에 끊었던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낮은 강도의 조치를 취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방역 기조를 유지했다.


이후 타국에서 확진자가 폭발할 때 한국의 일일 확진자 수는 수백명 대에 그치면서 문 대통령의 리더십은 찬사를 받았다. 이때부터 청와대는 수십개 국의 정상이 문 대통령과 통화를 원하고, 이를 통해 방역 리더십을 배우고자 한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코로나의 전세계적인 유행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선방하고 있다는 것도 수차례 언급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 가까이 치솟았다. 한 조사에서 국민 절반은 문 대통령 지지 이유로 '코로나 대처'를 꼽았다. 문 대통령의 방역 리더십은 4월 총선에서 여당의 압승 기반이 됐다.


하지만 현재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K-방역이 빛을 발하던 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 늑장 대응이 그 원인이다. 실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많은 조사에서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보다 민심이 악화됐다는 말도 나온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12월 셋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7.4%, 부정평가는 57.0%다.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데일리안과 알앤써치의 정례조사를 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해 5월 둘째 주 조사(전국 성인남녀 1063명 응답. 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0%p)에서 61.5%로, 가장 최근 조사인 12월 셋째 주 조사(전국 성인남녀 1003명 응답. 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p)에서는 37.4%로 나타났다. 특히 K-방역과 관련해 '잘못하고 있다(52.9%)'는 응답이 '잘하고 있다(41.0%)'는 응답보다 많았다. (자세한 내용은 알앤써치 홈페이지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때문인지 문 대통령의 방역 관련 발언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그간 "국민께서 방역의 주체가 되어 주신 덕분에 우리는 국경과 지역 봉쇄 없이 방역에서 가장 성공한 모범 국가가 됐다"며 성과를 주로 언급해왔다면, 최근에는 "실로 엄중하고 비상한 상황"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등 우려 섞인 발언이 주를 이뤘다.


문 대통령은 22일 백신 확보 지연과 관련해서도 책임론이 제기되자 "그동안 백신을 생산하는 나라에서 많은 재정 지원과 행정 지원을 해서 이제 백신을 개발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쪽 나라에서 먼저 접종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라며 "우리도 특별히 늦지 않게 국민께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민심 수습에 나섰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주목된 건, 전날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백신 확보 지연 문제와 관련해 참모들과 내각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유체이탈 화법'으로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백신 확보는 대통령의 일이지, 구름 위에 앉아 남의 얘기하듯 유체이탈 화법으로 할 얘기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상진 국민의힘 코로나19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날 "문 대통령은 백신 확보를 못한 책임을 회피하고 전가하려 하지 말고 당당히 책임지고 대국민 사과하라"고 질타했다.


코로나 확산은 이제 문 대통령에게 '위기' 요인이다. 이에 정치권의 관심은 임기를 1년여 남겨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될지, 또는 하락세가 이어질지다. 지금 추세라면 역대 대통령처럼 임기 말 지지율 급락을 겪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갤럽의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를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대 지지율로 임기를 마쳤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로 탄핵 결정을 앞둔 마지막 조사에서 12% 지지율에 그쳤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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