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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믿고 샀다가 낭패…인플루언서 쇼핑몰 7곳 과징금 철퇴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0.06.21 12:00 수정 2020.06.21 11:15

공정위, SNS 기반 쇼핑몰 사업자 전자상거래법 위반 3300만원 부과


부건에프엔씨는 초기화면에서 순위권 밖 상품을 전면에 배치해 소비자 혼란을 초래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부건에프엔씨는 초기화면에서 순위권 밖 상품을 전면에 배치해 소비자 혼란을 초래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블로거, 페이스북 등 SNS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의 ‘좋은 후기’가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 당국은 이 같은 행동이 위법이라고 판단, 인플루언서가 운영하는 쇼핑몰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는 부건에프엔씨(주), ㈜하늘하늘, ㈜86프로젝트, 글랜더, 온더플로우, 룩앳민, 린느데몽드 등 7개 SNS 기반 쇼핑몰 사업자를 대상으로 전자상거래 등에서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총 33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SNS 기반 쇼핑몰은 인스타그램·블로그·페이스북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제품 및 쇼핑몰 홍보가 이뤄지는 형태의 쇼핑몰이다. SNS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SNS 기반 쇼핑몰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사업자를 대상으로 법위반행위를 적발해 시정한 사례다.


해당 사업자들은 전자상거래법상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청약철회를 방해’하는 행위를 포함해 사이버몰 표시의무, 신원·상품·거래조건 표시의무 등을 위반했다.


공정위는 기만적 소비자 유인에 대해 소비자의 상품평이 좋은 사용후기가 게시판에 우선적으로 노출되도록 시스템을 의도적으로 설정하거나 판매 순위와 무관하게 상품 순위를 임의로 설정한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SNS에서 파급력이 큰 인플루언서가 운영·홍보하는 쇼핑몰업계 전반에 주의를 촉구하고 법 준수를 제고해 소비자피해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자체 프로그램으로 거짓·과장·기만적 방법 동원


부건에프엔씨, 하늘하늘은 후기게시판을 운영하면서 구매고객 후기가 소비자가 선택하는 최신순, 추천순, 평점순 기준에 따라 정렬되는 것처럼 게시판 화면을 구성하면서, 실제로는 게시판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해 상품평이 좋은 후기만 게시판 상단에 노출되도록 하고 불만 등이 담긴 후기는 하단에만 노출되도록 했다.


또 부건에프엔씨는 사이버몰 초기 화면에서 ‘WEEK’S BEST RANKING’ ‘BEST ITEMS’라는 메뉴를 통해 선별된 특정 상품을 게시하면서 판매금액 등 객관적 기준이 아닌 자체 브랜드, 재고량 등을 고려해 임의로 그 게시 순위를 선정했음에도 마치 객관적 기준에 따라 상품 순위가 정해진 것처럼 화면을 구성해 해당 상품을 노출시켰다.


WEEK’S BEST RANKING 메뉴에서는 순위를 매겨 8개 상품을 게시했는데 그 게시순위는 실제 판매금액에 따른 순위와는 무관하게 판매금액 순위 20위 밖 상품도 포함됐다. BEST ITEMS 메뉴의 경우에도 초기 화면에 게시된 32개 상품 순위는 실제 판매금액에 따른 순위와는 달리 판매금액 순위 50위 밖 상품이 올라왔다.


공정위는 “사업자가 임의로 후기 게시순서 또는 상품 판매순위를 정해 소비자에게 노출한 행위는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로 하여금 실제 사실과는 다르게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은 것으로 오인할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며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또 하늘하늘 등 6개 사업자는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 청약철회가 인정되는 법정기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자가 임의로 청약철회기준을 알림으로써 소비자 청약철회를 방해했다.


통상적으로 법정기한은 계약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부터 7일(재화 등의 공급이 늦게 이뤄지는 경우에는 공급받거나 공급이 시작된 날부터 7일), 표시·광고 내용과 다르거나 계약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경우에는 공급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 또는 그 사실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


공정위는 “공급받은 날 등으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철회가 가능하도록 하는 청약철회에 관한 규정을 사실과 다르게 소비자에게 알림으로써 청약철회를 방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어떤 회사인지 명확하지도 않아…정보제공 깜깜이


글랜더는 자신의 사이버몰에서 상품을 판매하면서 통신판매업 신고번호를 표시하지 않았다. 통신판매업자가 재화 등 거래에 관한 청약을 받을 목적으로 표시·광고를 할 때에는 상호 및 대표자 성명, 주소·전화번호·전자우편주소, 통신판매업 신고번호를 포함해야 한다.


