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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후보'가 최선일까…국민의힘 '의견 분분'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11.05 16:25
수정 2020.11.05 16:33

당 간판 포기 감수하고 '경쟁력 후보 선출'?

2011년 박원순·박영선 단일화·경선 사례 모델

"국민의힘이 우선" vs "승리 담보 되나" 양분

지도부 선 그었지만…내홍으로 발전 가능성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비대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당의 명운이 걸렸다는 평가를 받는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시민후보' 형식의 범야권 단일후보를 내자는 목소리가 커지며 국민의힘 내부 기류가 복잡해지고 있다.


시민후보란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을 내리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시민이 원하는 경쟁력 있는 단일후보를 내세우자는 주장을 바탕으로 한다.


지난 2011년 선거 당시 무소속이었던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국민의당 후보였던 안철수 대표와 단일화를 하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경선을 치렀던 사례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이미 활동에 들어간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당원 참여 비율을 최대한 줄이고 일반국민의 참여 비율을 높이는 경선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후보 면면에 있어서도 당 소속 여부와 상관없이 다양한 후보를 국민에 선보이고 경쟁시켜 중량감을 높이자는 방안이다.


다만 이같은 모델이 현실화 될 경우 국민의힘 내부에서 강도 높은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은 자명하다는 관측이다. 벌써부터 당 인사들의 양분된 메시지가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모양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패배의식에 빠져 외부인에 헌납하듯 스스로 간판을 포기하는 건 무책임하다. 선 자강, 후 연대여야 하는 것"이라며 "당 내부의 좋은 후보군을 일부러 폄훼하거나 배제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당 안팎 인사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원샷 시민후보 선출도 가능하고 최종적인 야권단일화를 감안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나 금태섭 전 의원 등 외부변수를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래도 우선은 국민의힘에서 시민의 관심과 환호를 끌 수 있는 후보 경선이 먼저 시작되고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시민후보 대망론에 앞서 국민의힘의 자신감이 우선이다"며 "국민의힘 후보가 시민후보가 될 수 있도록 흥행과 감동과 환호를 이끌어내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박완수 의원 또한 "내년 서울·부산시장 후보나 차기 대선후보를 당 밖에서 찾으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주요선출직 후보 이야기만 나오면 당 밖의 인물을 거론하는 것은 우리 당을 부정하는 것으로, 그러면 앞으로 누가 우리당을 위해 헌신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반면 장제원 의원은 "지금 국민의힘만의 전력으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가, 이길 수 없다면 시민후보의 이름으로라도 이겨야 한다"며 "이길 수 있는 2%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의 49%를 헌납할 수 있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시민후보론에 힘을 실었다.


지도부는 서둘러 선을 그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시민후보는 성급한 얘기"라며 "후보를 선출하는 룰을 확정하고 있는 과정이다. 룰이 어떻게 결정되느냐를 보고 시민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여건이 구비될지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이 시민후보 선출 여부를 둘러싸고 벌어진 당내 간극을 신속하게 봉합하지 못할 경우, 이 문제가 자칫 내홍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비대위원장 취임 후 인물 발굴에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바 있는 김 위원장이 뚜렷한 당내 인사를 내세우지 못할 경우, '시민후보'를 원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도부가 이같은 사태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며 "비대위 출범 후 반년 가까이 지나도록 누구 한 명 키우지도, 영입하지도 못했다. 그러니 선거 승리가 절박한 당의 입장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이라는 명제 하에 외부에도 손을 벌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은 경준위가 '현역 배제 방침'을 검토하고 있는 것을 꼬집었다. 그는 통화에서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이름을 달고 국민의 선택을 받은 후보는 강제로 배제시키고, 당적을 갖지도 않은 인사는 두 팔 벌려 환영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으며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공당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당의 간판을 버린다는 발상은 삼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오는 16일께 경선룰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선룰 확정과 함께 시민후보 선출의 가능성도 함께 판단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은혜 대변인은 "(현역 배제 방침 등) 지금 이 순간 결정적으로 발표드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시민후보 또한 경선룰을 만드는 과정에서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다. 그 때 가서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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