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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피해 복구로 드러나는 김정은의 '큰 그림'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0.09.09 14:07 수정 2020.09.09 14:07

최종 복구 시점 연말로 못 박아

인민군에 권한 위임…노동당 통해 의사결정

김정일 시대 '선군정치'와 차별화

9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이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태풍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검덕지구 피해복구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9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이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태풍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검덕지구 피해복구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잇따른 태풍 피해로 '국가적 과업'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시인하며 '복구 일정표'를 제시했다.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을 '1차 복구' 시점으로, 차기 당대회를 앞둔 연말을 '최종 복구' 시점으로 못 박아, 향후 북한 주요 의사결정이 해당 시기를 전후해 이뤄질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9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검덕지구 피해 현황과 복구 대책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검덕광업연합기업소 △대흥청년영웅광산 △룡양광산 △백바위광산 등지에서 주택 2000여 채와 수십 동의 공공건물이 파괴 또는 침수됐다. 피해가 집중된 지역은 함경도 광산지역 일대로 검덕광산은 연(납)·아연, 대흥·룡양광산은 마그네사이트의 주요 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통신은 이어 해당 지역 다리 59개가 끊어졌고, 도로와 철길이 대거 유실돼 교통이 완전히 마비되는 비상사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검덕지구의 피해와 복구건설 규모를 검토하고 복구건설을 또다시 인민군대에 위임하기로 했다"며 "인민군대만이 또 하나의 전선을 전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10월 10일까지는 새 살림집들의 체모를 갖추고 도로와 철길을 복구하며 연말까지는 모든 피해를 100% 가실 수 있는 국가적인 비상대책을 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중앙군사위원회라는 '노동당 기구'를 통해 군 인력 파견을 결정했다. '선군정치'를 앞세워 군부 판단에 따라 피해지역 인력이 동원됐던 '김정일 시대'와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앞서 김 위원장은 태풍 피해 지역인 함경남도에서 노동당 정무국 확대회의 현장 소집해 해당 지역 당위원장 해임을 결정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태풍 피해 복구 시점을 명시하며 복구건설 '권한'을 인민군에 '위임'한다고 밝힌 것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만기친람에서 벗어나 △대남·대미 분야(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경제 분야(박봉주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김덕훈 내각총리) △군사 분야(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최부일 군정지도부장) 등 각 분야별 책임자에게 실무를 맡기는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태풍 피해 복구 '권한 위임'을 공식화하며, 자신만의 통치 스타일을 확고히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일대를 직접 찾은 모습.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일대를 직접 찾은 모습. ⓒ노동신문

김 위원장이 내부 결속 차원에서 태풍 복구 관련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날 예상치 못한 태풍 피해로 "부득이 국가적으로 추진시키던 연말 투쟁과업들을 전면적으로 고려하고 투쟁 방향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동당 창건일에 맞춰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태풍 피해 복구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는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당원과 군대를 동원하는 등 "북한 주민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애민 지도자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당원과 군대는 최고지도자를 향한 무한한 충성심으로 보답함으로써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당·군·민의 체제결속이라는 숨은 의도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집중호우 피해로 황해북도 일대가 물에 잠긴 모습(자료사진). ⓒ조선중앙TV 갈무리 집중호우 피해로 황해북도 일대가 물에 잠긴 모습(자료사진). ⓒ조선중앙TV 갈무리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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