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들 만난 김종인, 일각 '비대위 위기설' 조기 수습할까
입력 2020.10.21 14:17
수정 2020.10.21 14:18
당내 김종인 공개 비판 목소리 커져…조경태 ‘조기 전대론’까지
보궐선거 앞두고 “후보 없다” 김종인 발언에 “자해적 행동” 비판
김기현, 지도부에 충고 “곱셈정치해야 할 때…활발한 소통 해달라”
갈등설 조기 수습에 뜻 모아…“선진적 변화 위한 과정으로 봐달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리더십에 대한 당내 일각의 불만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등, ‘위기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중진 의원들과 연석회의를 가졌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는 권영세·김기현·박진·정진석·홍문표 의원 등 당내 4, 5선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기현 의원은 지도부를 향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라며 “이제는 국민의힘도 ‘곱셈정치’를 해야 할 때”라고 쓴소리를 가했다.
이어 김 의원은 “우리 스스로 개혁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망할 수도 있다. 우리 내부의 인재를 최대한 다듬어 부각시키고 중도 영역으로 우리 외연을 넓혀 역량 갖춘 인물을 적극 영입하는 등 승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곱셈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뺄셈정치가 안 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단순 덧셈정치만으로는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의원의 이같은 지적은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 위원장이 지속적으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거듭해 “자해적 행동을 하고 있다”는 당내 인사들의 불만을 자초했던 점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 위원장을 향한 복수 의원들의 항변은 그가 지난 16일 부산을 찾아 “부산시장 후보가 없다”는 발언을 한 뒤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5선의 조경태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의 비대로서는 더 이상 대안세력, 대안정당으로 기대할 수 없다. 비대위의 한계를 많은 국민들과 당원들이 절감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당대회를 통해 대안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이르렀다.
다만 현재까지는 지도부 교체를 위한 움직임이 실제 공론화될 정도로 당내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는 않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내 사정에 정통한 한 핵심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조기 전대론을 튀어 나올 정도로 지도부의 행보에 불만을 가진 인사들이 특정 인사 한두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체제가 엎어질 수준은 아니다”며 “지도부가 이 정도 수위의 불만의 목소리가 왜 쏟아지는지 냉철하고 주의깊게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다”고 진단했다.
김기현 의원도 지도부를 향해 활발한 소통을 당부했다. 그는 “지도부가 이제는 도약의 구체적 행동을 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공천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탈당한 분들의 조속한 복당 조치도 취해야 하고 더 나아가 중원으로 우리의 폭을 넓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기본철학을 공유하는 세력과 연대해 화학적 결합 통한 창조적 폭발력을 만들어내는 곱셈정치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를 통해 다가오는 서울·부산시장 선거 후보를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당 지도부가 의원들과 좀 더 활발한 소통을 통해 당내 공감대가 단단하게 형성될 수 있도록 해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공개회의가 끝나고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도 서로를 향한 질타와 불만의 목소리보다는 당의 엄중한 현실을 자각하고 힘을 한 데로 모으자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예령 대변인은 이날 별도의 취재진 브리핑을 통해 “당내 균열 및 갈등·불화설 관련 중진 의원들은 김종인 위원장 중심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고 앞으로 노력하겠다는 말이 있었다”며 “당내에서 다른 의견이 개진될 수 있고 그것을 토대로 한 토론의 과정은 매우 건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말씀도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김 대변인은 “엄중한 상황을 앞두고 당이 힘을 응집하는 과정에서 갈등으로 비춰졌던 부분들은 선진적으로 변화하기 위한 더 큰 과정으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연석회의에 참석했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사소한 문제로 다툴 때가 아닌 대의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하는 시기라는 점을 모두가 공감했다”며 “큰 문제는 없다. 순리대로 잘 풀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