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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삼립 살리겠다고 7년간 주식저가양도·통행세거래 등 부당지원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0.07.29 12:00 수정 2020.07.29 11:45

공정위, 과징금 647억원 부과…총수·경영진 및 법인 검찰 고발

총수가 직접 관여…삼립을 위해 그룹차원 부당행위 실행


SPC 통행세 거래 구조. ⓒ공정거래위원회 SPC 통행세 거래 구조.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는 기업집단 SPC 계열회사들이 ㈜SPC삼립(이하 삼립)을 장기간 부당지원한 행위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647억원을 부과하고 총수, 경영진 및 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SPC는 총수가 관여해 삼립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식을 결정하고 그룹 차원에서 이를 실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간(7년) 지속된 지원행위를 통해 삼립에 총 414억원의 과다한 이익이 제공됐으며 밀가루·액란 등 원재료시장 상당부분이 봉쇄돼 경쟁사업자, 특히 중소기업 경쟁기반 침해가 발생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SPC는 실질적으로 일부 계열회사를 제외하고는 허영인 회장을 비롯해 이미향(처), 허진수(장남), 허희수(차남)씨 등 총수일가가 주요 계열사 지분을 모두 보유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총수일가 외 지분 보유비율은 삼립 20.4%, 비알코리아 33.3%, 샤니 32.4% 등이다.


허영인 회장은 그룹 주요회의체인 주간경영회의, 주요 계열사(파리크라상, 삼립, 비알코리아) 경영회의 등에 참석해 계열사 주요사항을 보고받고 의사결정을 했다. 허 회장 결정사항은 조상호, 황재복 등 소수 인원이 주요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면서 일관되게 집행됐다.


공정위가 조사한 내부자료에 따르면 삼립 주식가치를 높인 후 2세들이 보유하는 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에 현물 출자하거나 파리크라상 주식으로 교환하는 등 방법으로 파리크라상 2세 지분을 높일 수 있으므로, 총수일가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립 매출을 늘려 주식가치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2011년 4월 샤니는 삼립에 ▲판매 및 R&D부문 무형자산(이하 판매망)을 정상가격(40억6000만원)보다 저가(28억5000만원)로 양도(12억1000만원) ▲상표권을 8년간 무상 제공(9700만원)함으로써 총 13억원을 지원했다.


당시 양산빵 시장 점유율 및 인지도 1위는 샤니였음에도 불구하고 삼립을 중심으로 판매망 통합을 진행했다. 양도 가액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상표권을 제외하고 거래한 것이다.


또 판매망 통합 이후에도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최소화를 위해 샤니는 0.5% 내외의 낮은 영업이익률로 삼립에 양산빵을 공급했다.


이로 인해 삼립은 양산빵 시장에서 73% 점유율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가 됐다. 삼립-샤니간 수평적 통합과 함께 수직적 계열화를 내세워 통행세 구조가 확립됐다.


판매망 양수도 이후 삼립은 샤니로부터 매입한 양산빵을 높은 마진으로 전량 외부에 판매하면서 영업성과 개선에 따른 주가상승 등 추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샤니는 0.5% 내외 낮은 영업이익률로 삼립에 양산빵을 공급하는 제조공장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밀다원 사건의 경우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각자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정상가격(404원)보다 현저히 낮은 주당 255원에 삼립에 양도함으로써 삼립에 총 20억원을 지원했다.


밀다원은 SPC가 2008년 7월 10일 제3자로부터 인수한 밀가루 생산업체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계열사 물량 공급을 위해 생산규모를 7배 이상 증가시키는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SPC는 2012년 시행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하고 통행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밀다원 지분을 적게 보유한 삼립에게 밀다원 지분 전체를 이전시켰다.


삼립이 밀다원 주식을 100% 보유하는 경우에는 밀다원이 삼립에 판매한 밀가루 매출이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제외돼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기에 삼립에 밀다원 지분 전체를 이전한 것이다.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밀다원 생산량 및 주식가치 증가가 예상됨에도 현저히 낮은 금액으로 주식을 거래해 삼립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 공정위는 밀다원 주식 매각으로 인한 파리크라상과 샤니 주식매각손실은 각각 76억원, 37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행거래세의 경우 3개 제빵계열사는 2013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밀다원이 생산한 밀가루(2083억원)를, 2015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에그팜, 그릭슈바인 등이 생산한 기타 원재료 및 완제품(2812억 원)을 삼립을 통해 구매했다.


이를 통해 3개 제빵계열사는 연 평균 210개 생산계열사 제품에 대해 9% 마진을 삼립에 제공했다. 삼립은 생산계획 수립, 재고관리, 가격결정, 영업, 주문, 물류, 검수 등 중간 유통업체로서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제빵계열사들은 그룹 차원 지시에 따라 삼립이 판매하는 생산계열사의 원재료 및 완제품을 구매해야만 했다.


특히 밀가루는 비계열사 밀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저렴함에도 제빵계열사는 사용량 대부분(97%, 2017년)을 삼립에서 구매했다. 공정위는 2010년 구매비중은 30%로, 지원기간동안 비계열사 밀가루가 계열사 밀가루로 대체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공개했다.


공정위는 “SPC는 이러한 통행세거래가 부당지원행위임을 인식하였음에도 외부에 발각 가능성이 높은 거래만 표면적으로 거래구조를 변경하고 사실상 통행세거래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허 회장은 주간경영회의를 통해 ▲통행세 발각을 피하기 위해 삼립의 표면적 역할을 만들 것 ▲삼립이 계열사와 비계열사에 판매하는 밀가루 단가 비교가 어렵도록 내·외부 판매제품을 의도적으로 차별을 둘 것 ▲법인세법상 부당행위 적발을 막기 위해 삼립 계열사 판매단가를 여타 제분업체의 판매단가보다 3∼5% 범위에서 높게 설정할 것 등을 결정하고 실행한 정황이 포착됐다.


삼립은 장기간 통행세거래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격히 증가하고 주가도 상승했지만 3개 제빵계열사가 판매하는 제품 소비자가격이 높게 유지돼 소비자 후생이 크게 저해됐다.


대부분 제빵 원재료 가격이 높아짐으로써 3개 제빵계열사가 판매하는 제품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파리크라상은 2017년 통행세거래가 없었더라면 각 740원, 8307원에 구매할 수 있었을 강력분과 난황을 779원, 8899원에 구매한 것이다.


특히 2017년 7월 통행세거래를 중단한 품목의 경우 파리크라상 매입가는 낮아졌지만 삼립 이익감소분을 보전해 줌으로써 가맹점 출하가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 가격에도 변동이 없었다.


실제로 레피시에 딸기잼은 직거래전환으로 파리크라상 매입가격(단위 박스)이 3만648원에서 2만2850원으로 인하됐지만 가맹점 출하가는 4만2240원으로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립 주가는 2011년대 초반까지 1만원대에 머물렀지만 통행세 구조가 시작된 2011년 4월 전후로 1만3000원대로 상승했다. 2015년 8월경에는 41만1500원까지 올랐다”며 “지원행위로 삼립이 속한 시장에서 공정거래저해성도 초래됐다. 양산빵 판매시장에서 삼립 경쟁조건이 경쟁사업자에 비해 상당히 유리해져 사업기반이 크게 강화됐다”고 말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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