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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웃는다?…바이든, '단계적 비핵화' 여지 줬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0.10.24 05:00
수정 2020.12.04 17:14

"핵능력 축소하면 김정은 만날 것"

핵군축·핵동결 등 '중간단계 합의' 가능성

다만 '핵 없는 한반도' 언급해 '바텀업' 예고

실무진 합의 이뤄져야 정상회담 성사될 듯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자료사진). ⓒ신화/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현지시각) 미 대선 TV토론회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단계적 접근'을 시사했다.


일괄타결 형식의 '빅딜'을 고수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북한이 줄곧 원했던 '스몰딜'을 통해 북미가 접점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미국 테네시주(州) 내슈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김정은과 만나기 위한 조건이 있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핵능력 축소(draw down nuclear capacity)에 동의한다는 조건에서만 김정은을 만날 것"이라면서도 "반드시 핵 없는 한반도가 돼야 한다(The Korean Peninsula should be a nuclear free zone)"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가 '핵무기 폐기' '완전한 비핵화' 등의 표현이 아닌 '핵능력 축소'라는 용어를 사용함에 따라 핵군축 등 '중간단계 합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바이든 후보가 '핵 없는 한반도'를 언급한 만큼, '비핵화 로드맵' 등 일정 수준의 합의를 이룬 뒤 정상회담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바탕으로 비핵화를 추동하는 탑다운(top-down) 전략을 취했다면, 바이든 후보는 실무진간 협의를 거친 끝에 정상회담에 이르는 바텀업(bottom-up) 협상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바이든 후보는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세 차례나 '폭력배(thug)'라 칭하며 정상 간 친분을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과 온도차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전쟁을 막았다는 기존 주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후보는 "유럽을 침공하기 전까지 우리는 히틀러와 좋은 관계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배를 좋은 친구라 부른다. 북한을 합법화(legitimize)해줬다"고 꼬집었다.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벌여 '폭력배 국가'에 정당성을 부여해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미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미 대선 최종 토론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오바마 3기' 아닌 '클린턴 3기'?
"美 민주당, 韓 정부 입장 고려할 것"


바이든 후보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단계적 접근을 시사함에 따라 대북협상에 있어 트럼프 행정부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전문가들은 바이든 후보 집권 시 '오바마 3기', 즉 '전략적 인내' 회귀 여파로 남북미 장기 교착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해왔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로 '클린턴 3기'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클린턴 행정부는 한국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상당 부분 수용하며 대북협상에 적극성을 띤 바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바이든 후보 당선 시 "오바마 3기로 접근할 수도 있지만 클린턴 3기가 될 가능성도 있어 예단은 안 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미국과 얼마나 긴밀하게 소통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은 "(미국) 민주당이 한반도 문제에 있어 한국 정부 입장에 많은 비중을 둬왔다"며 "바이든이 당선되면 한국 정부 독자 대북사업에 좀 더 여유를 줄 수도 있다. 북한이 일정 수준의 핵무기 폐기 등으로 명분을 제공하고 한국 정부가 설득에 나서면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훨씬 쉽게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자료사진). ⓒ조선중앙TV 갈무리
바이든, '자기색깔' 낼 가능성
"'핵보유 北' 인정으로 이어질 수도"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이전 정권을 답습하기보다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노선을 정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미국) 민주당이 클린턴·오바마 집권 16년 동안 북한을 상대하며 얻은 노하우가 있다"며 "북한에 대한 (미국) 민주당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북한이 과거와 달리 핵을 보유하게 된 환경도 감안해야 한다. 정권을 잡으면 자기 색깔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전 원장은 "오바마 3기도 클린턴 3기도 아닌 바이든 1기가 될 것"이라며 "대북제재는 유지하되 '바텀업' 접근을 통해 핵동결 수준의 중간단계 합의를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핵을 가진 북한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에겐 안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현지시rkr) 미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선 TV토론 중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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