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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SK이노, '배터리 분쟁' 운명의 날…누구 손 들어줄까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0.10.26 10:03 수정 2020.10.26 10:04

ITC, 26일(현지시간) 배터리 기술 도용 여부 최종 결론

세 가지 시나리오 따라 '셈법' 다양…양사 막판 합의 가능성

SK그룹(왼쪽)과 LG그룹 로고.ⓒ각사 SK그룹(왼쪽)과 LG그룹 로고.ⓒ각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기술 분쟁 결론이 임박했다. 1년 반 동안 치열했던 공격과 방어전이 일단락되면 양사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최종 판결에 앞서 양사가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합의금 규모 이견이 커 결국 소송 결과를 맞이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에 어느 한 쪽이 승기를 잡는다 하더라도 양사 모두 조 단위 배터리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한 추후 합의가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기술 도용 여부와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단이 26일(현지시간) 나온다. 한국 시간으로는 27일 새벽이 유력하다. 당초 ITC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판결일을 10월 5일로 예정했으나 코로나 여파 등으로 3주 가량 미뤘다.


앞서 지난해 4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자사의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핵심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핵심 영업비밀이 유출됐다고 보고 있다. ITC는 지난 2월 SK 조기패소 결정(예비결정)을 내렸으나 SK의 요청으로 4월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과에 따라 양사의 명운이 갈릴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ITC 최종 판결을 크게 3가지로 본다.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확정 △조기패소 판결 수정(Remand) 지시 △공청회 등을 통한 추가 조사 등이다.


예비결정에 이어 SK에 조기패소 판결을 확정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소재를 원칙적으로 미국에 수출할 수 없다.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역시 가동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ITC가 조기 패소 판결을 뒤집은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유력한 시나리오이자 LG화학이 가장 원하는 결과다.


이렇게 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부품 등의 미국 내 수입이 전면 금지된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ITC 결정에 따른 수입금지 조치 또는 거부권(Veto)을 행사할지를 결정한다. 60일간 심의 기간이 끝나면 SK는 미국 연방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다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수출이 불가하다.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양사 모두 미국에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어 쉽사리 한 쪽 편을 들기가 어렵다는 관측이다. 실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각각 미국 오하이주와 조지아주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역은 양사의 공방전 당시 측면 지원을 하기도 했다.


조지아주 당국은 지난 5월 ITC에 SK이노베이션이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7월에는 배터리를 납품받기로 한 포드와 폭스바겐이 SK이노가 패소하더라도 배터리를 공급받게 해달라는 탄원서를 냈다. 반면 LG화학 사업장이 있는 오하이오주에서는 불공정경쟁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전을 펼쳤다.


다른 방안은 조기패소 판결과 관련해 ITC가 예비결정을 뒤집고 수정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예비결정을 내린 행정판사가 사건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 소송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고 최종 결정까지는 6개월 가량 소요된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최적의 대안이다.


이 경우에는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ITC의 추가 조사 개시 명령이 있다. SK의 조기 패소를 인정하지만 수입금지 여부에 대해서는 미국 주·시정부, 협력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이 포함된 공청회 등을 통해 결정하라고 판결하는 것이다.


만일 공정회에서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내에서 배터리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자국 이익과 부합하다고 판단되면 수입금지 조치는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업계는 양사 모두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막강한데다 중장기 투자가 필요한 만큼 한쪽이 치명타를 입는 시나리오 보다는 막판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실제 국내를 비롯해 중국, 헝가리 등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옌청, 미국 조지아, 헝가리 코마롬 등에 배터리 생산공장의 추가 증설을 단행,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LG화학 역시 대규모 투자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 분사를 앞두고 있어 투자자금 유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LG화학은 2023년까지 총 배터리 생산능력을 200GWh 이상으로 확장한다는 중장기 플랜을 공개했다.


양사는 소송과 여론전을 지속하되 결국에는 막판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합의에 나서게 될 경우 합의금 액수와 납입 방법 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 대표(사장)는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2020' 행사에서 LG화학과의 협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양사 합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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