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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이어 손경식까지…재계 호소 외면한 국민의힘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09.23 17:06 수정 2020.09.23 19:03

손경식 "기업규제 3법 저지" 요청에 김종인 "상식적인 선에서 결론 날 것"

재계 "정치적 이해관계에 시장경제 지키는 보수정당 의무 저버려"

손경식 한국경총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후 비대위원장실을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손경식 한국경총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후 비대위원장실을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기업규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을 저지해달라는 경제단체장들의 잇단 호소가 대표 보수정당으로부터 끝내 외면당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악법을 막아달라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요청을 받고도 해당 법안에 대한 ‘원론적 찬성’ 입장을 고수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23일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 서병문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찾아 김종인 위원장을 면담했다. 이날 오후 2시 50분께 비대위원장실에 들어간 손 회장은 40여분간 대화를 나눈 뒤 밖으로 나와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최근 발의된 경제 3법과 노동법 등에 대해 진솔하게 말씀드렸고, 경제 3법이 발이된 동기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날 면담에서 김 위원장은 기업규제 3법에 대한 찬성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김 위원장이) 지금 시작하는 단계니까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는 많은 변화가 올 것이 아니냐면서 결론은 매우 상식적인 기준 위에서 나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기업규제 3법이 재계가 우려하는 대로 원안을 유지하진 않겠지만, 결국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2일 오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국회 비대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2일 오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국회 비대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앞서 김 위원장은 전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전달했었다. 그는 박 회장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경제관계법을 따르면서 한국 경제에 큰 손실이 올 수 있는 법을 만들려는 게 아니라 심의를 하는 과정 속에서 (우려 사항들을) 잘 반영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신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들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때 만든 공약은 지금 법안보다도 더 강했다”면서 “(재계에서) 우려하는 것과 일반적인 상식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게 각기 다를 수밖에 없으니 어느 정도 접점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박 회장과의 면담을 단 12분 만에 끝내면서 재계 수장을 ‘박대’ 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 것을 의식한 듯 이날 손 회장과의 면담은 40여분간 끌었으나 진일보된 입장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 위원장에 이어 손 회장을 맞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원하는 답변은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주 대표와의 면담 이후 ‘기업규제 3법에 대한 우려가 해소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더 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가는 방향이라고 느끼고 싶다”는 애매한 답변과 함께 쓴웃음을 보였다.


재계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보수정당 지도부가 기업규제 3법과 관련해 사실상 정부·여당과 보조를 맞추려는 모습에 좌절하는 모습이다.


최대 경제단체인 대한상의를 이끄는 박용만 회장에 이어 대표적인 재계 원로로 불리는 손경식 경총 회장까지 나섰음에도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내놓을 카드도 없다는 분위기다.


경제단체들은 앞으로도 개별 의원들을 만나 재계의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지만 지도부의 입장이 확고한 상태라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기업규제 3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서도 “각자 그 문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인식이 돼서 얘기하는 건지, 일반적으로 밖에서 듣는 얘기를 반영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일축한 바 있다.


기업들의 생존을 좌우할 중대 법안이 정치적 역학관계에 휘말려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가 배경에 깔린 것인지, 과거 자신(김종인 위원장)이 만든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한 미련이 남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재계로서는 마지막 희망인 국민의힘 지도부가 시장경제를 지키는 보수정당의 의무를 저버리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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