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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금지법' 현실화될까…원구성 쟁점과 얽혀 있다

  • [데일리안] 입력 2020.06.05 03:00
  • 수정 2020.06.05 04:57
  •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대북전단 금지법', 표현의 자유 침해…위헌 소지 다분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 철폐되면 '그냥 통과'

뒤늦게 위헌 결정 나더라도 사회적 비용 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당시)이 지난해 6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고 이희호 여사 서거와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낸 조전을 전달하고 있다(자료사진). ⓒ통일부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당시)이 지난해 6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고 이희호 여사 서거와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낸 조전을 전달하고 있다(자료사진). ⓒ통일부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사실상 발의'한 대북전단금지법이 21대 국회에서 현실화될 수 있을까. 이른바 '김여정법' 통과 여부가 현재 여야 간의 원구성 협상 쟁점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 김여정은 4일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북남 군사합의 파기를 단단히 각오해둬야 할 것"이라며 "광대놀음을 저지할 법이라도 만들고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도록 잡도리를 단단히 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즉각 기자들과 만나 "삐라 살포는 백해무익한 행동"이라며 "정부가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반응했다. 통일부도 대북전단 살포를 법률을 통해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며 "여러 법제를 검토하고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법안에 전단 관련 내용을 포함하려 한다"고 '정부입법'을 예고했다.


북한 김여정이 담화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할 법이라도 만들라"라고 말하자, 그날 당일로 우리 청와대와 부처가 기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이대로 김여정의 뜻대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된다면, 정부입법·의원입법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법안 발의자는 북한 김여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북전단도 헌법이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의 한 영역이다. 반국가단체 북한을 위해 대북전단 살포를 원천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김여정법'은 위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구성 변호사(법률사무소 제이씨앤파트너스)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헌법전문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 및 표현의 자유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대북전단 살포를 원천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김여정법'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현재 여야 원구성 협상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심사권이 철폐될 경우, 김여정법은 국회 법안심의 과정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그대로 입법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차지하고 체계자구심사권이 제대로 기능한다면, 북한의 눈치만 봐 발의된 법안이 우리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 체계자구심사 과정에서 위헌적 법률로 분류돼 걸러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이 철폐된다면 '통법부' 마냥 국회를 일사천리로 통과해 결국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기능을 국회의장 직속 기구로 옮기거나 국회사무처 법제실을 통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국회의장은 집권여당 출신이라 '친정'인 여당의 뜻에 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문희상 전 국회의장 시절에 입증됐다. 국회사무처를 지휘하는 국회사무총장도 국회의장이 임명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다.


김여정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많은 사람들이 수사로 고초를 겪고 재판 과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뒤늦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나더라도 개인적 피해와 정치적 혼란은 돌이킬 수 없어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야권은 이날 북한 김여정의 담화가 나오자마자 대북전단 살포를 엄단하겠다고 호응하고 나선 집권 세력을 일제히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의 한 의원은 대북전단을 "쓰레기"라 표현하며 정부를 비호하고 나섰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우리 정부는 왜 북한에게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가"라며 "우리 정부는 대북 전단 중단 요구를 받아들이면서도 남북군사합의를 먼저 어긴 북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지성호 통합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생각했을 때 (대북전단 살포는) 잘못된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북한 주민이 자유세상을 알 수 있게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6월4일은 북창남수(北唱南隨) 기념일로 기억될 만하다. 김여정이 대북전단 비난 담화를 내자마자 통일부가 이 전단을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겠다고 나섰다"라며 "무엇보다 국민의 민주적 총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북한정권 넘버투의 불호령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에 굴욕과 참담함이 앞선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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