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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결정 앞둔 LG-SK 배터리 분쟁, '쩐의 전쟁'으로 결론짓나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0.10.20 06:00 수정 2020.10.19 21:00

ITC, 26일 배터리 기술 도용 여부 최종 결론

양사 중장기 전략 위해 막판 합의 가능성

SK그룹(왼쪽)과 LG그룹 로고.ⓒ각사 SK그룹(왼쪽)과 LG그룹 로고.ⓒ각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기술 분쟁이 결론을 향해 치닫고 있다. 1년 반 동안 치열했던 공방이 이달 말 종결되면 둘 중 하나는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현재 양측은 배터리 기술 도용 여부에 대해 이견이 커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워낙 투자 규모가 막대한데다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소송 리스크를 꼭 해결해야 하는 만큼 결국에는 합의로 흘러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분쟁과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단이 오는 26일(현지시간) 나온다. 당초 ITC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판결일을 이달 5일로 예정했으나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3주 가량 연기했다.


앞서 지난해 4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자사의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핵심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핵심 영업기밀이 유출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SK이노는 기술, 생산 방식이 달라 LG측이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ITC는 지난 2월 SK 조기패소 결정(예비결정)을 내렸으나 SK의 요청으로 4월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최종 결론 시나리오 셋…조기 패소 확정·판결 수정·추가 조사


업계에서는 ITC 최종 판결을 크게 3가지로 본다.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확정 △조기패소 판결 수정(Remand) 지시 △공청회 등을 통한 추가 조사 등이다.


예비결정에 이어 SK에 조기패소 판결을 확정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소재를 원칙적으로 미국에 수출할 수 없다.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역시 가동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앞서 LG화학은 ITC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부품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했다. SK가 연방법원에 즉각 항소하더라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수출이 불가하다.


두번째 경우는 조기패소 판결과 관련해 ITC 수정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예비결정을 내린 행정판사가 사건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 소송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고 최종 결정까지는 6개월 가량 소요된다.


마지막으로는 ITC의 추가 조사 개시 명령이다. SK의 조기 패소를 인정하지만 미국 주·시정부, 협력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이 포함된 공청회 등을 통해 미국내 '수입 금지' 여부를 결정하라고 판결하는 것이다.


일단 LG화학이 예비결정에서 승기를 잡은 만큼 최종 결과도 SK이노베이션에게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행정명령이 내려지면 SK이는 공탁금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에 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 트럼프는 60일 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양사 모두 미국에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어 쉽사리 한 쪽 편을 들기가 어렵다는 관측이다.


LG·SK, 배터리 사업 사활…중장기 전략 위해 손 잡을 가능성은?


업계는 양사 모두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막강한데다 중장기 투자가 필요한 만큼 한쪽이 치명타를 입는 시나리오 보다는 막판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실제 국내를 비롯해 중국, 헝가리 등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옌청, 미국 조지아, 헝가리 코마롬 등에 배터리 생산공장의 추가 증설을 단행,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연내 중국 옌청 공장(20GWh) 증설이 마무리되면 SK이노베이션의 누적 생산량은 39.7기가와트시(GWh)로 늘어난다. 아울러 2023년까지 조지아1·2공장, 코마롬2공장을 완공하면 생산능력은 71GWh로 확대된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한창 키워야 할 사업이 이번 소송으로 전면 차단되는 걸 용납하기 힘들다. 미국내 수입금지 조치로 치명상을 입는 것 보다는 LG화학과의 합의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LG화학 역시 대규모 투자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 분사를 앞두고 있어 투자자금 유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LG화학은 2023년까지 총 배터리 생산능력을 200GWh 이상으로 확장한다는 중장기 플랜을 공개했다.


더욱이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수주잔고 150조원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소화하기 위한 조 단위 시설 투자가 필요하고 해외 완성차업체들과의 합작법인 설립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재무 부담 완화를 위해서도 SK이노베이션과 손 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사는 소송과 여론전을 지속하되 결국에는 막판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합의에 나서게 될 경우 합의금 액수와 납입 방법 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만일 합의금이 수 조원대라면 한 번에 감당하기엔 SK에 부담이다. LG가 꾸준히 흑자를 내는 것과 달리 SK이노베이션은 분기당 1000억원 가량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시금 지급 보다는 수익배당금 형태로 일정 기간을 두고 지불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의 경우 중국의 견제와 추격이 만만치 않고 두 기업이 다투는 사이 한국의 글로벌 수주 물량이 위축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면서 "양사 모두 글로벌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만큼 소모적인 공방 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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