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BYD와 100만원 차이까지 좁혔다…유럽서 '실구매가' 방어전
입력 2026.06.06 07:00
수정 2026.06.06 08:23
기아, 영국 EV3·EV4·EV5에 보조금·PCP 지원 결합
독일은 최대 6000유로 정부 지원 앞세워 월 납입 낮춰
스페인선 BYD 공세 거세…기아와 가격차 여전히 커
기아 EV3와 BYD 돌핀. ⓒ각 사
기아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BYD와의 가격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공식 판매가격을 인하한 것은 아니지만, 영국·독일·스페인 등 주요 시장에서 정부 보조금, 금융 프로모션, 보증금 지원을 묶어 소비자가 실제 체감하는 구매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다.
미국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인한 수요 둔화에 부딪히며 유럽이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만큼, 프로모션 비용을 늘려서라도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6일 업계에 다르면 기아는 유럽 주요 국가에서 프로모션 등을 통해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와 실구매가 격차를 줄이고 있다.
영국의 경우 일부 차종의 경우 BYD와의 가격 차이가 2~5% 수준까지 줄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600~800파운드, 원화로 약 100만~150만원 안팎이다.
기아 영국 법인은 EV3에 대해 3.9% APR PCP 금융과 보증금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EV3 에어와 GT-Line에는 2000파운드의 PCP 보증금 지원이 붙고, 일부 트림에는 영국 정부 전기차 보조금도 적용된다. EV3 에어의 가격을 보조금 반영 후 기준으로 보면, BYD 돌핀보다 약 4.4% 비싼 수준이다.
여기에 PCP 보증금 지원 2000파운드까지 소비자 부담 완화 효과로 반영하면 체감 가격은 2만9555파운드 수준까지 내려간다. 이 경우 BYD 돌핀 보다 오히려 약 2.2% 낮아진다.
EV4도 비슷하다. 영국에서 EV4 에어의 판매 가격은 전기차 보조금 적용 기준 3만995파운드 수준으로, BYD 돌핀과 비교하면 기아 EV4가 약 765파운드 비싸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40만원 안팎 차이다. 유럽 소비자가 차량을 고를 때 월 납입금, 보증 조건, 서비스망까지 함께 따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비교 가능한 가격대다.
독일에서는 금융 할인보다 정부 보조금 연계 효과가 크다. 기아 독일 법인은 EV3를 3만5990유로, EV4를 3만7590유로, EV5를 4만5990유로부터 판매 중이다.
여기에 조건을 충족하는 개인 소비자가 최대 6000유로의 전기차 지원을 받을 경우 EV3는 2만9990유로, EV4는 3만1590유로, EV5는 3만9990유로 수준까지 소비자 부담이 내려간다. 단순 계산으로 EV3는 약 16.7%, EV4는 약 16.0%, EV5는 약 13.0%의 부담 완화 효과가 생긴다.
이 같은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반영하면, 트림에 따라 다르지만 기아 EV3는 기본형 모델의 경우 BYD 돌핀보다 실 구매가가 약 13% 낮아진다. EV4 역시 BYD 돌핀보다 저렴해진다.
스페인은 BYD의 가격 공세가 더 선명한 시장이다. 기아 스페인 법인은 전기차 구매 지원 제도와 브랜드·판매점 기여분을 활용해 EV3, EV4, EV5 등의 소비자 부담을 낮추고 있다. 전기차 구매 지원과 판매점 기여분을 합치면 최대 5500유로 수준의 부담 완화 효과가 가능하다.
이런 흐름은 송호성 기아 사장의 발언과도 맞닿아 있다. 송 사장은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기아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유럽 내 중국 모델과의 가격 격차가 기존 20~25%에서 올해 15~20% 수준으로 좁혀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아가 가격 방어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 전기차 업체의 빠른 유럽 침투가 있다. BYD를 비롯한 중국 브랜드들은 낮은 가격, 긴 주행거리, 대형 디스플레이, 빠른 신차 투입을 앞세워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과거 중국차는 ‘싼 차’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상품성까지 끌어올리며 기존 완성차 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유럽 시장 자체도 전기차 중심으로 다시 움직이는 분위기다.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있었지만, 주요국 보조금과 법인차 세제, 충전 인프라 확대가 맞물리며 전기차 등록 비중은 다시 높아지는 흐름이다. 기아 입장에서는 EV3, EV4, EV5, EV9 등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넓힐 기회가 생긴 셈이다.
다만, 점유율 확대 기회를 잡는 데 드는 비용은 숙제가 될 예정이다. 인센티브와 금융 지원을 늘리면 소비자 부담은 낮아지만, 대당 수익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전기차 시장의 경쟁은 이제 판매량 싸움에서 수익성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덜 깎고 팔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기아가 BYD와의 가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것은 유럽에서 중국차와의 경쟁이 그만큼 현실적인 압박이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