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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의 역발상 통했다...대한항공, 여객기 화물전용기로 개조 운항 나서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09.09 09:35 수정 2020.09.09 09:36

화물전용기로 개조한 여객기 美 콜럼버스로 첫 운항

여객기 좌석 떼 기존 벨리 활용보다 물동량·효율성↑

역발상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실적 개선 기대감 '업'

개조작업이 완료된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내부에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대한항공 개조작업이 완료된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내부에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여객기를 화물전용기로 개조해 운항에 나섰다. 기존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해 온 것에서 화물량과 효율성을 향상시키게 된 것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발생한 위기 속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역발상이 빛을 발했다.


대한항공은 8일 화물 수송을 위해 개조 작업을 완료한 보잉777-300ER 기종을 처음으로 화물 노선에 투입하며 적극적으로 공급 확대에 나섰다고 9일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일부 외국 항공사들이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을 수송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이 처음이다.


8일 밤 10시 인천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화물 전용 항공기(KE9037편)는 현지시간으로 같은날 밤 10시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리켄베커 공항에 도착한다.


목적지인 콜럼버스는 미국 오하이오주의 주도로 미국 내 의류기업과 유통기업의 물류센터가 집중돼있는 새로운 화물 거점이다. 이 때문에 여러 글로벌 항공사들이 항공화물 수요 확보를 위해 각축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이번 화물 전용 항공편 투입을 위해 코로나19로 멈춰선 여객기 중 2대를 화물 수송이 가능한 항공기로 변모시켰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지난달 20일 국토교통부에 여객기 좌석을 제거하고 객실 바닥에 화물을 탑재할 수 있도록 하는 개조작업 승인을 신청했다. 국토교통부도 제작사인 보잉의 사전 기술검토 및 항공안전감독관의 적합성·안전성 검사를 거쳐 지난 1일 개조작업을 승인한 바 있다.


보잉777-300ER 여객기의 경우 항공기 하단(Lower Deck)의 화물적재 공간에 약 22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여기에 기존 승객들이 탑승하던 항공기 상단의 객실좌석(프레스티지 42석·이코노미 227석)을 제거해 약 10.8톤의 화물을 추가로 실을 수 있게 됐다.


회사측은 “여객기에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하는 개조 작업은 상당한 수준의 기술적 검토와 역량을 필요로 한다”며 “단순히 좌석을 장탈하는 것만이 아닌, 복잡한 기내 전기배선도 제거 작업도 필요하고 화물이 움직이지 않게 고정할 수 있도록 바닥에 규격화된 잠금 장치도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이번 여객기의 화물기 개조 운항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역발상의 화룡점정이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승객 수요가 크게 감소하면서 항공기 운항 횟수가 줄자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역발상을 제시했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해 여객기들이 잇따라 공항에 발이 묶이자 “유휴 여객기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공급선을 다양화하면 주기료 등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것을 추진해 왔다.


이미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운휴 중인 보잉777-300, 보잉787-9, A330-300 등 여객기의 벨리(Belly·여객기 하부 화물칸) 수송을 적극 활용해 항공 화물시장 수요에 대응해왔다.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승객없이 화물만 수송한 여객기 운항 횟수는 월 평균 420회, 월 평균 수송량은 1만2000여톤에 달한다.


여기에는 대한항공이 수십년간 쌓아온 화물사업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토대로 한 차별화된 경쟁력이 위력을 발휘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부터 여객기 좌석 위에 안전장치인 카고 시트 백(Cargo Seat Bag)을 설치해 화물을 수송해 화물 공급도 늘리고 공항 주기료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전략을 펼친 바 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고효율 대형 화물기단의 강점을 활용해 화물 수익 극대화를 꾀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세계 유수의 항공사들이 사상 최악의 적자 실적을 발표한 2분기에도 대한항공은 148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회사측은 “향후 동남아시아 화물 노선망 등과 연계해 자동차 부품, 전자 부품, 의류 등의 화물 수요를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개조작업이 완료된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내부에 화물이 적재된 모습.ⓒ대한항공 개조작업이 완료된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내부에 화물이 적재된 모습.ⓒ대한항공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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