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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의 핀셋] 무능한 정부 때문에 백신 없는 추운 겨울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입력 2020.12.22 07:00
수정 2020.12.21 21:16

연내 4400만명분 확보 호언장담… 보기 좋게 '실패'

아스트라제네카 내년 1분기 도입한다 말만 반복

정 총리 "7월엔 확진자 적어 백신 생각 못 했다"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뉴질랜드가 선구매로 확보한 코로나 백신을 이웃한 남태평양 섬나라에게 무료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자국민들이 모두 접종할만한 충분한 분량의 백신이 확보됐으니 형편이 어려운 이웃나라에게 기부하겠다는 것이다.


뉴질랜드 인구는 약 482만명으로, 서울(973만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수도권(1324만명) 전체로 보면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뉴질랜드는 영국 제약사 아스트레제네카와 옥스퍼드 대학이 공동 개발한 백신의 380만명 접종분을 선구매한데 이어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에서 개발한 백신도 536만명 접종분을 선구매해 뒀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사의 공동개발 백신 역시 선구매로 74만명 접종분을 확보했고, 얀센에서 만든 백신도 500만명 접종분을 확보했다.


뉴질랜드 전체 인구 수를 감안하면 전국민이 세 번씩 맞고도 남을 양이다. 뉴질랜드의 코로나19 상황이 최악이어서 백신 확보에 열을 올렸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오'다.


뉴질랜드는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2116명, 사망자가 2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뉴질랜드는 코로나 사태 초기 '강하게 일찍'(go hard and go early)이라는 슬로건 아래 과하다 싶을 정도의 방역과 백신 확보에 나섰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내년 1분기 백신 접종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코로나19 백신 4400만명분에 대한 연내 국내 도입 계약 목표 달성은 이미 어려워졌다.


모더나와 코로나19 백신 1000만명분 도입 계약이 이달에서 내년 1월로 미뤄진 데다 얀센, 화이자와 연내 백신 도입 계약을 성사시킬 방침이라고 하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해서다.


정부는 추가 백신 확보 시기와 공급 일정은 공개하지 않은 채 "내년 1분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도입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마저도 도입 시점조차 계약서에 쓰여있지 않다고 한다.


만약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길어질 경우 실제 백신 도입이나 공급 시기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백신 확보가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가 백신 TF를 가동한 지난 7월에는 국내 확진자 수가 100명 수준이어서 백신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공감 못할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이르면 이달 말이나 내년 초 신규 확진자 수가 2000~3000명을 웃돌 것이라고 예상하는 가운데 사실상 올 겨울은 백신 없이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코로나 시국에는 합당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정부도 '강하게 일찍' 백신 확보에 나설 수는 없었을까.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속도를 내면 상황이 조금 달라질까.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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