부건에프엔씨 등 6개 사업자는 아래 상품 제조업자, 품질보증기준 등 상품 및 거래조건에 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통신판매업자는 소비자가 계약체결 전에 재화 등에 대한 거래조건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수나 착오 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재화 등 정보에 관한 사항과 거래조건에 관한 사항 등을 적절한 방법으로 표시·광고하거나 고지해야 한다.


공정위는 “상품 제조업자, 품질보증기준 등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행위는 소비자가 계약체결 전에 재화 등에 대한 거래조건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수나 착오 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적절한 방법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판매만 하면 끝…거래기록 관리 엉망진창


린느데몽드는 지난해 2월 자신의 사이버몰에서 판매한 상품 주문자, 주문품목, 대금결제액, 배송지 등 거래기록을 보존하지 않았다.


사업자는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에서 표시·광고, 계약내용 및 그 이행 등 거래에 관한 기록을 상당한 기간 보존해야 한다.


소비자분쟁 등에서 입증할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6개월(표시·광고에 관한 기록), 3년(소비자 불만 또는 분쟁처리에 관한 기록), 5년(계약 또는 청약철회 등에 관한 기록, 대금결제 및 재화 등의 공급에 관한 기록) 등으로 구분된다.


사이버몰 운영자 표시의무 위반행위도 적발됐다. 부건에프엔씨 등 5개 사업자는 호스팅서비스 제공자 상호 또는 사업자정보 공개페이지 등을 사이버몰 초기화면에 표시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호스팅서비스 제공자의 상호 등을 사이버몰 초기 화면에 표시하지 않거나 사업자정보 공개페이지를 사이버몰 초기화면에 연결하지 않은 행위는 소비자 사이버몰 운영자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사이버몰 운영자의 신원 등을 표시토록 규정한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해당 7개 사업자는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 ‘미성년자와의 계약 건은 법정대리인이 그 계약에 동의하지 아니하면 미성년자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이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


한편 공정위는 7개 사업자에게 시정명령(향후 행위 금지 명령 등)을 부과하고 소비자 상품평이 좋은 사용후기가 우선 게시되도록 게시 순서를 임의로 설정한 부건에프엔씨, 하늘하늘 등 2개 사업자에게는 해당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표하도록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SNS에서 파급력이 큰 인플루언서가 운영·홍보하는 쇼핑몰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를 제재함으로써 SNS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쇼핑몰업계 전반에 주의를 촉구하고 법 준수를 제고해 소비자피해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SNS 기반 쇼핑몰과 같은 신유형 시장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NS 기반 쇼핑의 개념 및 추이>


SNS 기반 쇼핑이란 기존 인터넷 쇼핑몰이나 오픈마켓과 같은 온라인쇼핑 플랫폼이 아닌 소셜미디어 플랫폼(네이버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을 이용해 상품 등을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SNS쇼핑 외에 소셜미디어 쇼핑, 소셜쇼핑, SNS마켓, 인스타마켓 등으로 불린다.


기존에는 소셜미디어에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해당 소셜미디어 내에서 댓글 및 메신저 등으로 청약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셜미디어에서는 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 및 홍보만 하고 청약은 링크 등을 통해 별도의 사이버몰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가 지난 2018년 실시한 ‘소셜미디어 쇼핑 이용실태 및 태도조사’에 따르면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4000명 중 소셜미디어 이용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총 3610명(90.3%)이었다.


2018년의 경우 SNS 쇼핑몰에서 피해를 경험한 비율이 2017년(22.4%)에 비해 6.8%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인스타그램(45.2%)이며 그 뒤로 페이스북(37%), 유튜브(36.3%), 블로그·카페(31.9%) 순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주요 이유는 인플루언서가 진행하는 공동구매나 이벤트를 통해 제품·브랜드 관련 소식을 빠르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플루언서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높은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미치는 자를 의미한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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